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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전 ‘가심비’ 높은 고급 식기 매출 증가
1월에 식기 매출 증가하는 이유는?
이마트
#이마트


그릇 하나를 사도 ‘가심비’ 높은 고급 그릇을 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 가심비 : 가격 대 마음 비율로 가격 대비 만족감을 뜻하는 신조어)


이에 이마트는 오는 18일(목)부터 31일(수)까지 2주간 ‘세계인의 주방’ 행사를 개최하며 국내 1등 수입 식기인 ‘포트메리온’ 식기 13종을 연중 최저가 수준인 15,500원 균일가(제휴 카드 구매 시 13,950원)에 선보인다.
(※ 제휴카드 :이마트e/삼성/KB국민/신한/현대/NH농협/우리/롯데/IBK기업카드, 단 KB국민BC/신한BC/NH농협BC카드 제외)


포트메리온의 신형 밥/국공기인스테킹볼 외에도 포트메리온까나페디쉬, 쟁반 및빌레로이 앤 보흐의고블렛잔, 덴비 15,900원 균일가전 등 새로운 주방 용품도 시중가 대비 최대 50% 저렴하게 준비했다. 또한 이마트 단독 상품으로 테팔의 후라이팬+뒤집개 세트(24,900원), 매직핸즈(39,900원), 이지쿡(21,900원) 3종을 선보이며 글로벌 1위 식기브랜드 코렐 4인식기세트(8종/39,800원), 2인식기세트(6종/23,800원)도 판매한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 기간 동안 병행 수입한 영국 포트메리온 정품 식기 50억원 가량 물량을 선보인다. 이마트는 16년 7월을 시작으로 매 명절 시즌마다 포트메리온 식기 균일가 대전을 선보였는데, 17년 1월 12일부터 25일까지 단 2주간 포트메리온 식기를 구매한 고객이 10만명을 넘는 등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마트는 최대 식기 구입 시즌인 설을 앞두고 식기 수요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분석, 사전 기획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글로벌 주방 용품 대전을 준비했다.


실제 2017년 월별 식기 매출은 설을 앞둔 1월이 1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월 식기 매출은 2017년 연간 식기 매출 중 16.5%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해외 브랜드 식기는 1월 매출 점유율이 무려 30.9%에 달했다. 집에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지는 명절을 앞두고 더 고급스러운 상차림을 위해 소비자들이 브랜드 식기를 많이 찾는 탓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SNS에 상차림 인증샷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브랜드 식기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본인이 꾸민 상차림 인증샷을 올리는 해시태그(Hash Tag) ‘홈쿡(Home Cook)’, ‘온더테이블(On the table)’, ‘집밥스타그램(집밥+인스타그램의 합성어)’을 검색하면 게시글이 각각 145만, 143만, 58만건 이상 검색된다.


이러한 유행으로 접시 하나를 사도 자신의 취향과 감각을 뽐낼 수 있는 고급 식기수요가 늘면서 2017년 이마트 해외 브랜드 식기 매출은 전년에 비해 약 86.4% 증가했다.


이마트리빙담당 안혜선 상무는 “브랜드 식기는 최근 매출이 급증하면서 2017년 이마트 기준 100억원 이상 시장으로 급성장했다.”며 “글로벌 식기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해외 유명 조리용품 브랜드도 대거 강화해 글로벌 주방 용품 시장을 더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8.1.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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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컨테이너 수납의 기술 1편
수납이라 쓰고 인테리어라고 읽는다
SSG블로그
#이마트
#라이프컨테이너


“유통기한이 또 지났네…”


없는 줄 알고 사둔 각종 식자재들, 잘 치운다고 치운 여권과 도장, 여름 되면 입겠다고 겨울에 산 반팔티… 필요한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들 때문에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전쟁터가 따로 없습니다.


몸도 마음도 새롭게 시작하는 2018년! 우리 집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건 찾는 전쟁도! 손님이 올 때마다 하는 대청소도 이제 그만! 라이프컨테이너의 컨셉룸을 통해 배우는 수납 노하우 그리고 수납정리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현실 신혼부부 집의 변신! 자~ 각설하고 기술 들어갑니다.


정경자 대표


수납의 달인이 말하는 라이프컨테이너


수납 용품을 적절히 활용하면 공간을 정리하는 데 있어 그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데요. 라이프컨테이너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공간 안에 주방부터 옷장, 사무공간까지 우리한테 필요한 모든 카테고리가 세분화 되어 있어 나한테 맞는 수납 용품을 원-스탑(ONE-STOP)으로 모두 찾을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라이프컨테이너에는 한국인의 주거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수납 용품이 이마트 대비 약 70% 많은 총 3,500여 종의 상품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여기서 잠깐! 장바구니 앞에서 고민할 여러분을 위해 수납의 달인이 전합니다. 라이프컨테이너를 200% 이용할 수 있는 3가지 핵심 꿀팁. 방문 전에 꼭 확인하세요!


라이프컨테이너 200% 이용하기



1. 버리고 또 버려라

필요 없는 물건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 수납의 기본! 소비를 사랑하는 우리 물건은 계속 늘어나고 공간은 점점 좁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죠. 불필요한 물건들을 과감히 버리고 나면 생각보다 내 공간이 넓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2.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라

수납의 제 1목적은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의미를 넘어 우리가 편하게 접하고, 동선을 줄여 삶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 자신의 물건과 삶의 패턴을 파악한 후 수납하는 것이 관리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3. 공간의 사이즈를 확인하라

예쁘다는 이유로, 싸다는 이유로 공간에 맞지 않는 수납함을 사는 실수를 저지르지 마세요. 라이프컨테이너에 방문하기 전에 꼭 수납함을 둘 공간의 사이즈를 정확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맛'까지 찾아 주는 '주방' 수납


다양한 크기의 조리기구와 식기가 있는 싱크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열어보는 냉장고. 주방은 자주 사용하는 만큼 살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수납의 어려움을 느끼는 공간입니다. 작은 프라이팬 하나 찾기 위해 큰 냄비를 꺼내고, 마음먹고 냉장고 정리를 하는 날에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꽝꽝 얼어있는 화석(?)들이 무더기로 나오기 일쑤죠.


편리성에 초점을 맞추다, 주방 before 편리성에 초점을 맞추다, 주방 after

주방 정리하며 알아둘 것

주방 정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편리함입니다. 자신의 사용 빈도에 따라 물건의 위치를 결정짓고 그에 맞는 수납함을 활용하여 정리를 시작하는 거죠.


자주 쓰는 그릇과 조리 기구는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위치에, 보관용은 위쪽이나 안쪽에 수납하는 게 좋습니다. 중요한 점은 포개놓는 수납 대신 접시 꽂이 등을 활용하여 세로로 보관해야 사용할 때마다 위의 그릇을 치우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죠. 조미료나 간식 등은 종류별로 소분하여 투명한 용기에 보관하면 쉽게 찾을 수도 있고 덤으로 인테리어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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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접시&조리기구 : 세워서 보관함으로써 공간 활용도도 높이고 찾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싱크대 하부 :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이른 바 죽은 공간이 유독 많은 싱크대는 적층형 선반 등을 활용하면 윗 공간까지 보다 알차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3. 각종 식자재 : 투명한 용기를 이용해 소분하여 세로로 보관하면 통일성 있는 인테리어 효과와 쌓아둬야만 했던 가루류, 곡물류의 제품들을 깔끔하게 정리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야채나 채소 등도 비닐팩을 이용하여 세로로 담아 놓으면 요리할 때 편하겠죠?


#4. 수저 세트 : 칸이 나누어져 있는 커트러리에 종류별로 분류하여 수납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정리도 무척 간편합니다


#5. 간식 : 물건에게 각자의 집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세부적으로 나누어 보관합니다. 수납함 안에 또 다른 수납함을 이용하는 것이 포인트!



좁은 공간이 넓어지는 '욕실' 수납


칫솔, 치약, 휴지 등 기본적인 생필품 외에도 욕실은 작은 소품들이 참 많은 공간입니다. 특히 요즘은 주거 공간이 작아지면서 욕실 내 세탁기를 비치해 두어 이른바 다용도실처럼 혼용해서 사용하는 집도 많은데요. 그러다 보니 더욱 다양한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수납에 난이도가 더욱 높아진 공간입니다.


어느 곳보다 깔끔해야 할 공간, 욕실 before 어느 곳보다 깔끔해야 할 공간, 욕실 after


욕실을 정리할 수납함을 고를 때에는 칸이 많이 나누어져 있는 수납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다양하지만 작은 물건들을 수납하기에 제격이니깐요. 또한, 작은 공간은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여지없이 수납공간으로 확보해 합니다. 화장실의 벽이나 문을 과감하게 이용하고 특히 세탁기 위쪽 공간을 활용하면 수납공간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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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건 : 혹시 감추고 싶은 물건들로 인해 선반에 자리가 없다면 수건을 개어 수납함에 보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호텔 화장실처럼 미적 감각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


#2. 선반 : 작지만 다양한 욕실용품을 즐비하게 세우기보다는 수납함을 이용하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키가 큰 물건을 뒤쪽에 배치하는 건 당연한 센스!


#3. 세제 : 대용량 세제도 소분하여 주세요. 공간도 조금 차지할 뿐 아니라 가벼운 무게로 낑낑대며 세제를 들 필요가 없습니다.


#4. 문&벽 : 벽에 고정하는 선반이나 도어 훅 등을 이용하면 자주 쓰는 소품을 멋진 모습으로 수납할 수 있습니다. 세탁기 옆면을 활용하여 세제나 고무장갑 등을 비치하는 것도 좋은 공간활용의 예입니다.



수납할수록 예뻐지는 우리 집! 일상을 업그레이드하는 라이프컨테이너 실전 수납팁은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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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미식,편식:정동현의 三食일기
아메리칸 소울, 햄버거
정동현
#정동현



“살이 왜 쪘냐고? 왜냐면 일 마치고 나면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었으니까.”

 

“오, 이렇게 예쁘고 멋진 음식을 만드는 당신 같은 요리사가요?”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을 하고 동그랗고 큰 안경을 쓴 신참 웨이트리스 제인이 주방장 제이크의 배를 보며 사연을 물었다.. 전후 사정을 요약하자면 이렇게 오래 일하고(일주일에 70시간) 잘 먹지도 못하는데(먹을 틈이 없으니까) 어떻게 살이 찌냐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제이크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 대화를 듣던 다른 요리사들은 공범처럼 눈빛을 교환했다. 그 중 미국에서 온 마이클의 눈빛은 ‘햄버거’라는 단어에 급격히 반응했다. 분명 입 안에서 침이 돌고 있을 마이클을 보며 나는 ‘저 치들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미국의 배추김치, ‘치즈 버거’

영국 시골의 펍(pub)에서 치즈버거를 발견 했을 때 단 1초도 망설이지 않던 학교 친구 프랭키의 구수하고 느끼한 미국 악센트도 떠올랐다. 몇 안 되는 나의 미국 친구들은 모두 햄버거를 사랑했다. 그것은 분명 한민족에게 김치와 같은 위상이었다. 그리고 ‘치즈 버거’는 ‘배추 김치’와 비슷했다.

 

아이언맨(2008년)의 토니 스타크가 아프가니스탄의 동굴에서 탈출해 처음 주문한 것도 바로 치즈 버거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딱 두 개야. 첫번째는 어메리칸 치즈 버거. 그리고 기자회견을 준비해줘. 일단 치즈 버거.”

 

피투성이가 된 토니 스타크는 배달된 치즈버거(맥도날드가 아니라 버거킹이었다)를 먹으며 기자 회견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기자 회견장에서 두 번째 햄버거를 마저 먹고 나서야 입을 연다. 2016년 지금이었다면 아마 토니 스타크는 버거킹이 아닌 다른 햄버거를 먹었을 것이다.



| 미국 동부를 주름잡고 있는 셰이크쉑(Shake Shack)

 

지금 미국 햄버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의 레스토랑 계의 대부 대니 마이어가 2001년 뉴욕 메디슨 파크에서 처음 시작한 셰이크쉑(Shake Shack)은 햄버거의 신약 성경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것은 동부의 사정. 메이저 리그가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로 나눠지듯 햄버거의 신약 성경도 미국 서부에서는 셰이크쉑이 아닌 인앤아웃(IN-N-OUT)버거다.



  

| 동부에 셰이크쉑이 있다면, 서부에는 인앤애웃(IN-N-OUT)

 

이 두 버거의 인기 비결은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제대로 만드는 것.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라는 말 처럼 들리는 이 비결 뒤 본질을 보면 이 또한 햄버거라는 결론이 나온다. 빵 사이에 소고기 패티와 양파, 양상추, 피클, 그리고 치즈를 넣은 치즈 버거다.

    

 

햄버거, 결코 단순한 정크푸드가 아니다!

치즈 버거의 구성은 음식 공학적으로 볼 때 거의 완벽하다. 햄버거 빵은 폭신하고 살짝 구운 빵 안 쪽은 바삭하다. 양파와 양상추는 바삭한 식감과 신선한 감각을 선사한다. 피클은 산미로 식욕을 돋우고 구운 패티에서는 인류가 거부할 수 없는 구운 맛이 난다. 열량 가득한 지방인 치즈는 이성을 마비시키며 햄버거 속 재료를 하나로 묶는다.


  



단순하기 보다 복합적인 감각을 선호하는 인간의 본능(그리고 요리사들)은 이렇게 무력해진다. 영양학적으로도 그렇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이뤄진 3대 영양소가 딱 보기에도 적절히 안배된 구성이다.

 

여기서 잠깐. 이 치즈버거는 음식으로만 분석하기엔 그 함의(含意)가 재미나다. 철학적으로 보자면 요소 요소로 분해되고 다시 조립된 치즈 버거는 서양 환원주의(Reductionism) 철학이 음식으로 현현(顯現)한 가장 똑부러지는 예이기도 하다. 어떤 상태나 물질을 최소 단위를 향해 나눠가다보면 그 요소 뿐만 아니라 전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으리란 사고가 바탕이 된 환원주의. 그 환원주의처럼 치즈 버거는 고기, 채소, 빵, 치즈라는 구성 요소 그 자체를 겹쳐 만든 공학적 음식이다. 그리고 이 치즈 버거를 빨리 달라고 외치는 아이언맨은 미국 액션 히어로 물의 전형이라는 면에서 또 다른 환원주의의 자취를 엿볼 수 있다.

 

세계 각지의 민속 신화를 수집 분석 했던 신화학자 조지프 캠밸(Joseph Campbell)은 그의 저서 ‘천 가지 얼굴을 한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1949)’에서 모든 신화는 한 가지 유형을 띈다고 했다. 모든 이야기는 영웅이 미지의 땅으로 뛰어들고 (출발, Departure) 그곳에서 악의 무리와 만나 결국 승리 한 뒤 (시련, Initiation)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선물을 가지고 온다는(귀환, Return) 것이다. 이것은 아이언맨의 스토리 라인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아이언맨 속 치즈버거는 무슨 뜻일까? 빵(도입)을 거쳐 양파와 양상추(전개)가 이에 닿으면 그 후는 피클의 신맛(위기), 구운 패티와 치즈로 클라이막스(절정)에 이르고 다시 결말(빵)으로 향하는 구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러므로 아이언맨 속 치즈버거는 부분이 전체를 반영하고 복제하는 프렉탈(fractal) 구조를 닮아 있다. 그리고 관객은 치즈 버거를 먹으며(또!) 아이언맨을 보고, 아이언맨 속 풍경과 비슷한 세상에서 같은 삶을 반복한다.

 

아이언맨에서 '조력자'에 해당하는 깡마른 안경잡이 기술자 ‘잉센’은(아프가니스탄의 동굴에서 부상 입은 토니 스타크를 고쳐준다) 가족이 없다는 스타크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중요한 게 없군요.”

 

나는 늦은 밤 치즈 버거를 먹으며 배가 부르고 혀가 즐거웠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허로움에 맥주를 마시지 않고서는 잠들 수 없었다. 그 나머지,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말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요리를 하겠다고 하루종일 주방에 서 있는 나의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삶과, 그 치즈 버거의 완벽한 효율성의 괴리. 그리고 측정될 수 없고 측정할 수 없는 은유와 충동이 그 치즈 버거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그날 밤 포니테일의 예쁘장한 제인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들여 먹는 비효율적인 식사를 떠올리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며 얕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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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미식,편식:정동현의 三食일기
주방의 뼈와 살, 팬과 기름
정동현
#정동현


주방에서 가장 흔한 부상은 자상(刺傷)이다. 칼로 베이고 찔려서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난다. 그 다음은 화상(火傷)이다. 주방은 모든 것이 뜨겁다. 오븐 속 불길은 꺼질 일이 없다. 모든 주방 기기는 잠재적으로 뜨거운 상태다. 방심한 나머지 맨손으로 무언가를 잡는다면 그날 손바닥은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그래서 늘 타올을 겉대어 물건을 잡는다. 필수적인 습관이다. 그러나 뜨거운 기름은 언제든 튈 준비를 하고 있다. 타올을 겉대어도 기름은 사방팔방으로 튀어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긴다.


주방 어디에나 있는 이 기름은 주방의 살이다. 그리고 모든 주방인은 잠재적 염좌(捻挫)환자다. 주방은 모든 것이 뜨겁다, 라는 말을 이쯤에서 수정해야 한다. 주방의 모든 물건은 뜨겁고 무겁다. 믹서에는 마력(馬力) 단위로 표시되는 출력의 모터가 달려있고 밀가루와 설탕 포대는 기본이 20kg이다. 무엇보다 주방의 뼈와 같은 팬이 무겁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주방의 뼈와 살, 팬과 기름이다.



팬. 그 무거움에 대하여





“윽.”


처음 주방에서 팬을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신음소리를 냈다. 한국 남자는 군대 다녀온다며 으시대던 나는 없었다. 멋을 부리며 팬 몇 개를 한 손으로 들어올렸을 때 손목이 묘한 각도로 꺾였다. 그만큼 팬은 무겁다. 정확히 말하면 주방의 팬은 무겁다. 주방에서 어머니들이 쓰는 가벼운 코팅 팬은 볼 수가 없다. 왜일까?


팬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더 많은 열을 품을 수 있다. 말인즉슨 팬이 쉽게 식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팬이 무거울수록 팬 밑바닥이 두껍다. 그 말은 또 무엇인가 하니 팬 밑바닥이 골고루 데워진다는 것이다. 싼 팬은 보통 얇고 가벼운데 이런 경우 팬은 쉽게 식는다. 화기의 열기가 얇은 밑바닥을 뚫고 직접적으로 음식에 닿기 때문에 두꺼운 팬보다 음식이 타기가 쉽다. 두꺼운 팬은 뜨거워지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뜨거워지면 잘 식지 않는다. 화기의 열기도 직접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팬 전체를 달구어 간접적으로 음식에 닿기 때문에 음식이 쉽게 타지 않는다. 물론 가벼운 팬, 얇은 팬이 필요할 때가 있다. 팬이 얇을수록 빨리 달구어진다. 급히 요리를 해야 할 때 용이하다는 뜻이다. 더불어 팬이 얇기 때문에 열이 더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이점을 살린 팬이 바로 중화냄비인 웍(wok)이다. 웍의 밑바닥 두께는 3mm가 채 안 된다. 이 얇은 두께 아래 섭씨 1000도 가까이 되는 프로판 가스불을 쏴주고 웍을 돌리면 우리가 열광하는 ‘불맛’이 난다. 그러나 가정에서 중국집에서 맛보는 불맛을 내기 쉽지 않다. 팬이 얇더라도 화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재료를 넣으면 온도가 쉽게 떨어진다. 팬 위 온도가 100도 언저리로 떨어질 때 재료는 볶아지는 게 아니라 자체 수분으로 삶아진다. 해결책은 역시 두껍고 무거운 팬을 쓰는 것이다. 무쇠팬처럼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팬을 10분 넘게 뜨거운 불에 달구어 요리를 하면 맛이 아예 다르다. 팬의 무게 말고도 열전도율 이야기도 해야 하지만 그것까지 따지기에 인생에 신경 쓸 것이 한 둘인가? 점심 메뉴 고르는 것도 스트레스가 되는 시대. 간단하게 생각하자. 무거운가? 가벼운가? 슬프게도 가벼우면서 열을 많이 품는 팬은 없다. 영국 저널리스트 비 윌슨이 ‘포크를 생각하다’에서 옮겼듯 “불가능이 없는 이 좋은 세상에도 완벽한 냄비용 금속은 존재하지 않는다.” 팬에도 전략적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 만능팬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벼운 팬과 무거운 팬이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무거운 팬이 더 좋다.


그렇다면 왜 팬이 쉽게 식는 것은 좋지 않은가? 볶음이나 튀김을 할 때 재료가 갈색이 되도록 구워야 맛이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색은 맛의 단서다. 단백질 조직이 120도가 넘는 열을 받으면 단백질은 갈색으로 변한다. 이것이 마이야르(Maillard)현상이다. 이 마이야르 현상은 아미노산과 열의 화학반응이고 그 결과물은 우리 인류가 좋아하는 풍미다. 그럼 왜 그 구운 맛에 끌릴까? 하버드 대학 인류학과 교수 리처드 랭엄은 『요리 본능』에서 인류는 화식(火食)을 통해 음식 섭취 속도와 양이 패러다임 전환적으로 늘고 그 초과된 영양 공급으로 두뇌가 진화했다고 밝힌다. 어찌되었든 이 갈색은 이미 밝힌 것처럼 섭씨 1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발생한다. 만약 온도가 낮게 되면 재료에 있는 물기가 증발되는 것이 아니라 끓는다. 팬이 가벼우면 보통 그렇다. 그래서 나는 팬을 고를 때 직접 들어보고 고른다. 한 손으로 들기 힘들면 오케이. 온라인으로 고를 때면 상품평을 본다. ‘너무 무거워서 쓰기 힘들어요’라는 평이 있으면 딱이다.



팬에 기름을 두르는 이유





기름을 치면 맛있다. 대부분의 맛과 향 분자가 수용성이 아닌 지용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에 기름을 두르는 이유는 맛을 더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역시 온도와 관계가 있다. 기름은 팬 위의 재료와 팬 사이에 온도 전달자 역할을 한다. 기름을 두르지 않고 달걀 후라이를 해보면 달걀이 팬에 달라붙고 쉽게 탄다. 왜냐하면 팬의 뜨거운 열이 매개체 없이 바로 달걀에 닿아서 그렇다. 기름은 재료 전체에 골고루 온도가 적용되도록 돕고 팬이 가진 열의 완충 작용을 하여 타는 것을 막는다(물론 너무 뜨거워지면 재료는 탄다). 더불어 버터와 같은 기름은 풍미를 더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름을 써야할까?


올리브유는 일반적으로 가열 조리에 쓰지 않는다. 이유는 올리브유의 성분이 열에 약해서다. 세계의 모든 요리사가 모르는 것이 생기면 물어보는 과학적 조리의 아버지, 화학자 해롤드 맥기에 따르면 올리브유를 일정 온도 이상 가열하면 본연의 향이 대부분 사라지기 때문에 굳이 가열 조리시에 좋은 올리비유를 쓸 필요는 없다고 밝힌다. 더불어 개성이 강해 마구잡이로 쓰게 되면 맛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과유불급인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리브유는 비싸다. 굳이 그 비싼 올리브유를 별 효용 없이 쓸 필요는 없다. 대신 좋은 올리브 오일은 음식의 마무리에 혹은 드레싱으로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옳은 선택이다. 올리브유는 발화점이 낮에 가열 조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완벽히 맞는 말은 아니다. 올리브유도 품질에 따라 발화점이 다르다. 품질이 좋은 올리브유는 발화점이 섭씨 220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그래서…





주방은 땀과 기름이 현현(顯現)하는 실존의 공간이자, 냉정한 숫자와 물리가 함께 하는 과학의 장이기도 하다. 오늘 당신이 한 요리가 맛이 없는 이유는 소질이 없어서도 아니고 날이 이상해서도 아니다. 충분히 무거운 팬을 쓰지 않았고 충분한 양의 기름을 두르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의 팔 근육이 견딜 수 있는 질량이 일정 수준 이하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몸과 머리, 뜨겁고 차가운 것이 함께 하는 이 주방의 이야기가 늘 흥미롭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요리는 그 맛으로 화답한다. 팬과 기름, 이 두 가지는 그 이야기는 충분히 귀 기울일만 하다. 혹시 아는가? 당신이 무거운 팬을 들어올려 만든 요리에서 프로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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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미식,편식:정동현의 三食일기
코스요리를 대하는 셰프의 자세
정동현
#정동현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별로 다르지도 않았다. 모두 핀셋을 들고 조그만 이파리 하나를 조심스럽게 정해진 위치에 놓았다. 완벽한 이파리, 시들어서도 안 되고, 너무 커서도 안 된다. 마치 실험실에서 일하는 것 마냥 허리를 굽히고 땀을 흘렸다. 그 뒤로 다른 접시들이 줄 지어 있었다. 내가 맡은 것은 앙트레, 지체할 수 없었다.





“뭐 도와줄까?”


“오케이, 내 뒤로 소스 뿌려.”


셰프 한 명이 도와주겠다고 내 섹션으로 넘어왔다.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접시를 캔버스 삼아 예술적 감성을 펼칠 기회는 없다. 플레이팅도 다 정해져 있다. 헤드셰프가 지난 번에 보여준 플레이팅의 사진이 옆에 붙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마음대로 플레이팅을 고쳤다가는 주방에서 가장 흔한 단어, F 어쩌구를 듣게 될 것이다. 물론 원본 보다 예쁘면 상관 없을테지만 그 찰나에 그런 ‘창조’를 하는 것 정말 쉽지가 않다. 필요한 것은 창조가 아니라 완벽이다. 국밥집처럼 밥에 국물을 부어주면 되는 것도 아니다. 접시 하나에 올라가야 하는 것들이 대 여섯 개가 기본. 하나라도 빼 먹지 않기 위해 신경이 곤두선다.


밖으로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오픈 주방이라 우리가 작업하는 것들이 다 보였다. 손님들은 신기한 표정, 처음에야 손님이 눈에 들어오지 일 하다보면 봬는 게 없다. 밭을 메는 아낙처럼 허리가 아파 온다.



코스 요리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셰프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와 철두철미함, 손님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도가 넉넉한 카드, 그리고 세 시간을 마주 앉아 있어도 지루하거나 불편하지 않은 상대다. 이성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차림새는 정장이다. 꼭 턱시도를 입을 필요는 없지만 청바지 차림은 곤란하다. 예약도 필수다. 유명한 곳은 아마 몇 주 전에 예약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예치금을 받기도 한다.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으면, 당일 취소인 경우에도 예치금은 환급이 안 된다. 그러니 알박기 하듯 예약을 할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한다.


당신이 가는 곳은 레스토랑, 먹으려는 식사는 정찬 코스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지갑을 털고 셰프는 모든 아이디어를 짜낸다. 어딘지 모르게 있어보이는 이 비싸고 긴 코스 요리의 시작은 19세기 러시아였다. 러시아 귀족들이 음식이 차갑게 식는 것을 막기 위해 하나씩, 코스로 내는 문화가 프랑스로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정통 프랑스 정찬은 아뮤즈 부쉬-앙트레-수프-샐러드-생선 요리-고기 요리-프리 디저트-가금류 요리-치즈-디저트-커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것이 법처럼 꼭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돈을 내는 대로, 셰프 마음대로 얼마든지 코스를 늘리고 줄일 수 있다. 역사 상 가장 긴 코스는 21개에 달했다고 한다.





길고 긴 여정의 시작은 입 안의 기쁨이라는 뜻의 아뮤즈 부쉬 (Amuse Bouche)다. 레스토랑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음식으로, 작고 예쁘며 재기 발랄해야 한다. 대화의 포문을 여는 작은 농담이요 가벼운 키스. 냉채 류 샐러드나 작은 튀김이 흔히 쓰인다.


님의 입 속으로 아뮤즈 부쉬가 들어가는 동시에 본 게임이 시작된다.


“퍼스트 코스, 테이블 10번!”


웨이터가 주문을 넣으면 주방에 있는 출력기에서 영수증이 나오듯 주문서가 튀어 나온다.


“트득트득”



장거리 달리기, 우아한 코스 레이스의 시작


파블로프의 개처럼 셰프들이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일분 일초가 아쉽다. 코스 사이 간격이 길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긴 코스가 더 늘어지기 때문이다. 앙트레가 빨리 나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욕하는 요리사로 악명 높은 영국 요리사 고든 램지는 “앙트레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12분 내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가 늦으면 모든 게 늦어진다. 손님도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상태와 일단 뭐라도 먹은 것은 체감 시간이 다르다.





헤드셰프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기 전, 앙트레가 손님 테이블에 놓여졌다. 남자와 여자는 조개 껍질을 들고 ‘후르릅’ 소리를 낸다. 앙트레의 기본, 굴이다. 프랑스의 영향이다. 생굴을 최고로 치는 그들의 문화 덕에 제철이 아닌 이상 굴은 앙트레의 주전 선수다. 굴이 아니라도 된다. 곧이어 나올 메인을 기대하게 만드는 은은하고 짜릿한 전희, 입맛을 돋우고 무겁지 않은 것을 내놓는 것이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간이나 고기를 갈아 익히고 식힌 파테(Pâté)와 프랑스 식 육회인 타르타르(TarTar), 조개 관자와 같은 해산물, 메추라기 같은 작은 가금류도 많이 쓰인다. 일식의 영향으로 ‘사시미’도 흔히 보인다.


그런데 두번째 코스가 나가고 나서 세번째 코스가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방 문제가 아니다. 헤드셰프가 웨이터에게 말한다.


“썅, 정말 늦게 먹네. 확인 좀 해봐.”


코스가 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짠 것 마냥 두 번째 코스에서 막혀 있다. 음식을 앞에 두고 이야기만 나누고 있다. 코스가 밀리면 회전이 늦게 되고 마감 시간도 늦춰지며, 나중에 한 섹션에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


이렇게 완급이 중요한 이유는 코스요리는 장거리 달리기이기 때문이다.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그리고 지루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코스를 짜는데 원칙이 있다면 식재료나 소스를 겹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편하자고 같은 재료를 연달아 쓰면 제대로 된 코스가 아니다. 튀긴 음식이 계속 나와서도 안 되고 구운 음식이 계속 나와도 안 된다. 한 번은 부드럽게, 한 번은 바삭하게, 한 번은 노릇하게, 식감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 그러다보면 마치 강 약 중 강 약으로 이어지는 5/8 박자처럼 리듬을 타고 식사가 절정으로 향해 간다. 그러나 그전에 거쳐야 할 것이 있다.


프리 디저트 (Pre Dessert), 메인 시작 되기 전 잠깐의 휴식, 식사의 터닝 포인트다. 프리 디저트란 이름처럼 정식 디저트가 아니다. 입맛을 정리 하기 위해 메인 요리 전에 나오거나, 말 그대로 디저트로 전에 나와 달지 않은 메인에서 디저트의 단맛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그래서 달지 않게, 보통은 오이나 셀러리 등으로 만든 소르베가 나온다.





메인도 육해공, 이렇게 세 개는 나와야 테이스팅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갑각류가 하나 더 나올 수도 있고, 양고기와 쇠고기가 함께 나올 수도 있다. 큼지막한 고깃 덩어리를 기대하지는 말자. 메인이 시작되기 전에 먹은 코스 갯수가 많게는 다섯 개, 메인도 최소 두 개다. 개별 요리의 양이 적다면 익는데 걸리는 시간도 적게 들고 조금 더 섬세하게 조리할 수 있다.


이윽고 핏기가 감도는 고기가 손님의 입속에 들어간다. 첫 번 째 절정, 앙트레와는 다른 크고 강한 맛이다. 메인에서 비프 스테이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스테디 셀러요 베스트 셀러다. 그러나 비프 스테이크는 특별한 날의 정찬으로는 너무 평범하다. 나온다 하더라도 최고급 와규(Wagyu) 정도가 아닐까? 나머지 자리는 어린 양고기와 섬세한 생선 요리,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이라면 어김없이 달달한 살점의 랍스터가 차지할 것이다.


메인이 자리를 비워주고 나면 이제 치즈 차례다. 정찬이라는 개념 자체가 프랑스에서 비롯된 것이다보니 치즈는 필수다. 원산지와 종류 별로 나눠진 십 여 종의 치즈 중 몇 가지를 고르면 웨이터는 그 자리에서 작은 덩이로 잘라 준다. 사람의 체취를 닮은 치즈 향이 레스토랑에 가득하다. 그 향은 밝기보다는 어둡고, 낮이기보다는 밤의 향이며, 정신이 아니라 육체의 것이다.


치즈를 떼어 먹는 손님들의 얼굴도 상기 되어 있다. 남녀의 속삭임은 은밀하지만 열기가 느껴진다. 그들의 열기는 차오르지만 반대로 주방은 마감을 할 시간, 메인을 내던 그 열기가 사그라든다. 셰프들은 남은 식재료를 정리하고 청소를 시작한다. 주방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를 피고 오는 이들도 있다.



긴 정찬 레이스를 마무리하다


“어땠어?”

 

“괜찮아.”





다들 말수가 별로 없다. 얼굴은 벌겋고 몸은 땀에 절어 있다. 몰래 담배 피는 고등학생처럼 빠르게, 그리고 끝까지 꽁초를 빨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 사이 바톤 터치를 하듯 디저트를 내는 페이스트리 주방이 한참 바빠진다. 코스의 후반부, 아직 강렬한 한 방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두 번 째 절정, 디저트다. 디저트만 담당하는 헤드셰프를 따로 둘 만큼 그 비중은 절대적이다. 머리 끝까지, 지금까지 나온 모든 요리가 잊혀질만큼 달고 화려하다. 메인요리처럼 두 세 번에 걸쳐 나오는 디저트, 그 중 초코렛으로 만든 요리는 무조건 나온다. 장담한다. 그것이 케이크든 수플레든 확실하다. 수플레도 마찬가지로 빠지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먹은 코스에서는 안 나왔다’며 항의는 하지 말길 바란다. 가끔은 주전이라도 쉬는 경기가 있는 법이다.


디저트 다음에도 나올 코스가 있다. 프티 뽀(Petit Four), 작은 오븐이란 뜻으로 마카롱, 초코렛과 같이 한 입에 들어갈만한 단 과자가 나온다.


“아아.”


작은 보석 같이 예쁜 것들을 입에 넣으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아쉬움 때문인지, 아니면 그토록 황홀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프티 뽀까지 마치면 차나 커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기본은 에스프레소,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음식의 잔해를 없애는, 저 어두운 밤 하늘처럼 까맣고 독한 것이다. 커피를 마실 쯤이면 디저트 쪽을 제외한 셰프들은 이미 정리가 끝내고 퇴근할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모두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이제 일어날까?”


웨이터는 정중하게 계산서를 테이블에 놓아둔다. 카드로 계산을 하고 문을 나서면, 레스토랑에서는 따로 준비한 선물을 손님에게 건내기도 한다. 레스토랑의 로고가 찍힌 간단한 소스나 주전부리가 보통이다. 먹는 것도 쉽지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긴 시간이 흐른 뒤다. 밖으로 총총히 나서면 거리는 취한 사람들이 돌아다니거나, 혹은 저 찬란한 기억과는 다른 완전한 적막이다.


“내일 보자.”


그리고 마침내 셰프들도 주방을 나선다.


“휴우.”


모두 고생이다. 손님은 먹느라 힘들고 셰프들은 그 많은 코스를 내느라 힘들다. 배를 채우자면야 김밥 한 줄에 컵라면 한그릇으로 충분하다. 코스 요리에 내는 값이면 김밥 몇 십 미터는 살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고급 레스토랑의 이익률은 5%도 안 되는 곳이 허다하다. 돈보다는 ‘최고’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셰프와 웨이터들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돈을 받으며 노예처럼 일하고, 그렇게 아낀 돈은 모두 최고급 재료와 최신 주방 기기를 사는데 쓰인다. 사치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치가 하룻밤 몇 차까지 술을 마시며 쓴 돈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매일 먹는 그렇고 그런 식사를 가볍게 압도하는 스케일, 수 십 명의 스테프가 힘을 모아 만들어낸 식문화의 정점, 3, 5, 8 과 같은 코스 숫자로는 다 드러나지 않는 우아한 드라마다.


어쨌든 우아한 음식을 만들었던 나는 배가 고프다. 밑준비에 바빠,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자정에도 여는 식당에 들른다. 코스는 아니다. 한 접시에 푸짐하게 나오는 셰프들의 소울푸드다. 크게 외친다.


“빅맥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