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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갤러리, 클레토 무나리 국내 최초 개인전 개최
경쾌하고 파격적인 컬러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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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다소 낯선 클레토 무나리와 그가 설립한 회사 클레토 무나리 컴퍼니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회사가 자리한 이탈리아 북동부 도시 비첸차Vicenza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건축가와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인 스튜디오가 그렇듯, 위대한 르네상스의 유산과 그들의 작업 세계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비첸차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친퀘첸토Cinquecento’라고 부르며 자랑스러워하는 시기, 즉 위대한 1500년대를 빛낸 도시인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 함께 빠질 수 없는 도시다. 르네상스의 수많은 위대한 천재 중에서 건축가로서 후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1500년대에 이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사이트에 비첸차를 ‘팔라디오의 도시’라고 표기했을 정도. 이런 강력한 문화유산은 20세기로 이어져 또 한 명의 위대한 거장을 낳았다. 그는 바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카를로 스카르파다. 클레토 무나리는 1973년에 카를로 스카르파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무나리는 스카르파의 조언에 따라 회사를 비첸차에 설립했고, 자신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갔다. 클레토 무나리는 현재 ‘비첸차의 자존심’으로 불리면서 팔라디오와 스카르파라는 이 도시의 거대한 유산을 잇고 있다.

카를로 스카르파는 합리주의를 우선시하는 엄격한 모더니즘으로부터 탈피한 건축으로 유명하다. 단조로움과 규칙성이 지배하는 모던 건축이 아니라 불규칙성,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만들어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신체를 일깨운다. 다시 말해, 너무 편안해서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환경을 창조해 신체와 의식을 깨운다. 이런 스카르파의 디자인 철학은 클레토 무나리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무나리가 회사를 설립한 1970년대는 전 세계에서 변화가 소용돌이치는 시기였다. 풍요로운 경제가 끝나고 위기가 찾아왔다. 보수화한 모더니즘은 디자인을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만 여겼고, 이에 따라 디자이너의 창의력은 억압당했다. 무나리는 디자이너들에게 다시 창조적 힘을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에토레 소트사스, 알레산드로 멘디니 같은 기업에 비타협적인 디자이너들이 안티디자인 운동을 벌이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이 발흥하는 시기였다. 무나리는 이들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그렇게 해서 창조적 열정으로 가득한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클레토 무나리 컬렉션이 탄생했다.

대구신세계 8층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클레토 무나리 전시회 전경 (9.1~9.30)

클레토 무나리는 자사의 디자인 정체성을 만들던 1970~80년대에 ‘디자인’이 갖는 의미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디자인이 기술과 너무 깊이 연관되어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이 이성의 힘에 종속돼 지나치게 건조하고 딱딱하다고 비판한 것이다. 무나리의 첫 번째 제품 라인인 실버 컬렉션은 오랜 시간 투자해 1978년에 첫 제품이 탄생했다. 그의 정신적 지주인 카를로 스카르파의 주전자다. 이 주전자는 매우 단순한 원통형이다. 하지만 주둥이와 손잡이로 인해 대단히 독창적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원래 단순할수록 그것을 제조하는 것은 어렵기 마련이다. 이 제품은 비첸차가 위치한 베네토Veneto주의 전통적 장인들과 협업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다. 이 디자인을 생산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고 하니 그들의 열정과 노고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 주전자는 지금까지도 무나리가 가장 좋아하는 제품 중 하나다. 스카르파의 주전자에 이어 가에 아울렌티, 마리오 벨리니, 에토레 소트사스, 한스 홀라인, 알레산드로 멘디니, 루이지 콜라니 등 당대 최고의 건축가와 디자이너 제품이 추가되면서 실버 컬렉션은 더욱 풍성해졌다. 1980년대까지 이어진 실버 컬렉션 제품은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소장품이 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처럼 당대의 뛰어난 창조자와 장인들을 연결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재능의 연결자’로서 클레토 무나리의 능력은 최고조에 이른다. 다양한 건축가, 디자이너와 협업해 하나의 제품 라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클레토 무나리가 개척한 것이고, 이런 제품은 ‘신국제 양식New International Style’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982년에 알레시가 발표한 ‘차와 커피 피아자’라는 협업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신국제 양식의 사례로 언급되는데, 이는 사실 클레토 무나리 실버 컬렉션의 뒤를 이은 것이다.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것은 제품 라인에 무수히 많은 문화적 유전자를 담는 결과를 낳는다. 실버 컬렉션에 이어 1985년에는 150점의 액세서리로 구성된 주얼리 컬렉션을 발표했다. 이 컬렉션에도 전 세계의 뛰어난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참여했고, 주얼리는 각각의 건축가와 디자이너 스타일과 문화적 정체성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의 반지는 그의 대표작 칼톤 책장을 닮았고, 화가 산드로 키아의 반지 역시 그가 그리는 그림 속 인물과 닮아 있다. 그런가 하면 1987년에 발표한 시계 컬렉션 중 건축가 한스 홀라인이 디자인한 손목시계는 고전 건축물처럼 생겼다.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인 한스 홀라인은 1970년대에 고전 건축물의 형식을 본뜬 건축 작품으로 유명했는데, 자신의 그런 건축적 모티프를 시계에 그대로 가져왔다.

1990년대 들어 클레토 무나리는 새로운 장르로 컬렉션 라인을 확장했다. 1990년대 초반 무나리는 유리 공예 산업으로 유명한 무라노Murano의 유리에 흠뻑 빠져 글라스 컬렉션이 탄생한다. 무라노 역시 비첸차와 같이 베네토주에 속한 섬이다. 글라스 컬렉션은 21세기까지 이어져 2002년에 베로나 글라스 컬렉션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마테오 툰, 마리오 보타, 보렉 시펙, 리처드 마이어 같은 세계적 건축가와 함께 클레토 무나리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검은색 표면 위에 흰색 선으로 사람 눈이 그려진 유리 오브제다. 이 눈은 마치 예리하게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자신의 역할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2004년에는 무나리 자신을 포함해 5명의 건축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 바치는 ‘5개의 펜 컬렉션’을 발표했다. 무나리는 아프리카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월레 소잉카에게 헌정하는 만년필을 디자인했다. 그는 평소 종이에 옮긴 글은 낭만과 따뜻함을 운반하는 힘을 지녔다고 확신했고, 이러한 믿음에서 영감을 받아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컬렉션에는 클레토 무나리 컴퍼니에서 출판한 책이 포함되어 있고, 이 책에는 작가들의 친필 글자가 인쇄되어 있다. 이러한 작업에서 클레토 무나리 컬렉션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클레토 무나리의 컬렉션은 기본적으로 매우 고가의 럭셔리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단지 고급 재료와 화려한 디자인만으로 그런 럭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의 재치와 유머 감각, 문화적 향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그는 사업적 한계, 예를 들어 시장의 눈높이와 대중성 같은 것을 변명 삼아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제안하지 않는다. 그는 누구보다 디자인의 혁신에 관대하다. 그러면서도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보기 드문 사업가다. 아마도 그 스스로가 창조적인 디자이너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뛰어난 크리에이터들과의 친분과 적절한 선정, 베네토주의 장인 기술, 비첸차의 문화유산, 시대적 흐름 같은 것을 적절히 결합하고 연결해 오늘에 이르렀다.

2000년대에 클레토 무나리는 가구, 카펫, 세라믹 등으로 컬렉션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2016년에는 주얼리 컬렉션을 발표했다. 그의 나이 86세 때의 프로젝트다. 1973년, 43세의 나이에 카를로 스카르파와 운명적 만남을 갖고 회사를 설립한 뒤 이제 45년째 접어든 클레토 무나리 컴퍼니의 제품은 여전히 젊고 활기차고 생생하며,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다. 평생을 아름다움의 수집가, 감성의 발명가, 예술가들의 친구로 살아온 클레토 무나리의 천진난만하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E카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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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화점으로 바캉스 간다!
한여름의 백캉스
신세계백화점


여름을 나기엔 시원한 에어컨, 다채로운 즐길 거리,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백화점만 한 곳이 없다. 올여름, 신세계백화점에서 즐기기 좋은 핫 플레이스 9곳을 소개한다.



백화점에서 바다를 만나다 얼라이브 아쿠아리움



해양 동물과 함께하는 수중 공연, 비눗방울 쇼 등 다양한 이벤트가 가득해 가족 단위로 즐기거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좋은 ‘얼라이브 아쿠아리움’. 인어 공주가 된 듯한 기분으로 아쿠아리움의 바다를 마음껏 누벼보자.



커피향 가득한 북캉스 빈브라더스 X 반디앤루니스



고객 한명 한명의 커피 가이드가 되고자 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빈브라더스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반디앤루니스가 협업한 공간, ‘ 빈브라더스×반디앤루니스’. 책을 읽으며 커피를 즐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뽀로로와 함께하는 특별한 바캉스 뽀로로빌리지



뽀로로를 주제로 구성한 신개념 테마파크 뽀로로빌리지는 아이들의 최고 휴양지다. 약 1000평(3300m²)의 넓은 공간으로 꾸며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을 뿐 아니라 뚜뚜카 트랙, 뽀로로 하우스, 통통이 소극장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트램폴린 위에서 신나게 점프!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얼마 전, 새 단장을 마친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에서는 모션 기반 게임과 압박 센서를 결합한 트램폴린존과 더불어 로프코스 등 컨텐츠를 결합한 어드벤처존, 어린이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키즈존 등을 만날 수 있다.



백화점에 공룡이 나타났다! 주라지



쥐라기 공원을 연상시키는 주라지 센텀시티는 광안대교가 훤히 보이는 탁 트인 조망권이 압도적. 코끼리, 악어 등 동물을 메인으로 꾸민 주라지 대구는 구역마다 스토리가 담겨 있어 한 편의 동화를 직접 경험하고 나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 부산



보트 조종 스쿨 등 로컬 체험 프로그램이 가득한 ‘키자니아 부산’은 시즌마다 리뉴얼된 새로운 직업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부모 동행 없이 전담 슈퍼 바이저가 아이를 케어하는 ‘스스로 키자니아 서비스’는 특히 인기가 높다.



여유로운 도심 속 휴식공간 에스가든



여유로운 분위기의 도심 속 휴식공간 ‘에스가든’. 프랜시스 버넷의 동화 <시크릿 가든>을 모티프로 만들어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눈에 띈다.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바닥 분수’와 안개가 뿜어져 나오는 ‘미로 정원’은 여름철 최적의 장소다.



영화를 보면 쉐프의 요리가 온다?! 씨네드쉐프



영화 관람 전후로 파리 ‘메종 코스탕’에서 실력을 쌓은 김성원 셰프의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영화관 ‘씨네드쉐프’는 소파형 좌석인 ‘살롱S by 체리쉬’와 침대형 좌석 ‘템퍼시네마’ 중 선택할 수 있어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오감만족 복합 문화 공간 신세계갤러리



백화점 최초로 화랑을 열었던 역사를 토대로 하는 복합 문화 공간인 ‘신세계갤러리’는 다양한 전시와 아트 이벤트로 시각적 즐거움을 전한다. 올 여름, 인천에서는 <미술관 크루즈 바캉스 – 바다의 시간>을, 광주에서는 <아트바캉스>를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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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갤러리 지상현 수석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거장의 갤러리’
[SSG미술] 호안 미로(JOAN MIRO)편
#미술





 

호안 미로(JOAN MIRO), 예술의 기쁨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11세 소녀의 삶과 감정을 대상으로 한 정신분석학적 통찰력을 보여주는데요. 기쁨, 슬픔, 두려움, 분노, 혐오라는 다섯 가지 기본 감정 중 특히 기쁨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며 어느 하나 없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기발하고도 새롭게 풀어냈습니다. 트리니티 가든에 서있는 호안 미로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조각을 바라보면서 이 영화의 메시지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인간의 무의식과 본질에 관심이 있던 미로는 밝은 색채와 단순한 상징으로 꿈과 환상의 예술을 창조한 작가입니다. 아이의 그림처럼 순수하고 자유로운 미로의 작품을 보면, 작가의 밝고 행복한 내면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유쾌해 보이는 미로의 작품 속에는 우리가 상상한 것과는 다른 우울한 세계가 존재했답니다.




 

억압된 현실에서 찾은 어린 시절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관 옥상에 위치한 트리니티 가든에 들어서면 동글동글한 모양 매끄러운 검은 피부 그리고 약 2m에 거대한 덩치의 조각과 마주하게 된다. 언뜻 만화 캐릭터나 동물을 연상시키는 이 귀여운 조각은 꿈과 환상의 예술가 호안 미로의 작품 ‘인물 Personnage’이다.

 


“출생 지역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표적 작가가 있다면 그것은 의심 없이 호안 미로입니다. 카탈루냐와 미로는 운명적이었고 이 양자 관계는 영속될 것이다”라는 존 페르초의 말처럼, 미로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1893년 스페인 카탈루냐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그는 보석상과 시계 제조업을 하는 아버지와 가구상을 하던 외조부로부터 뛰어난 손재주와 창의성을 물려받았는데요. 미로는 가족으로부터 상업에 종사하도록 강요받자 심한 좌절감에 빠졌고, 신경쇠약으로 병을 얻어 근교 농장으로 요양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미로는 농장의 밝고 따스한 자연환경으로 점차 정신과 육체가 회복되면서 미술에 빠져들었고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동안 억눌렸던 재능과 예술적 감각을 방출하듯 미로는 카탈루냐의 따뜻한 기후가 만들어내는 풍경과 선명한 색채, 풍부한 감성으로 가득 찬 안정되고 사실적인 회화를 그렸습니다. 이곳의 사람들, 동물, 새, 곤충, 나무, 태양과 대지는 미로를 매료시켰으며, 미로의 평생에 걸쳐 예술적 상상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나는 비관주의자이다. 모든 상황을 나쁜 방향으로 생각한다. 만일 내 그림에서 무언가 유머러스한 점이 있다면, 이는 의식적으로 추구한 것이 아니다. 아마도 유머는 내 기질의 비극적 측면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는 단지 자동적인 반작용이다.”

 

이런 미로의 말처럼 미로의 내면에는 밝은 부분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미로가 스페인과 파리를 오가며 예술적 성장을 이루고 있을 무렵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게 되는데요. 평화롭던 카탈루냐는 쿠데타로 집권한 프랑코 정권에 의해 전쟁과 정치적 탄압의 무대로 변하고 미로는 국외로 도피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유럽 역시 양차대전의 혼란 속에 있었습니다. 전쟁 침략자들은 자유의 산물을 상징하는 예술 활동을 파괴했고, 미로는 전쟁을 피해 이곳저곳을 떠도는 이방인이 되었습니다. 추방당한 자의 상실감, 고향을 향한 그리움, 전쟁의 참상, 폭력으로 인한 절망과 상처, 오랜 타향살이와 이방인의 삶이 미로의 내면을 점령했습니다. 이 시기 미로는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를 접하였고 특히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에 매료됩니다. 전쟁의 충격 속에서 태어난 초현실주의는 이성의 억압과 통제로부터 해방되어 무의식과 인간 본질의 자유를 추구했습니다.

 

 

성숙할수록 단순화되고, 본질로 돌아가다




호안 미로, 인물 Personnage, 1974, 브론즈, 190×150x173cm

 


미로는 자신의 작업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무엇을 그리기 위해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형태가 스스로 드러난다. 형태는 내 붓 아래에서 여자가 되기도 하고 새가 되기도 한다. 첫 단계는 자유롭고 무의식적이지만 두 번째 단계는 치밀하게 계산된다.”

 

무의식과 의식을 오가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미로의 작품들은 대상의 사실적인 재현에서 자유로워지고, 점차 대담하고 단순하고 추상적인 상징과 기호들로 변모합니다. 미로 고유의 스타일이라 일컫는 뚜렷한 색감, 무한한 공간감, 상징화된 계단, 별, 새, 여자 등은 바로 이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아이들의 그림이나 낙서의 자유로움을 찬미하듯, 미로의 꿈과 환상의 이미지에 빠지게 됩니다. 당시 그가 처해있던 고통의 상황과 피폐한 내면은 역설적이게도 초현실주의를 통해 아이 같은 순수성과 상상력이 넘치는 즐거운 예술을 낳습니다. 즉 미로의 꿈과 환상의 예술은 억압된 현실에서 자유를 꿈꾸는 열망의 산물이었던 것입니다. 미로는 회화뿐 아니라 조각, 판화, 벽화 등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예술적 재능을 실험했습니다. 특히 조각은 회화만큼이나 많은 작품 수를 남겼는데요. ‘인물 Personnage’는 미로의 노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초기의 왁자지껄했던 형태들은 단순화되어 대상의 본질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는 작품 속 형태에 대해 “내게 있어 형태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항상 사람, 새 아니면 그 외의 것들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인물 Personnage’는 현실이 아닌 상상 속 인물입니다. 보는 각도나 사람에 따라 통통한 여인이기도 하고 귀여운 새이기도 하고 주전자이기도 하고 도라에몽(일본 만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미로는 상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작품 특성에 맞는 주조소를 선택했습니다. ‘인물 Personnage’은 파리에 위치한 쉬스 Susse 주조소에서 만들어 브론즈에 매끄러운 표면 처리를 해 한층 유연한 느낌을 줍니다. 이것은 시각적인 상상뿐 아니라 촉각적인 상상을 하도록 자극합니다.





인물 사진의 거장 유섭 카쉬가 미로를 촬영할 당시 “호안 미로에게 작업복을 입히자 그의 아이 같은 재치와 유머러스함이 사진에 나타났다”고 회상했습니다. 미로가 스스로를 비관적인 사람이라고 했음에도 그의 표정과 작품은 비관적인 내면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천진난만하고 유쾌하고 행복합니다. 그는 꿈과 환상의 세계를 그리며 슬픔과 기쁨의 순간을 느끼며 살았을 것이고, 이것이 우리에게 전달되길 원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동화처럼 1983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호안 미로는 그가 평생 그려온 별이 빛나는 하늘로 떠났습니다. 삶이 고단하고 우울하게 느껴질때, 트리니티 가든의 ‘인물 Personnage’를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요. <인사이드 아웃>처럼 ‘슬픔’의 감정을 가진 호안미로라는 위대한 예술가 친구가 ‘기쁨’을 가져다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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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갤러리 양주혜 개인전 소개
[신세계백화점] 양주혜전-시간의 그물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직물 위에 색점을 찍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양주혜 개인전


 

-전시기간 : 2015-01-22 – 2015-02-25

-전시장소: 신세계갤러리 본점





2006년 광화문 제자리 찾기 공사가 진행 중일 때 공사장에는 바코드와 광화문 형상이 겹쳐있는 가림막이 세워졌습니다. 광화문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배경에 점과 바코드를 이용해 광화문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겹쳐 그린 가림막입니다. 양주혜의 대표적 공공미술작품으로 그의 작업 특징을 가장 선명히 나타내고 있습니다. 양주혜의 작업은 항상 시간과 결부됩니다.

 

유학시절 읽어내기 어려운 불어로 된 책 위에 글자를 지워나가듯 색칠을 한 것이 그가 30여 년 넘게 계속하고 있는 색점 작업의 출발점입니다. 하나의 색점 위에 또 다른 색점을 찍어나가면서 지난 시간을 감추고 새로운 시간을 덧입힙니다. 수많은 색점을 만들고 지워나가는 과정이 곧 시간의 기록이며 작가는 이렇게 점을 찍는 과정을 통해 시간이 공간화되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하나하나 점을 찍어 나가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어울림입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지구에 남은 딸 머피의 시간과 우주여행을 떠난 아버지 쿠퍼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 딸이 아버지보다 먼저 늙어버린다는 설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상대성이론이라는 물리학 이론을 동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황과 사람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얼마든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쉽게 공감합니다. 양주혜는 바로 이러한 상대적인 시간, 그리고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경험한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책에서 시작된 양주혜의 색점은 캔버스에 옮겨졌다가 타올, 방석, 이불, 침대보 같은 일상용품에도 올려졌습니다. 문화관광부 청사, 아르코 미술관, 광장과 같은 공공의 공간에서 나아가 바닷가 백사장, 버스와 기차, 전철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을 가리지 않습니다. 일상과 시간의 지배를 받는 모든 공간은 그의 시간과 캔버스로 직조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직물 위에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천은 직조의 특성에 따라 그 위에 칠해진 물감에 조응하여 자연스러운 구김을 만들며 형태가 변합니다. 바탕천 위에 올려진 점과 선은 직물의 성격과 형태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습니다. 직물과 물감들이 만드는 구김은 색에 다양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마치 인드라(Indra)의 그물코와 구슬처럼 점과 선 면은 서로 조응합니다. 바로 이러한 공감각적 경험이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행위에서 보편성과 공감이 발생하는 지점입니다.

 

오래 곰삭아 세상에 나온 작가의 시간이 담긴 화면은 마치 음악처럼 느껴집니다. 보는 이의 심금에 따라 다른 울림을 낳으며, 만나는 시간에 따라 다른 조형으로 느껴집니다. 목적지가 분명한 산문이 아니라 듣는 이마다 다른 길로 이끌리는 시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