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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물로 시대를 대변하는 팝 아티스트
명품과 함께 소비되는 스티븐 윌슨의 작품세계
신세계백화점


일상의 오브제를 수집해 자신만의 독특한 컬러와 시각으로 표현하는 영국 아티스트 스티븐 윌슨(Steven Wilson). 글로벌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도 유명한 그의 전시가 2018년 7월 3일까지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한국 전시를 기념해 시인 이원의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문학과 지성사)의 시들을 형상화한 작품

Let the Love be Born, 100 × 100 cm, Edition of Screen Print, 2018


1964년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 의 ‘브릴로 박스(Brillo Box)’가 발표되었을 때 미국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아서 단토(Arthur Danto, 1924~2013)는 이 작품을 근거로 ‘미술의 종말’을 주장했다. 그의 요지는 “다원주의 시대에 작품의 외형은 더 이상 미술의 자격을 부여하는 절대적 요소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장 보드리 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는 〈소비의 사회〉라는 책에서 우리가 익히 팝아트라고 동의하고 이를 대표하는 앤디 워홀의 작품을 “서명이 소비되는 사물로서 예술이라고 하는 독자적 지위를 추구한 최초의 형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은 1917년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의 작품 ‘샘(Fountain)’을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레디메이드(Readymade)’라는 개념과 작가의 서명이 들어 있는 어떠한 사물도 작품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선보인 사건 말이다. 이로부터 약 50년 후 앤디 워홀은 ‘브릴로 박스(Brillo Box)’를 통해 사회의 산물인 기성의 상품에 서명이 포함된 작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현대미술이라고 하는 어떤 개념과 형식을 대중에게 추인받을 수 있었다.


다시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더 분화되고 확장된 예술의 형태와 양식이 우리 앞에 제시되고 있다. 이제는 굳이 작가의 서명, 공인된 전시 공간 같은 이전 시대의 문법을 따를 필요조차 없을 만큼 예술은 광의적이고 일상적인 개념이 되었다.



(좌) Sneaker, 59.4 × 42 cm, Edition of Giclee Print, 2009

(우) Polaroid Land, 70 × 50cm, Edition of 200 Screen Print, 2017


이제 예술은 특수한 조건과 상황을 갖춘 것이 아닌 우리의 삶과 일상에서 존재하고 소비되고 있으며, 그 기저에는 고도의 기술 개발과 정보의 공유로 인한 소통이 밑받침되고 있다. 이제 모든 것이 예술이고 모두가 예술가인 시대에 당면한 것이다. 규정할 수 없기에 모두에게 열려 있고, 모두에게 열려있기에 더더욱 예술을 특수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시대가 된 것이다.



Turntable, 50 × 70cm, Edition of 20 Screen Print, 2018


자본의 시대는 모든 것을 시각화하고 그것을 소비시킨다. 그것이 지금의 시각을 다루는 예술이 당면한 현실이다. 이러한 시대를 어떻게 관통할지는 예술가 개개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시대는 모든 것이 거래되고 재화로 공인되어야만 가치를 획득할 수 있고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점이며 예술 역시 여기서 비켜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전 시대의 예술가들에 비해 동시대 예술가들이 시장 친화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귀결이고, 이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워홀의 말처럼 “돈 버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고, 미래의 미술관은 백화점이 될 것이다”라는 그의 예측을 확인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티븐 윌슨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시각예술의 요청을 자신만의 독특한 컬러로 채색하면서 문맥을 형성해가고 있는 작가다. 런던 출신 아티스트인 그는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흔히 알려진 일상의 오브제를 수집하고, 그 수집품을 판화 기법 중 하나인 실크스크린 방식을 통해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가 표현하는 주변의 사물들은 이 시대의 아이콘처럼 각인된다. 팝아트 이후 현대미술에서 새롭게 보일 수 있는 영역으로 제품과 작품, 상품과 예술 사이를 넘나들며 실험적 작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전의 시대에 비해 더욱 적극적으로 우리의 삶에 개입하고 있다.



현대미술과 일상의 접점을 찾고 있는 그의 다양한 작품은
에르메스, 칼 라거펠트, 아디다스, 시트로엥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우리 일상에서 다양하게 소비된다.


국내 색조 화장품 브랜드인 DLA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최근 론칭한 ‘DLA Style Fit Pact’.


화려하고 독특한, 그리고 생기 넘치고 활기차 보이는 스티븐 윌슨의 작품은 다양한 프린트 작품뿐 아니라 타이포그래피, 그래픽 디자인 및 아트 디렉션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로 구성된 제품 기반을 통해 대중의 삶 속에서 소비되어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주로 명품과 글로벌 브랜드라 일컫는 제품에 차용되고 컬래버레이션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인구 15만 명인, 영국 남동부에 위치한 한적한 항구 도시 브라이턴 (Brighton)에서 수도자적 삶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세상이 요구하는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스티븐 윌슨의 작업 방식과 이미지는 현대사회에서 글로벌이라는 어떤 표준과 브랜드라는 제품과 함께 국경과 인종, 성별을 초월해 존재하고, 소비된다. 어느 신문에서도 소개했듯이 “그는 화가이기 전에 이미지를 전달하는 메신저”이고 우리는 그 이미지를 통해 지금의 시대를 인식한다.



스티븐 윌슨의 작업은 지금의 시대를 요약하는 수많은 방식 중
하나의 모델이고 형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낄지는 우리 각자의 몫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의 캐릭터 크렁크(Krunk)를 시각화한 작품

Bubble Krunk, 100 × 100cm, Edition of 15 Screen Print, 2018


앞으로의 예술이 어떻게 전개되고 나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스티븐 윌슨의 작업은 지금의 시대를 요약하는 수많은 방식 중 하나의 모델이고 형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낄지는 우리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어떤 형식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우리의 선택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과 작업을 무엇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냥 세상을 자신의 감각과 색깔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혼재하는 세상. 그래서 길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서 스티븐 윌슨의 작업과 작품을 통해 ‘나’라는 개인이 바라보는 세상, 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존감을 성찰하고 지금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것을 지금의 예술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