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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현 셰프의 음식을 쓰다
그리운 추억의 맛, 노포 중국집 BEST3
정동현
#정동현


한국의 전통음식은 불고기일까? 세계에 소개할만한 음식은 김치일까? 그러나 정작 불고기를 자주 먹는 한국인은 드물다. 앞에서는 클래식을 듣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메탈리카를 즐겨듣는 내 취향처럼, 한국의 자랑스러운 음식이 아닌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을 꼽자면 당연 ‘짜장면’이 맨 앞에 서 있다.



중국 음식이라고, 때로는 ‘짱깨’라는 비속어를 쓰며 낮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짜장면 한 그릇에 켜켜이 쌓인 기억을 생각해보면 이보다 가까운 음식이 없고 이보다 특별한 요리가 없다. 그리고 이 짜장면을 파는 오래된 중국집들을 보면 나이 든 어르신의 굽은 등을 보는 것처럼 애잔한 마음이 든다. 뼈는 휘고 살은 말랐지만, 여전히 근육이 살아 있다. 땀을 흘리며 느리게 걷지만 멈추지 않는다.



색바랜 간판을 달고 반들반들한 테이블 위에 간장과 식초를 올린 옛 중국집들도 마찬가지다. 중화 냄비를 잡는 노인은 주문이 멈출 때마다 앉을 곳을 찾지만, 주문이 들어오면 익숙하고 빠른 몸짓으로 벌건 불 앞에 선다. 가마솥을 뒤집은 듯 커다란 중화 냄비는 탈을 쓴 곡예사가 사자춤을 추듯이 위아래로 몸을 떨며 흔들린다.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웍의 숨결(Wok Hei, 鑊氣)’이라고 하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이 탄생한다. 냄새를 맡으면 채 식지 않은 주방의 열기를 타고 상긋한 채소와 부드러운 고기, 탄력 있는 면의 물성이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것 같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것은 수십 년간의 노동에 익숙해진 나이 든 육신의 향기다. 그 향기를 맡기 위해 나는 서울 시내의 낡은 간판을 쫓는다.



광화문 뒷길의 50년 터줏대감, 동성각



그 발걸음이 가장 먼저 닿는 곳 중 하나는 광화문 ‘동성각’이다. 세종문화회관 바로 뒤 좁은 골목에 있는 동성각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찾기 쉽지 않다. 널따란 홀이 있는 1층과 방들이 좁게 들어찬 2층이 있고 홀 구석구석 마다 홀로 식사를 하는 이들이 있는 그곳이라면 제대로 찾은 것이다.


메뉴는 전형적인 중국집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집의 묘미는 요즘 무슨 무슨 맛집처럼 하나만 딱 먹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마음이 통하는 몇몇과 함께 테이블 하나를 잡고 메뉴를 여럿 시켜야 한다.



오래된 집이 보통 그렇듯 이 집도 메뉴 뭐 하나 빠지지 않지만 그래도 닭고기를 튀겨 마늘소스를 곁들인 뒤 양상추와 함께 내는 유린기, 그리고 고기와 해삼 등을 얇게 채 쳐서 빠르게 볶아낸 유산슬은 시켜보는 편이 좋다. 바삭하게 튀긴 유린기 닭튀김의 겉면은 아삭거리고 고기는 부드럽게 씹힌다. 양상추는 튀김옷과 함께 왈츠를 밟듯 경쾌한 식감을 이루고 달고 짭조름한 마늘소스는 변박자로 요리에 재미를 불어넣는다.


칼질과 빠른 타이밍에 양념을 넣고 볶아야 하는 기술이 중요한 유산슬은 의외로 제대로 하는 집이 드문 요리다. 사람들의 취향은 탕수육과 같은 튀김 요리로 쏠리고 있고 덕분에 유산슬과 같은 볶음 요리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 곳도 많다. 그러나 간장이 뜨거운 열을 만나 캐러멜과 같은 독특한 향기를 만들고 해삼, 돼지고기, 아스파라거스 같은 재료들이 소스의 힘에 하나의 요리로 만들어지는 모습은 중식당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기다란 중화풍 젓가락으로 중국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요리를 나누어 먹는 정취 역시 그렇다.



관광지의 소음도 비껴가는 장인의 맛, 혜빈장



광화문을 떠나 서쪽으로 멀리 길을 떠나면 동인천 차이나타운 근처에 있는 ‘혜빈장’에 다다른다. 조악한 장식물과 뜨내기손님을 끄는 세트 메뉴가 장악한 인천 차이나타운은 소문만 무성하고 실제 먹을 것은 드물다. 그곳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 무심히 콘크리트 도로가 깔렸고 사람들이 터벅터벅 걸으며 잠시 허리를 펴며 쉬는 곳에 혜빈장이 있다.


페인트칠한 단층 건물에 문을 당겨 들어가면 안에는 테이블 몇몇이 단출히 놓여 있을 뿐이다. 주방에 서 있는 요리사는 한눈에도 은퇴를 앞둔 것처럼 보이고 홀에서 손님을 맞는 이 역시 일반 정년을 훌쩍 넘어선 것이 확실하다. 이곳은 메뉴가 다른 곳처럼 길지 않다. 손님이 적은 수가 아닌 것이 첫째 이유, 혼자서 주방을 보는 노구(老軀)가 이겨낼 수 있는 노동의 한계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오는 음식을 보면 타협이 이루어지는 지점은 낮지 않다. 주방을 홀로 책임지기 때문에 주문이 밀리면 꽤 기다려야 한다. 바쁠 때 후루룩 먹고 가는 식당은 아니다. 하지만 바다를 가까이 한 동인천의 옅은 소금물 냄새, 그 냄새와 함께 바래간 건물과 켜켜이 쌓인 시간을 느끼다 보면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리라.



주방에서 치익치익 채소가 불에 닿아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고소한 기름 냄새가 흘러나오면 식욕이 조금씩 요동친다. 어릴 적 동네에 놀러 나갔다가 들어와 허기진 마음으로 밥상을 기다리던 그때처럼 얌전히 앉아 있으면 어느새 그릇이 앞에 놓인다. 산미가 진하게 풍기는 옛날식 탕수육도 좋지만, 이곳에서 무조건 먹어봐야 할 음식은 간짜장과 짬뽕이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음식이지만 이곳의 음식은 시간 속에 희석되거나 바래지지 않은 힘이 담겨 있다.


채소와 고기를 칼로 잘게 다진 뒤 춘장과 함께 볶아낸 간짜장은 질척거리거나 둔탁하지 않다. 한가닥 한가닥 선이 보이는 수공예품처럼 간짜장의 재료는 알알이 살아 있다. 면을 슥슥 비벼 입에 넣으면 강한 자극보다는 유순히 머리를 쓰다듬는 정겨운 맛이 느껴진다. 단맛은 절제되어 있고 간간한 맛은 해무처럼 그윽하게 깔려 튀지 않는다. 짬뽕은 그에 비해 맛이 강하다. 바닷가에 앉아 해산물을 듬뿍 넣어 끓인 탕처럼 매운맛이 의외로 강해 이마에 땀이 조금씩 맺힌다. 그릇을 비울 때쯤 해서는 ‘캬’하는 탄성도 나오는데 그때마다 무심히 흘러간 시간이 몸으로 느껴진다.



수타면이 불러오는 추억의 그 맛, 현래장



먼 길을 돌아 다시 서울로 올 시간이다. 서울에서도 오래전부터 음식점이 많았던 마포의 ‘현래장’으로 가보자. 불교방송국 빌딩 지하에 있는 현래장은 마포 먹자골목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 있다. 상가도 몇 되지 않는 지하에 무슨 중국집일까 생각하다 막상 그 앞에서 서면 꽤 큰 규모에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멀리 통유리로 막힌 주방이 보인다. 그 안에는 머리가 하얀 주방장에 가운데 섰고 그 양 옆으로 당당한 체격의 요리사가 몇 서서 중화 냄비와 칼을 잡고 있다.



이곳의 모든 면 요리는 수타면을 쓴다. 당연히 면 요리에 강점이 있고 그 짐작은 틀리지 않는다. 포슬포슬한 감자와 달달한 양파를 크게 썰어 넣은 옛날짜장은 잊혔던 기억을 새삼스럽게 되살린다.


어머니에게 졸랐던 짜장면, 졸업식 날이면 으레 먹었던 짜장면, 군대 휴가를 나와 먹던 짜장면, 그 하찮은 음식과 맞닿은 추억이 너무 많아서 실상 제대로 세어지지 않는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모여 이뤄낸 나란 사람. 그런 상념들이 흩어지며 입속으로 짜장면을 밀어 넣는다. 탄성이 있는 면발은 기계로 뽑은 것과는 결이 다른 쫄깃한 맛을 낸다. 면발이 입술을 치고 목구멍을 때린다. 진한 갈색빛을 한 짜장에 얽힌 단맛과 짠맛, 고소한 풍미. 오랫동안 알고 지낸 맛이다. 그래서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맛과 시간이 면처럼 얽혀 몸에 스며든다.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 정동현 셰프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에서 '먹고(FOOD) 마시는(BEVERAGE)'일에 몰두하고 있는 셰프,
오늘도 지구촌의 핫한 먹거리를 맛보면서 혀를 단련 중!
저서로는 <셰프의 빨간 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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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미식,편식:정동현의 三食일기
노포, 낡은 거리에서 세월의 맛을 느끼다
정동현
#정동현


아무리 가도 가도 다른 것이 없다. 여기에 가도 저기에 가도 사람들은 똑같은 곳에 앉아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주제를 논할 뿐이다. 전동차 안에 앉아 죽은 듯 눈을 감고 무표정한 얼굴로 하루를 보내고 끝나는 시간, 나는 번화한 거리가 아닌 어두운 뒷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크고 깨끗한 빌딩은 아니다. 불빛이 휘황찬란하지도 않고 사람들이 넘쳐나지도 않는다. 콘크리트 포장이 벗겨져 울퉁불퉁한 거리의 건물은 낡고 불빛은 어둡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숲속의 작은 짐승들처럼 낯을 가리고 목소리를 낮춘다. 그이들이 찾아드는 집들은 찾기 어렵고 찾았다 해도 겉모습을 보고 가늠하기 어렵다. 과연 제대로 온 것일까? 영업은 하는 것일까? 용기를 내어 문을 열면 시간이 멈춘 듯 아마 저 옛날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손때가 묻어 반들반들한 탁자, 끝이 닳아버린 숟가락, 허리가 굽은 주인장, 낮은 조도의 형광등 불빛에 의지해 보내는 시간은 오래된 농담 같다. 그리고 이 농담은 한국의 부(富)가 모여든다는 강남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거센 세월의 흐름이 돌아가는 곳, 강북의 을지로와 종로에 은일(隱逸)을 꿈꾸며 오래도록 자리한 노포(老鋪)에서 잊힌 노래를 듣는다.


세월의 맛을 느끼려 노포를 찾는다면 우선 가야 할 곳은 을지로 3가 일대다. 아직도 문을 닫지 않은 철공소 단층 건물이 군락을 이룬 이곳에 가면 골목 어귀어귀 작게 둥지를 잡은 식당이 여럿이다. 늦은 저녁거리를 걸으면 까맣게 절은 러닝셔츠마저 벗고 등목을 하는 사내들이 있다.



그 골목에서 가장 자리 잡기 힘든 곳은 '세진식당’이다. 1991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탁자 하나에 석유 곤로를 놔두고 라면 장사로 시작했다는 이곳은 이제 어엿한 식당이요, 주인의 아들은 중년이 되어 머리가 희끗하다. 메뉴를 보면 흔한 밥집 메뉴인 김치찌개, 된장찌개부터 시작하는데 삼합, 생태탕에 이르러서는 고개가 갸웃한다. 그러다 시가(市價)인 갑오징어 숙회를 보면 이곳의 정체성에 대해 잠시 고민하게 된다. 보통 오래 살아남은 집들이 그러하듯 주문이 들어가면 음식은 빠르게 나온다. 업력이 길어 손님이 어떤 주문을 할지, 어떻게 하면 음식이 빨리 나갈지 이미 계산이 서 있다.



유지태를 닮은 중년의 아들이 음식을 가져다주면 맛을 볼 차례가 남는다. 흘깃 주방을 살펴봤을 때는 채 1만 원이 되지 않는 싸구려 프라이팬과 찜기와 솥뿐이었는데 나오는 음식의 수준을 보면 과연 고수는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양념의 맛은 과하지 않고 오로지 미각을 자극하는 만큼만 쓰였을 뿐이다. 흔한 오징어 볶음도 이곳의 맛은 다르다. 채소를 약한 불에 볶아 물이 흥건한 하급이 아니다. 물이 자작하니 북인도의 드라이 카레를 먹는 것 같은 농축된 맛과 오래 볶지 않아 질기지 않고 쫄깃한 식감만 남았다. 강남의 반값도 되지 않는 갑오징어 숙회는 이 집의 필청 메뉴요, 민물새우를 넣어 감칠맛을 극대화한 전라도식 생태탕과 풀어져 내려 형태를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심이 살아 있는 야들야들하고 탱탱한 돼지 수육이 곁들여 나오는 삼합은 이 집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네가 으슥하다고 아무 때나 찾아가면 자리가 있는 그런 집이 아니다. 예약을 하지 않고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이가 여럿, 사려 깊게 예약 전화를 넣는 것이 현명한 이의 자세다. 


이곳을 빠져나와 골목을 건너면 을지로 골뱅이 거리가 나온다. 이곳에 모인 골뱅이 집은 여럿이지만 단 하나의 집을 골라야 한다면 '영락골뱅이'를 꼽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이곳이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크며 무엇보다 아버지의 단골집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딱 영락골뱅이 맛이야."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살던 시절, 우리 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은 골뱅이무침을 해 먹었다. 부산에서는 흔히 초고추장에 골뱅이를 버무려 냈는데 우리 집은 그렇지가 않았다. 간장과 고춧가루, 마늘로 양념을 해 그 맛이 번잡스럽지 않고 깔끔했다. 북어포를 채 썰어서 파채와 함께 버무리는 것도 특징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그저 어머니의 솜씨인 줄 알았다. 커서 서울에 와 말로만 듣던 영락골뱅이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신화 속 인물을 눈으로 목격한 것처럼 신기했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이 집의 골뱅이 맛이 우리 집의 그것과 똑같았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서울 생활을 추억하며 골뱅이무침을 만들었고 나는 어른이 되어 그 골뱅이무침의 시작을 목격했다. 



영락골뱅이의 특징은 언제나 계란말이가 서비스로 나온다는 점이다. 계란 파동이라 하여 사람들이 계란 먹기를 꺼려했을 때도 이 집은 되려 더욱 크게 계란을 말아 손님상에 올렸다. 호기가 엿보이는 이런 태도는 역시 시간에서 나온다. 나라가 망할 것처럼 휘청거려도 이 집은 문을 열었고 사람은 끊이지 않았다. 골뱅이 캔을 따서 파채와 양념, 그리고 빻은 마늘 한 숟가락 올려주는 게 무슨 대수냐고 할지도 모른다. 빛바랜 벽지와 달력, 나무 기둥과 좁은 계단, 늘 보는 찬모의 얼굴마저도 맛이 되고 멋이 된다. 이곳의 메뉴는 골뱅이무침 하나로 귀결되지만, 꼭 스팸 구이는 먹어보길 권한다. 흔하디흔한 것이지만 이곳에서 먹으면 왠지 맛이 다르다. 먹어보지 않으면 또 이 차이를 알 수도 없다. 



만약 이 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아마 을지로 3가 지하철역 10번 출구에 있는 '안동장'을 꼽아야 한다. 1948년 문을 열어 서울에서 제일 오래된 중국집이란 별칭을 얻은 이곳은 단지 오래되었다고 다니는 집은 아니다. 한 번 식당을 개조해 식사하기 쾌적하여 남들에게 추천하기 좋다는 점은 이곳을 찾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다. 안동장에서 맛을 봐야 할 것을 여러 가지지만 초행자라면 우선 굴짬뽕과 탕수육을 맛봐야 한다. 안동장의 굴짬뽕은 특히 유명한데 소문에 의하면 굴짬뽕을 처음 개발한 곳이 바로 이 집이라고 한다. 속에 쌓인 세속의 먼지를 다 씻어내리는 듯한 개운한 국물과 깔끔한 뒷맛은 명불허전, 겨울 찬 바람이 불면 자동으로 안동장의 굴짬뽕이 생각날 정도다. 



중국집의 기본 메뉴인 탕수육도 이곳은 맛이 다르다. 찍먹이니 부먹이니 할 것은 없다. 당연히 중화 냄비, 웍(Wok)에서 소스를 한번 굴려 입혀 나와야 하는 것이 정석, 안동장의 탕수육은 유행하듯이 아주 바삭거리지도 그렇다고 살이 콱 씹히는 두꺼운 종류도 아니다. 조금 폭신하다는 느낌이 있는, 오래전부터 먹은 그 맛, 그러나 얼갈이배추를 썰어 넣어 소스의 감칠맛이 남다르다. 그 미묘한 차이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연구와 노력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하기에 나는 탕수육 한 점을 먹을 때도 겸허해진다. 그리고 하얀 머리를 한 노인이 허리를 숙여 주문을 받고 음료수 한 병을 가져다줄 때도 친절히 마개를 따 주는 그 세심함에 노포의 명성이란 쉬이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렇게 내가 거리를 쏘다니며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깨달음보다 더욱 나를 이 낡은 거리로 이끄는 것은 변하지 않는 세월 속에, 그 무상함 속에 살아남는 것들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나이가 들고, 점점 사라져가는 그 무상한 것들, 몇 푼 되지 않는 한 끼 속에 잠든 시간과 그 한 끼를 만들기 위해 한평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는 다 전해지지 못하고 다 기억되지도 못하며 그저 거리에 잠들고 잊힐 뿐이다.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 정동현 셰프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에서 '먹고(FOOD) 마시는(BEVERAGE)'일에 몰두하고 있는 셰프,
오늘도 지구촌의 핫한 먹거리를 맛보면서 혀를 단련 중!
저서로는 <셰프의 빨간 노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