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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현 셰프의 음식을 쓰다
이탈리아 여행 대신
서울 이탈리안 레스토랑 BEST3
정동현
#정동현


이탈리아에서 처음 먹은 파스타는 볼로네제 파스타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 대학이 있는 그 볼로냐에서 유래한 볼로네제 파스타는 흔히 ‘미트소스’라고도 불린다. 만드는 방법을 요약하면 고기와 양파, 당근 등을 볶고 토마토를 넣어 푹 우려낸다고 보면 된다.



볼로네제 파스타는 몇백만에 달했던 미국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토마토, 치즈, 고기의 조합은 감칠맛을 폭발적으로 끌어냈다. 여기에 파스타를 버무리면 동양이든 서양이든 어디서나 친숙한 ‘면 요리’가 된다. 미국에 널리 퍼진 볼로네제 파스타는 해방과 6.25를 거친 한국에도 미군 부대를 통해 상륙했다. 풍요로운 미국에서 소스와 고기는 흥건해졌고 한국에 와서는 파스타를 국수처럼 푹 익혀냈다.


이탈리아에서 먹은 볼로네제 파스타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소스에 감칠맛이 엄청나게 나지도 않았고, 고기의 질도 좋지 않았다. 허브도 살짝, 소스도 살짝, 파스타를 비빌 정도로만 나왔다. 다른 파스타들도 마찬가지였다. 인당 한 접시씩 먹는 파스타의 양은 밥 세 공기 정도 되는데 소스는 간장 종지 정도 되는 분량이었다. 파스타 면은 뻑뻑하고 간은 강하며 양도 많아 도저히 완식할 수 없을 때도 잦았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눈을 감으면 그때 먹던 파스타들이 떠오른다. 소스가 흥건하지도, ‘건더기’가 많지도 않았지만,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그들이 먹는 파스타에 있었다. 재료의 간결함, 배를 부르게 하는 푸짐함, 격 없이 풍성한 식탁을 한가득 차려놓고 가족들이, 연인들이 세련되게 차려입고 맞이하는 저녁의 한가한 날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끈끈한 정, 오랫동안 가난했기에 더욱 소중했던 식사, 그 시절 배고픔을 상징하는 산더미 같은 파스타, 언제나 사랑을 노래했던 열정적인 민족.



이것이 이탈리아 본토의 맛, 청담동 Terra13



청담동 Terra13은 이탈리아 요리사 ‘소르티노’의 레스토랑이다. 그의 음식을 관통하는 철학은 현지의 재료를 사용하며 절대적으로 확실한 ‘간’을 추구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Terra13 메뉴판에는 지리산 흑돼지 같은 익숙한 이름이 산재한다.


이탈리아식 소금간의 정석을 맞춘 Terra13의 요리


음식 맛을 보면 쨍하게 떨어지는 소금간이 중심에 있다. 한국이나 일본은 소금의 역할보다는 단맛, 감칠맛, 매운맛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국물 요리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탈리아는 대신 소금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비교적 적은 양의 소스로 맛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단위 중량 당 염도도 높다. 그러나 국물을 마셔대는 한국 일본에 비해서 절대적인 염분 섭취량은 낮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국 사람이 이탈리아 본토 파스타를 먹으면 ‘짜다’는 반응이 십중팔구다.


Terra13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식전빵과 전채요리, 파스타


그래서 한국 이탈리아 음식점은 소금간을 낮추는 것이 하나의 필승전략이 되었다. 슴슴한 이탈리아 요리라는 말은 달지 않은 디저트와 동격임에도 그렇다. Terra13은 이런 면에서 완고하다. 식전빵에는 입자가 큰 소금과 올리브유가 발라져 있다. 오븐에서 살짝 구운 빵을 한 입 먹으면 달달한 뒷맛이 느껴지는 소금 맛이 크게 다가온다. 덩달아 와인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게 된다. 모든 메뉴가 일정 수준 이상이지만 이 집에서는 특히 전채와 파스타류를 섭렵해보는 것이 좋다.


대표 메뉴인 ‘블랙 트러플 페스토 파케리’는 일종의 크림 파스타다. 크림을 쓴다는 면에서 완벽한 정통 이탈리안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부대찌개를 한식으로 봐야 하냐는 논쟁처럼 음식이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이 파스타를 먹으면 허브 타임(thyme)을 우려낸 진득한 크림과 트러플의 오묘한 향기, 그 모두를 아우르는 소금간에 입맛이 쭉 돋는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와인잔을 비우게 되고 빈 접시는 늘어만 간다.



맛도 멋도 더 깔끔하게, 상수동 브렛피자



상수동의 ‘브렛피자’는 상호처럼 피자가 주다. 이탈리아에 온 듯한 Terra13과 달리 (어둑하고 소품이 많다는 뜻이다) 브렛피자는 주인의 성향처럼 단순하고 정갈하다. 말끔히 정돈된 실내처럼 음식 역시 잡티 하나 없이 균형을 이룬다. 보통 나폴리 피자는 500도 가까이 되는 고온의 오븐에서 2분 안팎으로 빠르게 익힌다. 브렛피자는 그보다 낮은 온도에서 굽는 시간을 오래 가져간다. 빵처럼 구운 맛과 단단하고 바삭한 식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볼 수 있을법한 브렛피자의 화덕


이탈리아 삼색 국기를 본따 만들었다는 마르게리타 피자는 주인장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음식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먹었던 마르게리타 피자는 분명 흠잡을 곳 없었지만 채 날아가지 않은 수분 때문에 피자 도우 밑이 흐느적거렸다. 나폴리 피자집 대부분이 그렇다. 브렛피자에서 먹은 마르게리타 피자는 수분이 고르게 날아가 질척거리지 않았다. 대신 빵을 구웠을 때 나오는 고소한 향, 조밀한 질감, 산미가 확실히 살아있는 토마토, 촉촉한 모짜렐라 치즈가 하나로 뒤엉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맛을 냈다.


브렛피자의 대표 메뉴 마르게리타 피자와 가을 한정 메뉴 무화과 피자


가을 한정으로 내놓는 무화과 피자 역시 이 집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메뉴 중 하나다. 무화과에 설탕을 뿌리고 토치로 그을려 단맛을 최대한으로 뽑아낸 다음 스페인 산 하몽을 올리고 구워낸 이 피자는 단맛과 짠맛, 도우의 구수한 향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즉흥적이기보다는 철저히 조율되고 계산된 맛이다.



이탈리아를 그대로, 이태원 일키아소



만약 이탈리아 본토의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 모두를 원한다면 이태원 ‘일키아소’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Terra13처럼 이탈리안 요리사가 주방에 서 있는 이곳은 주문도, 요리도 모두 이탈리아어로 한다. 낮은 천장, 가득한 소품, 아늑한 조명, 친절한 종업원, 이 모두가 이탈리아에서 목도한 것들이다.


일키아소의 프로슈토 햄과 파스타


주문을 구령처럼 여겨 그때그때 잘라내는 프로슈토 햄은 오래된 불쾌한 냄새 없이 갓 딴 와인처럼 상큼한 향기가 난다. 정확한 몸놀림으로 볶아낸 파스타는 소스와 면이 하나가 된 것처럼 찰싹 붙어 있다. 그 ‘하나’를 입에 넣으면 마치 애정 어린 연인의 스킨십처럼 농밀한 감각이 온몸에 퍼진다.


치즈의 풍미가 살아있는 파르미자노 리소토


이 집에서 꼭 시켜야 하는 메뉴는 ‘파르미자노 리소토’다. 트럭 뒷바퀴만 한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를 절반으로 자른 뒤 뜨겁게 익혀낸 리소토를 올린 뒤 손님 앞에서 비벼낸다. 감칠맛이 실타래처럼 엉킨 치즈 범벅이 된 리소토를 접시에 올린 다음에는 그 접시 밑을 툭툭 쳐 평평하게 만든다. 그러면 리소토가 조금씩 퍼지는데 이때 죽처럼 흐물거려서도 안 되고 또한 너무 뻑뻑해서 탑처럼 쌓여 있어도 안 된다. 그리고 남은 일은 리소토를 입에 넣는 것뿐이다. 그 흔한 건더기도 없다. 오로지 소스와 쌀 뿐이다. 그러나 그 하모니는 복잡하고 잡다한 구성을 저 멀리 뛰어넘는다. 너와 나 사이에는 그 무엇도 필요 없듯이, 그 간결한 조합 앞에 사람들은 저절로 웃음을 짓고 붉은 와인을 모자름 없이 따른다. 


이탈리아에서 보았던 것은, 모자름 없는 애정이었다. 풍족하지 못하더라도 아낌없이 주는 마음이었다. 우리가 식사를 할 때 바라는 모든 것이 그 작은 접시 위에 있었다.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 정동현 셰프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에서 '먹고(FOOD) 마시는(BEVERAGE)'일에 몰두하고 있는 셰프,
오늘도 지구촌의 핫한 먹거리를 맛보면서 혀를 단련 중!
저서로는 <셰프의 빨간 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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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기자의 문화이야기
한국에도 괴물이?! 한국 괴물의 역사
김 석
#김석기자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본 ‘괴물’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흔히 괴물이라고 하면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말 그대로 괴상하게 생긴, 그러면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떠올리게 되죠. 영화에서 이미 숱하게 보아온 괴물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작게는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작은 괴물부터 크게는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 괴수까지 긴 역사 속에서 인간은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괴물들을 지어내고 또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괴물이 아니라 물괴(物怪)라고?


영화 <물괴> 포스터


본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중종 22년에 실린 본문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임을 알려드립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물괴> 보셨습니까.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이런 자막이 나옵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근거해서 만들었다는 거죠. 괴수 영화와 사극을 융합한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처참한 실패로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주목을 받았던 건 우리 역사에 남아 있는 우리 괴물을 소재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실록에는 도대체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


밤에 개 같은 짐승이 문소전(文昭殿) 뒤에서 나와 앞 묘전(廟殿)으로 향하는 것을, 전복(殿僕)이 괴이하게 여겨 쫓으니 서쪽 담을 넘어 달아났다. 명하여 몰아서 찾게 하였으나 얻지 못하였다.


≪중종실록≫ 1511년 5월 9일 기록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밤에, 개처럼 보이는 짐승이, 궁궐에 나타났기에, 쫓아갔더니, 달아나서, 찾아봤지만, 못 찾았다는 겁니다. 이 정체 모를 짐승이 개와 비슷하다며 수류견(獸類犬)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짐승은 16년 뒤에 또 나타납니다.


간밤에 소라 부는 갑사(甲士) 한 명이 꿈에 가위눌려 기절하자, 동료들이 놀라 일어나 구료(救療)하느라 떠들썩했습니다. 그래서 제군(諸軍)이 일시에 일어나서 보았는데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취라치(吹螺赤) 방에서 나와 서명문(西明門)으로 향해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서소위 부장(西所衛部長)의 첩보(牒報)에도 ‘군사들이 또한 그것을 보았는데, 충찬위청(忠贊衛廳) 모퉁이에서 큰 소리를 내며 서소위를 향하여 달려왔으므로 모두들 놀라 고함을 질렀다. 취라치 방에는 비린내가 풍기고 있었다.’ 라고 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물괴의 모습


≪중종실록≫ 1527년 6월 17일의 기록입니다. 궁궐에 다시 나타난 이 짐승을 생김새가 삽살개(厖狗) 같고 크기는 망아지(兒馬) 같다고 묘사해 놓았습니다. 달리면서 큰 소리를 냈고, 머물던 방에선 비린내가 풍겼다고도 했습니다. 병사들조차 벌벌 떨 정도였다니 이 낯선 존재가 주는 공포감이 얼마나 컸는지 알 만하죠? 이 괴이한 짐승에 대한 흉흉한 이야기가 궐 밖까지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조정에선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꿈에 가위눌린 일을 가지고 경거망동하지 말라! 함부로 떠드는 자가 있으면 엄벌에 처하리라! 6월 25일의 기록은 계속됩니다.


삼가 살피건대 근일 궐내에서 숙직하던 군사가 괴물(怪物)이 있다는 헛소리를 전하자, 한 사람이 부르면 백 사람이 부동하듯이 휩쓸렸습니다. 그래서 심한 자는 놀래 나자빠지기도 하는 등 와언(訛言)이 마구 전파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백성들이 미혹되는 것은 괴이할 것이 없지만, 유식한 자들 또한 덩달아 날조하여 요설(妖說)을 부연(敷衍), 혹은 형적이 있다고도 하고 혹은 소리와 냄새가 났다고도 하니, 근거 없는 괴설(怪說)이 어쩌면 이렇게 심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 난리법석을 야기한 최초 괴담 유포자를 잡아다가 처벌해야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임금에게 호소하죠. 바로 여기에서 마침내 영화 제목으로 쓰인 물괴(物怪)란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어지는 실록의 내용을 보면 그 당시 민심이 얼마나 흉흉했는지 잘 알 수 있는데요. 심지어 임금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잠시 창덕궁에 가 있겠다고 말합니다. 신하들은 극구 만류하지만, 임금은 끝끝내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좌) 영화의 물괴 글씨 (우) 실록의 물괴 글씨
옥에 티. 영화에 등장하는 실록의 기록 장면을 보면 물괴의 괴를 ‘怪’로 쓰고 있지만, 실록에는 같은 뜻과 음을 지닌 ‘恠’로 적혀 있습니다.


괴담은 시절이 어지럽다는 증거입니다. 반대로 혼란스러운 시대가 괴담을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중종 연간은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는 신하답지 못했던, 한 마디로 나라가 나라답지 못했던 극도의 혼란기였습니다. 물괴, 다시 말해 괴물은 그런 어지러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응어리진 하나의 ‘상징’이었던 겁니다. 여러모로 영화의 소재로 딱 그만이죠. 영화가 덧없는 실패로 끝나고 만 것이 생각할수록 아쉽기만 합니다.



어느 SF 작가의 ‘이유 있는’ 괴물 탐구


뜬금없이 웬 괴물 타령이냐고요? 제가 최근에 읽은 책 때문입니다. 제목이 무려 《한국 괴물 백과》랍니다. 이름난 SF 작가인 곽재식 씨가 무려 11년 동안 18세기 이전의 문헌에 기록된 괴상한 존재들을 샅샅이 조사해서 만든, 말 그대로 백과사전입니다. 돌이켜 보건대 일찍이 우리에게 이런 책이 있었던가요? 도대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SF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희한한 책을 썼을까요? 저자의 서문에 그 답이 있습니다.


곽재식 《한국 괴물 백과》(워크룸 프레스, 2018). 표지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깁니다.


나는 괴물 백과사전 같은 자료가 그 문화권만의 특색 있는 이야기나 예술 작품을 만드는 데 무척 귀중한 바탕이라 생각해왔다.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이 명쾌하게 설명됩니다. 쓸 만한 이야깃감을 찾기 위해 라는 거죠. 소재가 고갈된 할리우드 영화가 그리스 신화부터 심지어는 북유럽 신화까지 끌어들여 영화의 소재로 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화가 그 모든 이야기의 ‘뿌리’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리 역사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깃거리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고민에 대한 결과물이 바로 괴물 백과인 겁니다. 실제로 수류견(獸類犬)에 관한 기록은 영화 <물괴>를 탄생시킨 밑천이 된 거고요.


저자가 백과사전에 담은 한국의 괴물이 무려 282종이나 된답니다.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기엔 진지한 기록들이 많죠. 가령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엄청난 독서광이었던 청장관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앙엽기 盎葉記》에 ‘강철(强鐵)’이란 괴물 이야기가 나옵니다. 망아지 정도 크기에 얼굴은 사자나 용 같고 사납게 날뛰어 농가에 큰 피해를 끼친다는 괴물인데요. 얼마나 큰 피해를 끼쳤으면 ‘강철이 간 데는 가을도 봄’이란 속담이 있을 정도죠. 흥미로운 건 조선 시대도 아닌 20세기에 강철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신문에까지 실렸다는 사실입니다.


깡철의 마력 / 양산군 금산부락 앞 물 들판에는 홍수가 휘몰아치던 지난 3일 깡철이란 동물 두 마리가 나타나 가산과 가족을 잃은 이재민들은 깡철 구경에 한창 법석댔는데 깡철의 움직임에 따라 그 지대 수면이 약 5미터가량 높았다 얕았다 동요하더라…(동아일보, 1957년 8월 11일)


(좌) 강철 (우) 천록
이 책에는 일러스트 작가 이강훈의 그림이 하나하나 붙어 있어서 괴물들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읽는 재미가 남다릅니다.


천록(天祿)이라는 상상 속 동물도 있습니다. 강철과는 반대로 나쁜 사람만 골라 벌을 주는 ‘권선징악’의 존재로 묘사되죠. 크기는 작은 사슴 정도에 얼굴은 호랑이나 사자 같이 사납고 뿔이 하나 있으며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만 있는 강철과 달리 천록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인데,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벽사(僻邪)의 의미 덕분에 궁궐 안에도 천록을 새긴 조각상이 남아 있습니다. 2017년 9월에 제가 <경복궁,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글을 통해서 자세하게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해드리면,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 안으로 들어서면 흥례문이 보이죠? 이 문을 지나면 ‘영제교’ 또는 ‘금천교’라 불리는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냇물이 금천(禁川)이고요. 다리 위에서 양 옆을 보면 돌짐승 네 마리가 물길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이 바로 천록(天鹿)입니다. 조선 태조 때 경복궁을 창건하면서부터 있었던 이 천록상들은 일제강점기에 다리가 철거되는 와중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옛 모습 그대로 전해지고 있으니 보물 중의 보물이라 할 만하죠.



마음껏 괴물을 상상하라!


책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이 가슴 한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다는 희랑(希郞)입니다. 이 이야기 역시 제가 올해 1월에 <건국 1,100년 고려 예술의 정수를 엿보다>라는 글에서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바로 태조 왕건의 스승이었던 불교 승려 희랑대사(希朗大師)가 그 주인공입니다. 실제로 희랑대사상을 보면 가슴 한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흉승(穿胸僧, 가슴에 구멍이 뚫린 승려)이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하죠.


희랑대사상을 자세히 보면 가슴 한가운데 진짜로 구멍이 보입니다.



일일이 다 소개해드릴 순 없지만, 이 밖에도 재미난 이야기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를테면 서양에만 있을 법한 인어(人魚)도 나오고, 흔하게는 도깨비나 구미호 이야기도 있고요. 말이 괴물이지 위에 소개한 희랑처럼 전혀 괴상하게 생기지 않은, 괴물 같지 않은 괴물도 많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수많은 괴물 이야기가 돌고 돌아 이런저런 문헌에 기록돼서 오늘날까지 전한다는 점이겠죠.


그것이 사실인지 허구인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합니다. 요는 흔히 말하는 콘텐츠죠. 알맹이 있는 이야기 말입니다. 괴물 백과를 탐독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이야기를 가진 자, 이야기를 만드는 자가 살아남는 법이라고. 이야기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 아니겠느냐고. 그래서 그 풍부한 이야기들을 밑천 삼아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는 것,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합니다.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은 KBS기자.

부족한 안목을 키우기 위해 틈틈히 책을 읽으면서

미술관과 박물관, 전국의 문화 유산을 찾아다니고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문화 예술 분야 전문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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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용진 바이어의 와이너리티 리포트
이마트 26주년을 위한 칠레와인 대장정
명용진 바이어


비행기에 오르고 13시간 41분 그리고 9시간 29분을 더해 총 23시간 10분… 산티아고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두 번은 오지 않을 거라 다짐했던 이곳에 또 오고야 말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와인의 신대륙, 그중에서도 ‘칠레 디스커버리’입니다.


많은 분이 포도밭 뭐 그까이꺼~ 다 똑같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사실, 그 나라의 기후와 토양의 특성만 알아도 와인이 어떤 맛인지 짐작할 수 있답니다. 포도밭도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많은 차이가 있지만, 이번 시간에는 관광하듯 왜 ‘와인 하면 칠레’라고 하는지만 알아볼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와인 산지가 칠레니까요!



지구 반대편 와인의 나라, 칠레


인천공항에서 애틀랜타 공항까지 약 14시간. 도착 후 까다로운 미국 입국심사를 마치고 대기. 그리고 다시 비행기에 올라 9시간. 무려 23시간을 오롯이 비행기에서 보낸 끝에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칠레는 이동만으로 ‘참을 인(忍)’자를 세 번은 써야 갈 수 있는 나라입니다. 계절과 시간은 우리나라와 정반대입니다. 시차는 딱 12시간. 밤낮만 바뀐 시간대 덕분에 시계를 다시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신경 쓸 거리는 하나 줄어든 셈이죠.



길고 고단한 비행 스케줄에 눈의 초점이 흐릿한 상태였지만, 쉴 틈 없이 바로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산티아고 남쪽으로 300km 정도 내려가야 하는 여정입니다. 자동차가 커브 하나 없이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광, 바로 안데스 산맥의 설산입니다. 저 산맥만 넘어가면 바로 아르헨티나입니다. 칠레가 나라의 좌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좁고 긴 나라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합니다.


참, 이번 여행에서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아타카마 사막 같은 유명 관광지는 근처에도 못 갔으니 그런 기대는 미리 접어두세요. 우리는 칠레 와인의 14개 주요 산지 중 딱 두 군데만 돌아볼 거예요. 이마트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와이너리 중심으로 말입니다.



이마트 국민와인의 탄생지, 아귀레(Aguirre) 와이너리


차를 타고 약 3시간을 내리 달리니 한 시골 마을이 보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사이로 흙먼지 뿜어대며 우리가 탄 차량이 진입합니다. 이곳이 바로 이마트의 국민와인, 도스 코파스 까베르네 소비뇽이 탄생한 <아귀레(Aguirre) 와이너리>입니다.



아귀레 와이너리가 위치한 마울레(Maule)라는 지역은 칠레의 대표적인 포도 생산지 중 하나입니다. 의류 브랜드로 비교하자면 SPA 브랜드 같은 곳이에요. 가성비 좋은 와인이 많이 생산되죠. 우리가 잘 아는 1865의 까르미네르 품종도 바로 이곳에서 재배됩니다. 마울레는 다양한 포도 품종을 재배하기에 적합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는데요. 밤에는 서늘하고 낮에는 일조량이 풍부해 화이트와인 품종인 샤도네이와 소비뇽 블랑이 주로 재배되지만 까베르네 쇼비뇽, 까르미네르, 쉬라 같은 레드와인 품종도 잘 자랍니다. 지역이 서늘한 곳은 신맛과 미네랄이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아귀레 와이너리에서는 광활한 포도밭과 역사가 느껴지는 사무실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한다는 대궐 같은 저택과 엄청난 규모의 와인 저장·숙성고, 보틀링 시설과 창고 등을 볼 수 있었는데요. 단순히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순수한 농심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때마침 보틀링 작업장에서 한국으로 수출될 도스코파스 와인이 병입되고 있었습니다. 광활한 빈야드(Vineyard:포도밭)에 걸맞게 숙성 시설과 병입 장비들의 청결은 기본, 최신 기술로 모든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요. 경쟁력있는 가격의 고품질 상품으로 사랑받는 와이너리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죠.



칠레와인의 명가, 운드라가(Undurraga) 와이너리


자, SPA브랜드 같은 와인 산지를 방문했으니 이제 명품 산지로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다시 북쪽으로 3시간 더 이동해야 하는 그곳은 이름하여 <마이포(Maipo)>! 마이포 밸리는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와 가까워 접근성도 좋은 곳인데요. 이곳에서 주로 생산되는 품종은 까베르네 쇼비뇽과 멜롯 등의 레드와인입니다. 레드와인 품종의 포도가 잘 자란다는 것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온이 연평균 20도 정도로 포도 생육에 알맞다는 뜻인데요. 이런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에서는 블랙베리류의 농익은 과일 풍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마이포 밸리에서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브랜드의 와이너리를 여러 군데 지나칠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우리가 방문할 와이너리는 바로 운드라가(Undurraga) 와이너리입니다. 칠레 내수 3위에 빛나는 와이너리로, 국내에서는 운드라가 시바리스와 TH로 유명합니다.



운드라가 와이너리는 신대륙 와이너리 중에서 전통을 잘 유지하고 있는 곳 중 하나인데요. 지하 까브(저장 동굴)에서 수십 년의 먼지를 휘감은 오래된 빈티지 와인을 보니, 마치 프랑스나 이태리의 어느 와이너리에 방문한 느낌이었습니다. 또, 이런 클래식한 면모와는 다르게 생산시설은 매우 현대적이었는데요.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조화된 와이너리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죠.


이곳에서 우리는 이마트 26주년 기념 와인으로 기획된 와인을 시음했습니다. 이름하여 ‘운드라가 싱글 빈야드 #26(Undurraga #26 Single Vineyard Cabernet Sauvignon)’. 이 와인은 프리미엄급인 ‘싱글 빈야드’로 마울레 지역 남서쪽에 위치한 카우케네스(Cauquenes) 지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입니다. 운드라가 떼루아 헌터(TH)와 같은 지역에서 만들어진 와인이라 떼루아 헌터를 즐기는 분들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죠.



이마트 26주년 기념 와인은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하나의 밭에서 수확된 포도를 이용하여 만든 와인이라는 뜻)라는 타이틀에 맞게 묵직한 질감과 검붉은 과일 향이 특징인데요. 무려 16명의 운드라가 와이너리의 빈야드 디렉터와 와인 메이커가 컨설팅하여 탄생한 와인입니다. 보통 칠레 싱글 빈야드 와인이 3-4만 원대에 판매되는데요. 이 와인 역시 물량 협의를 통해 극적으로 19,800원이라는 판매가를 맞췄답니다.


자, 저와 함께 짧지만 강렬한 칠레 와이너리 투어를 끝내고 나니 어떠세요? 이제 칠레와인 라벨에서 마이포와 마울레, 카우케네스 정도는 구분하실 수 있겠죠? 각 지역 상품의 특성을 비교하며 와인을 맛보는 것도 와인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에요. 같은 지역의 와인이라도 자연조건이 담지 못하는 부분을 와인 메이킹으로 극복한 상품도 많거든요. 여러 지역의 와인을 골라 비교 시음하다 보면, 매우 저렴한 가격의 훌륭한 상품을 만나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겠죠?!




이마트 명용진 바이어


치킨에 맥주 마시듯 

와인을 친근하게 알리고 싶은 와인 바이어. 

평범한 일상을 와인만으로 특별하게 만들길 원한다. 

새로운 형태의 프로모션과 혁신적인 가격, 

고품질 와인에 힘쓰고 있는 와인계의 이슈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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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현 셰프의 음식을 쓰다
그리운 추억의 맛, 노포 중국집 BEST3
정동현
#정동현


한국의 전통음식은 불고기일까? 세계에 소개할만한 음식은 김치일까? 그러나 정작 불고기를 자주 먹는 한국인은 드물다. 앞에서는 클래식을 듣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메탈리카를 즐겨듣는 내 취향처럼, 한국의 자랑스러운 음식이 아닌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을 꼽자면 당연 ‘짜장면’이 맨 앞에 서 있다.



중국 음식이라고, 때로는 ‘짱깨’라는 비속어를 쓰며 낮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짜장면 한 그릇에 켜켜이 쌓인 기억을 생각해보면 이보다 가까운 음식이 없고 이보다 특별한 요리가 없다. 그리고 이 짜장면을 파는 오래된 중국집들을 보면 나이 든 어르신의 굽은 등을 보는 것처럼 애잔한 마음이 든다. 뼈는 휘고 살은 말랐지만, 여전히 근육이 살아 있다. 땀을 흘리며 느리게 걷지만 멈추지 않는다.



색바랜 간판을 달고 반들반들한 테이블 위에 간장과 식초를 올린 옛 중국집들도 마찬가지다. 중화 냄비를 잡는 노인은 주문이 멈출 때마다 앉을 곳을 찾지만, 주문이 들어오면 익숙하고 빠른 몸짓으로 벌건 불 앞에 선다. 가마솥을 뒤집은 듯 커다란 중화 냄비는 탈을 쓴 곡예사가 사자춤을 추듯이 위아래로 몸을 떨며 흔들린다.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웍의 숨결(Wok Hei, 鑊氣)’이라고 하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이 탄생한다. 냄새를 맡으면 채 식지 않은 주방의 열기를 타고 상긋한 채소와 부드러운 고기, 탄력 있는 면의 물성이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것 같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것은 수십 년간의 노동에 익숙해진 나이 든 육신의 향기다. 그 향기를 맡기 위해 나는 서울 시내의 낡은 간판을 쫓는다.



광화문 뒷길의 50년 터줏대감, 동성각



그 발걸음이 가장 먼저 닿는 곳 중 하나는 광화문 ‘동성각’이다. 세종문화회관 바로 뒤 좁은 골목에 있는 동성각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찾기 쉽지 않다. 널따란 홀이 있는 1층과 방들이 좁게 들어찬 2층이 있고 홀 구석구석 마다 홀로 식사를 하는 이들이 있는 그곳이라면 제대로 찾은 것이다.


메뉴는 전형적인 중국집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집의 묘미는 요즘 무슨 무슨 맛집처럼 하나만 딱 먹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마음이 통하는 몇몇과 함께 테이블 하나를 잡고 메뉴를 여럿 시켜야 한다.



오래된 집이 보통 그렇듯 이 집도 메뉴 뭐 하나 빠지지 않지만 그래도 닭고기를 튀겨 마늘소스를 곁들인 뒤 양상추와 함께 내는 유린기, 그리고 고기와 해삼 등을 얇게 채 쳐서 빠르게 볶아낸 유산슬은 시켜보는 편이 좋다. 바삭하게 튀긴 유린기 닭튀김의 겉면은 아삭거리고 고기는 부드럽게 씹힌다. 양상추는 튀김옷과 함께 왈츠를 밟듯 경쾌한 식감을 이루고 달고 짭조름한 마늘소스는 변박자로 요리에 재미를 불어넣는다.


칼질과 빠른 타이밍에 양념을 넣고 볶아야 하는 기술이 중요한 유산슬은 의외로 제대로 하는 집이 드문 요리다. 사람들의 취향은 탕수육과 같은 튀김 요리로 쏠리고 있고 덕분에 유산슬과 같은 볶음 요리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 곳도 많다. 그러나 간장이 뜨거운 열을 만나 캐러멜과 같은 독특한 향기를 만들고 해삼, 돼지고기, 아스파라거스 같은 재료들이 소스의 힘에 하나의 요리로 만들어지는 모습은 중식당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기다란 중화풍 젓가락으로 중국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요리를 나누어 먹는 정취 역시 그렇다.



관광지의 소음도 비껴가는 장인의 맛, 혜빈장



광화문을 떠나 서쪽으로 멀리 길을 떠나면 동인천 차이나타운 근처에 있는 ‘혜빈장’에 다다른다. 조악한 장식물과 뜨내기손님을 끄는 세트 메뉴가 장악한 인천 차이나타운은 소문만 무성하고 실제 먹을 것은 드물다. 그곳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 무심히 콘크리트 도로가 깔렸고 사람들이 터벅터벅 걸으며 잠시 허리를 펴며 쉬는 곳에 혜빈장이 있다.


페인트칠한 단층 건물에 문을 당겨 들어가면 안에는 테이블 몇몇이 단출히 놓여 있을 뿐이다. 주방에 서 있는 요리사는 한눈에도 은퇴를 앞둔 것처럼 보이고 홀에서 손님을 맞는 이 역시 일반 정년을 훌쩍 넘어선 것이 확실하다. 이곳은 메뉴가 다른 곳처럼 길지 않다. 손님이 적은 수가 아닌 것이 첫째 이유, 혼자서 주방을 보는 노구(老軀)가 이겨낼 수 있는 노동의 한계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오는 음식을 보면 타협이 이루어지는 지점은 낮지 않다. 주방을 홀로 책임지기 때문에 주문이 밀리면 꽤 기다려야 한다. 바쁠 때 후루룩 먹고 가는 식당은 아니다. 하지만 바다를 가까이 한 동인천의 옅은 소금물 냄새, 그 냄새와 함께 바래간 건물과 켜켜이 쌓인 시간을 느끼다 보면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리라.



주방에서 치익치익 채소가 불에 닿아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고소한 기름 냄새가 흘러나오면 식욕이 조금씩 요동친다. 어릴 적 동네에 놀러 나갔다가 들어와 허기진 마음으로 밥상을 기다리던 그때처럼 얌전히 앉아 있으면 어느새 그릇이 앞에 놓인다. 산미가 진하게 풍기는 옛날식 탕수육도 좋지만, 이곳에서 무조건 먹어봐야 할 음식은 간짜장과 짬뽕이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음식이지만 이곳의 음식은 시간 속에 희석되거나 바래지지 않은 힘이 담겨 있다.


채소와 고기를 칼로 잘게 다진 뒤 춘장과 함께 볶아낸 간짜장은 질척거리거나 둔탁하지 않다. 한가닥 한가닥 선이 보이는 수공예품처럼 간짜장의 재료는 알알이 살아 있다. 면을 슥슥 비벼 입에 넣으면 강한 자극보다는 유순히 머리를 쓰다듬는 정겨운 맛이 느껴진다. 단맛은 절제되어 있고 간간한 맛은 해무처럼 그윽하게 깔려 튀지 않는다. 짬뽕은 그에 비해 맛이 강하다. 바닷가에 앉아 해산물을 듬뿍 넣어 끓인 탕처럼 매운맛이 의외로 강해 이마에 땀이 조금씩 맺힌다. 그릇을 비울 때쯤 해서는 ‘캬’하는 탄성도 나오는데 그때마다 무심히 흘러간 시간이 몸으로 느껴진다.



수타면이 불러오는 추억의 그 맛, 현래장



먼 길을 돌아 다시 서울로 올 시간이다. 서울에서도 오래전부터 음식점이 많았던 마포의 ‘현래장’으로 가보자. 불교방송국 빌딩 지하에 있는 현래장은 마포 먹자골목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 있다. 상가도 몇 되지 않는 지하에 무슨 중국집일까 생각하다 막상 그 앞에서 서면 꽤 큰 규모에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멀리 통유리로 막힌 주방이 보인다. 그 안에는 머리가 하얀 주방장에 가운데 섰고 그 양 옆으로 당당한 체격의 요리사가 몇 서서 중화 냄비와 칼을 잡고 있다.



이곳의 모든 면 요리는 수타면을 쓴다. 당연히 면 요리에 강점이 있고 그 짐작은 틀리지 않는다. 포슬포슬한 감자와 달달한 양파를 크게 썰어 넣은 옛날짜장은 잊혔던 기억을 새삼스럽게 되살린다.


어머니에게 졸랐던 짜장면, 졸업식 날이면 으레 먹었던 짜장면, 군대 휴가를 나와 먹던 짜장면, 그 하찮은 음식과 맞닿은 추억이 너무 많아서 실상 제대로 세어지지 않는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모여 이뤄낸 나란 사람. 그런 상념들이 흩어지며 입속으로 짜장면을 밀어 넣는다. 탄성이 있는 면발은 기계로 뽑은 것과는 결이 다른 쫄깃한 맛을 낸다. 면발이 입술을 치고 목구멍을 때린다. 진한 갈색빛을 한 짜장에 얽힌 단맛과 짠맛, 고소한 풍미. 오랫동안 알고 지낸 맛이다. 그래서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맛과 시간이 면처럼 얽혀 몸에 스며든다.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 정동현 셰프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에서 '먹고(FOOD) 마시는(BEVERAGE)'일에 몰두하고 있는 셰프,
오늘도 지구촌의 핫한 먹거리를 맛보면서 혀를 단련 중!
저서로는 <셰프의 빨간 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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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현 셰프의 음식을 쓰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찌개 맛집을 찾아서
정동현
#정동현


한국에 온 외국인은 뭐가 먹고 싶을까? 질문을 바꿔서 외국인에게 어떤 음식을 소개해야 할까? 이런 고민은 한국인만 하지 않는다. 낯선 곳에 왔을 때 평균적으로 끌리는 음식은 비슷비슷한 얼개를 가졌다. 우선 단맛이 기본적으로 깔린다.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단맛은 거부감을 없애준다. 단맛이란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름에 볶거나 튀긴다. 간단히 말해 설탕과 기름은 어디를 가도 먹힌다. 그러나 신맛이 들어가면 거부감 지수가 확 상승한다. 신맛은 발효가 진행되었을 때 생긴다. 발효란 다른 의미로 ‘썩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쿰쿰한 발효취까지 더해지면 웬만한 외국인은 섣불리 다가가기 힘들다. 그리하여 진정한 현지식이란 보통 이 지점에 있다. 발효되어 특유의 향취와 신맛이 강한 음식. 여기에 그 나라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먹어서 어떤 전문 식당이 있는가에 의문이 들 정도라면 더 정확해진다. 이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한국 음식 중 하나는 바로 김치찌개다. 공격적으로 다가오는 신맛, 발효된 김치의 물컹거리는 식감과 더불어 뜨겁게 끓여 먹는 독특한 식문화까지, 한국적 맛의 총체라고 할 만 하다.


이제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어디로 갈 것인가? 김치찌개는 어디나 팔지만 실제 먹을만한 김치찌개를 파는 곳은 흔하지 않다. 광화문에 있는 ‘광화문집’은 광화문이라는 소재지와 상호, 기자와 공무원 등 한국 사회의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이 자주 찾던 집이라는 면에서 상징적인 집이다.



사회 명사들도 즐겨찾는 광화문 터줏대감, 광화문집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하는 뒷골목 이층 집에 있는 이 집은 마치 홍콩 현지인들이 찾는 오리국수집 마냥 무척이나 작은 주방과 홀이 있다. 여기에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다락방이 있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이 집에 들어와 허리를 굽혀 다락방에 올라간다. 메뉴는 김치찌개, 제육볶음, 달걀말이 정도가 다다. 점심나절 늦게 이 집에 가면 할머니들의 대화를 엿듣기도 한다.



“거기 은행 사람들은 다 왔다 갔나?”

“아니래. 오늘 전산 사고가 나서 점심도 못 먹는대.”


그러다 보면 한 무더기의 직장인들이 우당탕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다. 


“이제 점심 먹는겨?”

“갑자기 사고가 나서요. 김치찌개 주세요.”



그러면 인분 수대로 김치찌개가 버너 위에 올라간다. 얼리지 않는 돼지고기와 김치찌개용으로 젓갈을 넣지 않고 담갔다는 김치가 숨텅숨텅 들어간 찌그러진 냄비에 파란 가스 불이 닿는다. 맑은 육수 안에 김치와 돼지고기가 수북이 담겨 있다. 영업용 가스 불 화력은 상당해서 조금만 기다리면 불이 끓는다.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라면 사리를 넣어서 먼저 익혀 먹는다. 라면 사리에서 전분기가 빠져나와 국물이 걸쭉해진다. 돼지고기가 익을 즈음 건더기를 건져 먹는다. 이 집 김치찌개는 앙칼기보다는 깔끔한 쪽에 가깝다. 젓갈을 넣지 않아 맛이 탁하지 않고 소금의 똑 떨어지는 간만 남는다.



반드시 시켜야 할 것만 같은 달걀말이는 달걀 하나 값을 생각하며 먹으면 마음이 쓰리지만 서울 시내 물가를 생각하면 먹는 것이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센 불에 노릇노릇 부치듯 구워낸 달걀말이는 양파, 당근 같은 채소가 섭섭치 않게 박혀 있다. 어떤 이들은 “집에서는 잘 안 먹게 되는데 밖에만 나오면 먹게 된다”며 달걀말이를 젓가락으로 툭툭 집어 입에 넣는다.



온 세대가 공유하는 김치찌개 노포, 굴다리식당



광화문에서 자리를 옮겨 공덕 먹자골목으로 가면 ‘굴다리집’이 있다. 이곳은 버너가 없던 시절 김치찌개를 한 번에 푹 끓여 손님에게 담아내던 방식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 넓은 실내에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젊은이들과 셔츠 자락에 자켓을 손에 든 회사원, 그리고 오래 이 집을 드나들었을 것 같은 노인이 섞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집도 마찬가지로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이 메뉴에 올라와 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달걀말이는 반찬으로 내어준다는 점이다.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모두 미리 조리가 되어 나온다. 지금처럼 버너로 보글보글 끓여 먹는 방식이 아니다. 그 덕분에 김치찌개를 익히느라 기다릴 필요도 또 뜨거운 국물에 입이 델 염려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뜨겁지 않다며 불평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김치찌개를 원한다면 굳이 이 집이 올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맛은 집에서 먹던, 정확히 말하면 오래 끓여 푹 익은 김치찌개를 덜어 먹던 것과 비슷하다. 김치는 부드럽게 결결이 찢어지고 섭섭치 않게 들어간 돼지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할머니가 손으로 쭉쭉 찢어주던 묵은지처럼 저항감 없는 김치는 이 집이 지낸 세월처럼 유순하기만 하다.



테이블마다 올라간 플라스틱 통을 열면 구운 김이 세로로 촘촘히 들어가 있는데 이 김에 김치찌개 말은 밥을 살짝 올려 먹는 것도 좋다. 그렇게 먹으면 파스타를 포크로 말듯이 깔끔 떨기는 어렵지만, 김치찌개와 흰밥, 구운 김이 만들어내는 맛의 조합은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지녔다면 누구도 쉽게 거부하기 힘들다. 돼지고기를 두껍게 잘라 고추장 양념을 하여 졸이듯 볶은 제육볶음도 예전 맛과 모양을 지녔다. 돼지고기를 근수대로 정육점에 떼어와 등이 까만 식칼로 툭툭 잘라내 뒤집은 솥뚜껑에 양파, 파 넣고 술술 볶아낸 것처럼 수더분한 이 집 제육볶음도 김치찌개와 비슷한 맛이다. 이 집에 온 사람들은 너무 취하지도 너무 시끄럽지도 않게 잔잔한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앞에 두고 한 저녁을 지내다가 얌전히 잘 곳으로 돌아간다.



맛도 인심도 한국적이다, 보건옥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와 맛을 찾는다면 을지로4가의 보건옥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본래 정육점이었던 이곳은 지금도 한켠에 고기 써는 기계를 가져다 놓고 영업을 한다.



이른바 가성비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주로 받는데 가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맛에 집중해야 옳은 곳이다. 간장 양념 달착지근하게 한 불고기는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고기 양이 많다. 깔리는 밑반찬을 보아도 예전 인심이 그대로 남아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 김치찌개를 보면 여느 집보다 훨씬 많은 고기양에 일단 한번 놀란다. 불고기에는 하얀 사골 육수를 쓰지만, 김치찌개에는 고춧가루가 들어간 맑은 육수를 쓰는 것이 이 집의 비결이다. 푸짐한 고기, 잘 익은 김치, 맛깔난 반찬. 이렇게 조합이 갖춰지면 남은 일은 별로 없다. 국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찌개를 끓이기만 하면 된다. 국물이 끓기 시작할 무렵의 맛은 시원하고 졸여 들어간 국물의 맛은 한국의 여름처럼 강렬하다. 졸아든 국물을 하얀 밥에 듬뿍 넣어 비비고 볶은 멸치 같은 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소주를 한 잔 마셔도 좋고 맥주 한잔 시원하게 마셔도 좋다.


이런 김치찌개 앞에서 나쁜 조합은 드물고 좋은 조합은 줄을 잇는다. 그리고 배가 부르게 먹는다. 예전에 어머니가, 할머니가 끓여주던 김치찌개를 먹듯이, 자취방에 둘러앉아 동기생들끼리 끓여 먹던 김치찌개를 먹듯이, 밥을 비우고 허기를 채운다. 김치찌개가 언제나 늘 그래왔듯이.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 정동현 셰프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에서 '먹고(FOOD) 마시는(BEVERAGE)'일에 몰두하고 있는 셰프,
오늘도 지구촌의 핫한 먹거리를 맛보면서 혀를 단련 중!
저서로는 <셰프의 빨간 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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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용진 바이어의 와이너리티 리포트
와인 초보, 어떤 와인으로 시작할까?
명용진 바이어


아는 만큼 즐겁고, 아는 만큼 대접 받는 와인.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와인 초심자분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와인을 마셔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다는 분, 와인은 내 인생에 없는 술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만나게 되어 당황하는 중이신 분 등. 이제 막 와인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이야기랍니다.



“이제 막 와인의 세계에 입문하려 하는데, 어떤 와인을 마시는 게 좋을까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무엇보다 ‘처음’이니 더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어떤 와인을 추천해야 입문자가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까요? 이는 바이어로서 저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얼마짜리 와인이 적당할까? 와인을 전혀 모르니 비싼 돈은 쓰기 싫지만 그래도 실패하지 않는 좋은 와인을 고르고 싶다…’ 


보통의 와인 입문자가 흔히 하는 고민입니다. 망설임은 계속되고, 와인 판매대의 수많은 와인 라벨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것만 같은데요. 이 고질적인 문제를 위해 제가 준비한 것은 새로운 접근 방식의 해결책입니다.


참, 와인은 기호식품입니다. 다수의 취향을 맞출 수는 있지만 모든 이가 만족하는 와인은 있을 수 없죠. 전문가 테이스팅에서도 그 편차는 뚜렷합니다. 이점을 고려한다면 보다 즐거운 와인 여행이 될 수 있겠죠?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와인을 즐기러 떠나볼까요?




Case 1. 술을 잘 못 마셔요



소주부터 맥주까지, 각종 술에는 영 소질이 없는 듯한데, 주님은 만나고 싶은 분들. 이런 분께는 스위트 와인이 딱 맞습니다. 스위트 와인도 여러 품종이 있는데요, 그냥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모스카토.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죠? 모스카토는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의 한 품종입니다. 아마 품종인지도 몰랐던 분들도 있을 거예요. 왜 모스카토를 추천하는지 등식으로 알려 드릴게요. 머릿속으로 한번 떠올려보세요.


와인= 포도로 만든다 = 포도는 달다


술도 잘 못 하는 데다 와인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데, 갑자기 드라이한 와인을 마시게 되면 영원히 와인과는 작별할 수도 있어요. (역시, 연애든 술이든 첫인상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달콤하고 약간의 기포가 있어 청량하기까지 한 모스카토로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5도에서 7도 사이의 부담없는 알코올 도수와 입 안 가득 퍼지는 은은하고 달콤한 꽃향기라면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으니까요. 달달한 와인의 유일한 단점은 많이 못 마신다는 거죠. 케이크나 과일과 함께 곁들여 드시면 금상첨화입니다.



자, 술 못 드시는 분들은 챙겨 드렸으니! 이제 술 좀 하시는 분들을 와인의 길로 인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Case 2. 건전한 소확행 음주를 즐겨요



와인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술을 싫어하지는 않을 텐데요. 특히, 맥주는 많이들 좋아하시고 즐기시죠? 그래서 맥주의 이미지와 와인을 한번 매칭시켜보려고 합니다. 맥주는 기포가 생명이니 스파클링 와인이 매칭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제안드리는 방식은 맥주의 이미지에 주목하는 겁니다!


라거 맥주를 즐긴다면 : 까베르네 소비뇽 & 메를로


우선 가장 대중적인 라거 맥주(카스, 테라 등)를 주로 즐기시는 분을 위한 팁입니다. 와인도 대중적인 품종이 있어요. 바로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죠. 이 두 품종은 카스가 좋냐, 테라가 좋냐와 비견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특히,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는 저가 와인부터 초고가 와인까지 두루 사용되는 품종이라 대다수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죠. 가볍게 신대륙으로 구분되는 칠레의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두 품종 중 국내에서는 까베르네 소비뇽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답니다. (이마트 데이터 기준)



IPA 맥주를 즐긴다면 : 피노누아 & 끼안티 클라시코


평소 IPA 계열 맥주의 산미를 즐긴다면 ‘피노누아’나 이태리 와인 가운데 라벨에 ‘끼안티 클라시코’라는 표시가 있는 것을 골라보세요. 피노누아 품종의 와인에서는 풍부한 과실 향과 적당한 산미를 느낄 수 있고, 끼안띠 클라시코의 산지오베제에서는 품종 특유의 건포도 향과 약간 시큼한 산미를 느낄 수 있어요. 참, 가격대는 IPA처럼 약간 비싼 2만 원 대로 형성되어 있답니다.



밀 맥주를 즐긴다면 : 게부르츠트라미너


수입 맥주 중에 선호도가 높은 1664 블랑 같은 밀 맥주 계열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이런 분들을 위해 약간 어려운 품종이지만 알려드립니다! 바로 ‘게부르츠트라미너’랍니다. 게부르츠트라미너 와인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유명 와인 산지 제품으로 유명한데요. 어디에선가 이 이름을 듣는다면, 꼭 한 번 경험해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왜 제가 1664 블랑 제품과 게부르츠트라미너를 비교했는지 생각하면서 말이죠. 어때요? 조금씩 경험해보고 싶은 맘이 드시죠?



참,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시는 분들을 위한 매칭은 패스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와인을 드셔도 만족할 수 있거나, 어쩌면 이미 와인을 즐기고 있는 분들이라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그냥 저의 소견이에요!)


이렇게 와인도 맥주처럼 가볍게 즐기다 보면, 어느새 얇아지는 지갑이 아쉬운 순간을 느끼는 날이 옵니다. 그래서 이번에 얇은 지갑을 걱정하는 분들을 위해 초저가 가성비 갑의 와인을 개발했죠! 와인 한 병이 소주 2병과 맞먹는다는 사실! 이렇게 비교하니 정말 저렴한 것 같은데요. 특히, 비행기에서 와인을 마신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와인의 가치를 더더욱 실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자, 이제 소주 말고 이마트에서 와인 한 병 경험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이마트 명용진 바이어


치킨에 맥주 마시듯 

와인을 친근하게 알리고 싶은 와인 바이어. 

평범한 일상을 와인만으로 특별하게 만들길 원한다. 

새로운 형태의 프로모션과 혁신적인 가격, 

고품질 와인에 힘쓰고 있는 와인계의 이슈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