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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기자의 문화이야기
신세계 본점에서 만나는 명작의 향연
김 석
#김석


미술을 오래 접하다 보면 당연히 품게 되는 궁금증 하나. 도대체 미술품 가격은 왜 그리 비싼 거야? 미술품에 무슨 정찰 가격이나 소비자 가격이 붙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재료비 더하고 인건비 더해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지요. 무슨 경매에서 어느 화가의 작품이 수백억 원에 낙찰되며 역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할 때마다 내가 딴 세상에 살고 있나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저 유명한 <모나리자>를 만약 경매에 내놓는다면? 상상하기 어렵군요.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다행히도 <모나리자>가 미술관에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입장료만 내면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제프 쿤스(Jeff Koons, 1955~)



미술품을 ‘물리적으로 소유’하는 건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조차 버거운 서민들에겐 당연히 언감생심이겠지요. 하지만 물리적으로 소유할 순 없어도 그 미술품이 누구나 찾아가서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 놓여 있다면 어떨까요. 기억의 시계를 2011년으로 되돌려 봅니다. 따사로운 봄기운이 한껏 무르익어가던 그해 4월의 마지막 날, 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상 정원에서 공개된 한 대형 조각품은 단박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미국의 스타 작가 제프 쿤스(Jeff Koons, 1955~)가 온 겁니다.





2006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보라색 포장에 금빛 리본이 묶인 하트 모양의 조형물입니다. 밸런타인데이에 주고받는 예쁜 초콜릿을 연상시키지요. 높이 3.7미터에 무게만도 1.7톤, 재질은 스테인리스 스틸입니다. 로버트 인디애나 작가의 유명 작품 ‘러브(LOVE)’가 3년 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한화 54억 원 규모로 거래되었다니, 이 작품의 가격 또한 어마어마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목은 또 어떻고요. 이 거대하게 부풀린 사탕에다가 작가는 천연덕스럽게 ‘세이크리드 하트(Sacred Heart)’라는 거창한 제목까지 붙여 놓았습니다. 풀이하면 ‘신성한 심장’, 더 정확하게는 ‘그리스도의 심장’을 뜻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속죄를 상징하는 종교적 의미를 담았다는 게 작가 자신의 설명입니다.



'신성한 심장(Sacred Heart)', 제프 쿤스(Jeff Koons), 1994–2007*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제작된 '신성한 심장(Sacred Heart)' 다섯가지 버전 중 바이올렛/골드(Violet/Gold) 버전



언뜻 보면 뭐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조형물 같기도 하지만 제프 쿤스의 작품에는 관람자를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첫째는 보는 것 자체로 즐거움을 준다는 점일 겁니다. 이 거대한 초콜릿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자꾸만 끌리거든요. 거기서 달콤한 꿈을 떠올릴 수도 있고, 달달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볼 수도 있겠지요. 작품에서 받는 감흥은 순전히 보는 이의 몫일 테니까요. 실제로 이 작품이 처음 공개된 날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프 쿤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작품을 통해 사람들 각자가 살아가는 매 순간이 최고라는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둘째는 티 한 점 없다 싶을 정도로 반들반들 매끈한 표면이 마치 거울처럼 감상자의 모습을 비춘다는 점이에요. 사진 속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랍니다. 이 예쁜 조형물 앞에 서면 누구나 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요. 조형물 안에 펼쳐진 또 다른 세상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랄까요. 잠시나마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동화 같은 여행을 떠나는 기분에 젖어봅니다. 그래서 제프 쿤스도 “관람객 입장에선 자신의 모습이 작품에 비치기 때문에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지요. 그게 휴식이어도 좋고 위로여도 좋을 거예요.



'리본 묶은 매끄러운 달걀(Smooth Egg with Bow)’, 제프 쿤스(Jeff Koons), 1994–2009*,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좌)

* 1994년부터 2009년까지 제작된 '리본 묶은 매끄러운 달걀(Smooth Egg with Bow)’ 시리즈 중 블루/마젠타(Blue/Magenta) 버전


'풍선 꽃(Balloon Flower)', 제프 쿤스(Jeff Koons), 1995-2000*, 해슬리 나인브릿지 소장(우)

*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제작된 '풍선 꽃(Balloon Flower)' 시리즈 중 옐로우(Yellow) 버전



제프 쿤스는 '키치의 제왕'으로 불립니다. 키치(kitsch)란 쉽게 말해 저속한 작품이란 뜻이에요. 고상하고 품위 있는 것과 반대되는 싸구려 취향이라고 할까요. 그러니 예술의 드높은 가치를 지지하는 평론가들로부터 싸늘하게 외면당할 수 밖에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제프 쿤스의 악동 같은 돌출 행동들은 또 어떻고요. 그럼에도 제프 쿤스가 팝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 이후 가장 성공한 미술가란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습니다. 국내에도 신세계 외에 삼성미술관 리움과 하이트진로, 경기도 여주에 있는 골프장 해슬리 나인브릿지에 쿤스의 조각품이 소장돼 있지요.



BEHIND THE SCENES - JEFF KOONS ON THE ROOF



앞에서도 잠깐 소개했듯이 <세이크리드 하트>는 무게만 1.7톤이나 되기 때문에 설치하는 과정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바다 건너편에서 공수해다가 다시 지상으로 작품을 운반한 뒤 신세계백화점 본점 6층 옥상의 트리니티 가든(Trinity Garden)으로 끌어올려 설치하는 데만 꼬박 5일이 걸렸다는군요. 크레인으로 작품을 들어 올려 옥상에 자리를 잡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상도 하나의 작품이라 할 만하지요. 그렇게 해서 전 세계에 블루, 골드, 레드, 자홍색 등 다섯 가지 색깔의 조형물 가운데 하나가 신세계 본점의 명품관 옥상을 장식하는 대표작이 된 겁니다. 명품관이라 해서 주눅 들 필요는 전혀 없어요. 옥상은 모든 이에게 무료로 열려 있으니까요.



'버섯(Le Cepe)',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963



눈요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옥상 야외정원으로 나가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조각품이 있지요. 세계적인 조형 예술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의 <Le Cepe>란 작품입니다. 미술을 잘 모르시는 분도 칼더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학교 미술 교과서마다 칼더의 작품은 꼭 실려 있으니까요. 우리가 모빌(mobile)이라 부르는 움직이는 조각의 창시자가 바로 칼더입니다. 흔히 움직이는 미술 작품을 통칭해서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고 부르는데, 칼더는 이 분야의 선구적인 작가로 꼽히지요. 2013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칼더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기도 했고요.



프랑스어로 식용버섯의 한 종류를 일컫는 제목의 이 작품은 움직이는 조각이 아니라 멈춰 있지요. 그래서 모빌에 대응하는 용어로 스테빌(stabile)이라 부른답니다. 1963년에 제작됐고, 재질은 철입니다. 이 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굉장히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새 한 마리가 땅 위에 앉아 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까만 돌고래의 형상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가 하면 제목처럼 버섯을 닮은 어떤 생명체의 고결한 모습이 엿보이기도 하고요. 조각품은 가만히 서 있지만, 주위를 찬찬히 돌면서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철판 한쪽에는 칼더의 서명과 제작연도가 예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인물(Personnage)', 호안 미로(Joan Miro), 1974



칼더의 작품을 등지고 오른 편을 바라보면 앙증맞은 만화 캐릭터 모양의 조각품이 서 있습니다.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초현실주의 미술가 호안 미로(Joan Miro, 1893~1983)의 <Personnage>란 작품이에요. 호안 미로 역시 미술 교과서에 회화 작품이 실려 있어서 대중에게 비교적 친숙한 이름이지요. 보통은 화가로 많이 알려졌지만 도예가로도 명성이 높았다고 합니다. 미로는 딱 잘라서 특정한 경향이나 미술사조로 분류하기 힘든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낸 거로 유명하지요. 국내에서도 2016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려 상당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1974년에 완성된 이 작품 역시 보는 위치에 따라 사뭇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데요. 전체적으로는 ‘인물’이란 제목처럼 상체와 하체로 보아도 좋을 커다란 덩어리의 결합이지만, 앞쪽에서 보면 아래쪽은 주둥이가 달린 주전자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걸 새의 부리로 볼 수도 있고 동물의 꼬리로 볼 수도 있겠지요. 사진으로만 보아도 어느 각도냐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형상이 정말 천차만별입니다. 미술품 감상에 정답이란 없어요. 각자의 생각과 경험에 따라 같은 조각에서도 백 가지 천 가지가 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미술품 감상은 작품에 비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답니다.



'아이 벤치(Eye Bench)',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96-1997



미로의 작품과 작별을 고하면 저쪽에서 나를 바라보는 강렬한 눈동자 한 쌍과 마주치게 됩니다. 프랑스계 미국인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의 작품 <Eye Bench>입니다. 부르주아는 마망(Maman)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거미 조형물로 유명하지요. 그래서 거미 엄마로 불리기도 하고요. 1982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회고전을 열었고, 1999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미술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습니다.



작품 제목 그대로 눈가에 앉을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이 있는 벤치입니다. 그렇다고 직접 들어가서 작품 위에 털썩 앉으면 곤란하겠지만요. 옥상 정원에 있는 다른 조각품과 달리 이 작품의 재료는 아주 독특합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나는 검은 화강암이에요. 작품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은 부르주아의 말이 인용돼 있습니다. “사물의 리얼리티 혹은 환상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이든… 당신의 눈이 지닌 힘과 본질을 여기에 표현하였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가 아닌 사물의 있는 그대로를 보고자 한다.” 이보다 더 정확한 설명이 더 필요하진 않겠지요. 당신의 눈과 저 화강암 조각이 마주치는, 바로 그 순간의 느낌만이 중요할 뿐이니까요.



'기댄 형상(Reclining Figure : Arch Leg)', 헨리 무어(Henry Moor), 1963-1964



자, 이제 대각선으로 반대편에 놓인 조각품으로 눈길을 돌려 봅니다. 사람의 형상을 한 금속 덩어리 두 개가 나란히 놓인 이 작품은 영국 현대조각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 무어(Henry Moore, 1898~1986)의 <Reclining Figure>입니다. 무어는 그리스나 이집트 등지의 원시미술에서 큰 영향을 받아 형체가 또렷한 구상 조각의 세계를 깨고 조각의 추상화를 시도한 선구자로 알려졌지요. 특히 가로로 누운 인간의 형상은 이게 무어의 작품이구나,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기댄 형상’이란 제목처럼 한 사람이 상반신을 세운 채 다리를 아치형으로 살짝 당겨 앉은 모습입니다. 그런데 보기에 따라서는 두 사람으로 보이기도 해요. 역시 작품에서 얻어지는 느낌은 감상자의 몫입니다. 이 작품 역시 보는 위치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해석과 감상을 가능하게 해주는데요. 사진에서처럼 상체를 세운 사람의 등 뒤에서 바라보면 왠지 모를 쓸쓸함과 스산함이 묻어나는 것만 같습니다. 반대로 저 넉넉한 뒷모습에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을 편안함과 든든함을 느낄 수도 있을 테고요.



'드로잉 592번(Drawing #592)', 솔 르윗(Sol LeWitt), 1989



이토록 풍성한 조각들이 놓여 있는 옥상 정원 산책을 마치고 돌아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데,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았던 그림 한 점을 눈길을 붙듭니다. 미국의 화가 겸 조각가인 솔 르윗(Sol LeWitt, 1928~2007)의 1989년 작 <Drawing #592>입니다. 이 작품은 캔버스에 그린 회화가 아니라 잉크로 그린 벽화입니다. 벽을 부수지 않는 한 떼어낼 수 없기 때문에 이 장소에 있다는 사실이 작품 감상의 핵심 포인트에요. 여기에 이런 그림이 있었구나 싶은 분들도 아마 계실 겁니다. 우산을 펼쳐놓은 것처럼 직선으로 반듯하게 분할된 공간을 채운 색채들이 경쾌하게 어울려 산뜻한 느낌을 주지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솔 르윗은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을 이끈 대가로 꼽힙니다.



'인과관계(Cause and Effect)', 서도호, 2007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본관 중앙 계단을 선택하면 뜻밖의 보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5층과 6층을 잇는 계단 중앙에 발처럼 늘어뜨려진 설치 작품을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겠지요. 요즘 국내는 물론 세계무대에서도 크게 주목받는 한국 작가 서도호(1962~)의 <Cause and Effect>란 작품이에요. 서도호 작가는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전시 작가로 선정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올해 호암재단이 수여하는 호암상 시상식에서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원인과 결과, 인과관계입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 위로 사람이 무등을 탄 형상이 끝없이 위로, 위로 이어져 있습니다. 인간 사슬이라 불러도 좋을 저 반복되는 연결 고리가 셀 수 없이 모여 마치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지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공동체)의 관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만 같습니다. 저토록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수많은 사람 속 어딘가에는 과연 내 모습도 가만히 숨어 있는 걸까요. 그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마릴린 먼로(Marilyn)', 앤디 워홀(Andy Warhol), 1962



명품관 안에는 이것 말고도 예술의 향기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답니다. 5층 식당가 한쪽에 꾸며진 작은 휴식공간에는 팝 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는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의 작품 다섯 점이 걸려 있어요. 워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마릴린 먼로 초상 연작입니다. 같은 크기와 구도에 색상만 다르게 뽑아낸 작품인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 가지요. 사실 워홀의 작품을 놓고 진본이니 복제품이니 하는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긴 합니다. 그런 구분 자체를 무력하게 만든 게 바로 워홀이었으니까요. 아무려면 어떤가요. 다채롭게 변주되는 워홀의 작품 이미지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겠지요.



'유형 #10(Form #10)', 요제프 슐츠(Josef Schulz), 2004



중앙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층과 층 사이에 사진이 한 점씩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독일 사진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요제프 슐츠(Josef Schulz, 1966~)의 작품들이지요. 국내에는 사진 전문 갤러리를 표방하는 뤼미에르 갤러리를 통해 슐츠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소개됐는데요. 산등성이를 부분적으로 뭉텅 잘라낸 사진 속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저곳이 대체 어딜까 몹시 궁금해집니다. 그런가 하면 호젓한 경치 한가운데 굉장히 낯설게 서 있는 건물들의 이미지는 또 어떻고요. 산이든 건물이든 그 정체를 더듬어볼 수 있는 주변이 제거된 채 마치 고독에 빠진 사람 같은 풍경이랄까요. 그 속에 담길 이야기를 완성하는 건 결국 보는 이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거울 회전목마(Mirror Carousel)’, 카스텐 횔러(Carsten Höller), 2005



신세계백화점 본점 안팎에 숨은 보물을 찾는 우리의 여행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갑니다. 본점 8~12층이 지난해 면세점으로 새 단장을 했지요. 그러면서 화장품 코너가 몰려 있는 10층 중앙에 회전목마를 닮은 움직이는 조형물이 등장했습니다. 독일의 미술 작가 카스텐 횔러(Carsten Höller, 1961~)의 2005년 작 <거울 회전목마>입니다. 본래 곤충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다가 어느 날 미술 작가로 변신해 화제가 된 주인공인데요. 작가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놀이(유희)와 행복입니다. 직접 타볼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 갔던 추억 한 자락이 떠올라 절로 미소 짓게 됩니다. 자, 이쯤 되면 눈이 호강하는 도심 속 피서지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어지지요. 예술은 결코 거창하기만 한 세계가 아니라는 것, 신세계 본점에서 만나는 명작의 향연이 그래서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일 겁니다.




김 석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은 KBS기자.

부족한 안목을 키우기 위해 틈틈히 책을 읽으면서

미술관과 박물관, 전국의 문화유산을 찾아다니고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문화 예술 분야 전문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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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떠나는 여행
신화로 가득한 그리스 크레타 섬으로 떠나다
이 환
#이환


에게 해(Aegean Sea)를 건너신화의 섬으로

이웃 섬 산토리니(Santorini)에서 크레타(Crete)로 넘어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에게 해를 건넌다는 것은 다른 바다 여행과 느낌이 달랐다. 파도를 가르며 크레타로 가는 뱃길 내내 가슴이 설렜다.‘그리스인 조르바(Zorba the Greek)’에서 주인공 영국 작가 바실과 조르바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 저편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이런 느낌을 느꼈을까? 그 책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의 무덤이 있는 곳, 무수한 신화를 간직한 곳. 바로 크레타다.
에게 해(Aegean Sea)!이 이름도 그리스 신화에서 연유한다.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Theseus)의 아버지인 아테네 왕 아이게우스(Aegeus)가 에게 해의 근원이다. 아버지 아이게우스가 임신한 아내를 떠나며, 칼과 신발을 커다란 돌 밑에 묻었다. 그리고 아들이 태어나 돌을 옮길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이 징표와 함께 자신에게 보내라 부탁했다. 그의 아들이 바로 전설의 영웅 테세우스다. 테세우스는 성년이 되어 아버지가 있는 아테네로 갔다. 마침 아테네는 크레타와의 전쟁에서 패해 매년 괴물에게 바칠 공물로 7명의 처녀와 7명의 총각을 보내야 했다. 테세우스는 크레타로 건너가 모험 끝에 미궁 속의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를 죽이고 아테네로 온다. 문제는 테세우스가 떠나기 전 아버지에게 성공하면 흰 돛을, 실패하면 검은 돛을 단다고 약속했는데, 승리에 취해 깃발 바꾸는 걸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검은 돛을 단 채로 돌아오는 배를 본 아버지는 절망에 빠져 절벽 밑으로 떨어진다. 비운의 아버지 아이게우스의 이름이 이 바다라니 기구하다.

화려한 문명과 슬픔의 역사가공존하다

에게 해 초여름 바람을 맞으며 네 시간 만에 다다른 섬 크레타. 기대와 달리 여느 섬보다 소탈하고, 한적하다.이라클리온(Iraklion) 항구는 이 섬의 중심지와 가장 가까운 항구다. 크레타는 화려한 문명의 발상지지만 에게 해의 이름만큼 슬픈 땅이기도 하다. 크레타는 1211년부터 베네치아로부터지배를 받았다. 베네치아인들은 항구를 바라보고 구시가지를 감싸는 역삼각형의 성벽을 쌓았다. 그 이름도 ‘베네치아성벽(Venetian city walls)’. 도시를 에워싼 5km의 요새는 오늘날 운치 있는 경관조명을 받으며, 여행자들에게 지나간 역사를 이야기해 준다.
이후, 크레타는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는다. 1645년 크레타 전쟁 이후다. 그리고 1913년에서야 그리스 왕국에돌아오는데, 아직도 터키계와 그리스계의 앙금은 남아있는 듯 하다.
이라클리온 구시가지 중앙에는 베니젤로 광장(Plateria Venizelou)이 있다. 이곳 출신 정치인 이름이라고 한다.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반가운 물이 흐른다. 모로시니 분수(Morosini Fountain)다. 분수를 떠받치는 사자들의모습이 단연 인상적이다. 15km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왔다고 한다.
한여름 이글대는 태양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거리엔 좀처럼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든 파격 세일 표시가 있어 물가가 서울보다 저렴하다. 이곳 역시 아테네처럼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태양이 서쪽 바다로 넘어갈 즈음이다. 다들 어디에서 있었는지 관광객과 섬사람들이 삼삼오오 항구 앞 레스토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에게 해 연안에서 난 과일과 해산물들이 풍성하다.

전설 속의 미궁,크노소스 궁전(Palace of Knossos)

크레타 섬의 최고 명소는 역시 크노소스 궁전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역사책에 등장하는 인류문명의 발상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설렜다. 그중의 하나가 그리스 문명보다 앞서 번창했다는 미노아 문명(Minos Civilization)*이다.그리고 그 흔적이 바로 크노소스 궁전이다. BC 3650~BC 1170까지 융성했던 최초 유럽 문명의 발상지, 크레타 섬의 해양문명인 미노아 문명은 그리스 본토로 넘어가 미케네 문명(Mycenaean Civilization)*으로 발전됐다. 서양문명의 한 축이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노아 문명 기원전 2700~1500년경 동안 번성한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 있었던 그리스 청동기 시대의 고대 문명. 20세기 초에 영국 고고학자 아서 에반스(Arthur Evans)에 의해 재발견되었다.
*미케네 문명 기원전 2000년경 북부 산지에서 남하한 아카이아인들이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구축한 고대 그리스의 해양 문명. 기원전 1600년경부터 크레타 문명을 받아들여 활발한 해상활동을 전개하여 기원전 1500년경에 이르러 지중해 동부의 해상권과 교역권을 모두 장악하였다.
크노소스 궁전은 이라클리온 항구에서 6km 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로도 멀지 않다. 이 궁전은 BC 1700년경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낮은 언덕산 아래로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그 당시 24,000 제곱미터로 최대5층 높이의 건물들이 있었다고 한다. 무려 1,300여 개의 방이 있었다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궁, 리비린토스(Libirinthos)가 충분히 있을 법하다.
미궁 속 괴물 이야기는 이렇다. 먼 옛날 제우스는 에우로페(Europe, 유럽이란 단어의 기원이 이 이름이다)라는여인에 푹 빠져 그녀를 납치해, 크레타로 날아와 세 아이를 낳는다. 그 아들 중 하나가 미노스(Minoan)다. 제우스는 이후 에우로페를 크레타 왕인 아스테리온(Asterion)과 결혼시키고 자식들까지 양자로 준다.이후, 성장한 미노스는 포세이돈에게 기도하고 황소를 얻은 후 크레타의 왕위에 오르는데, 포세이돈에게 받은 황소를 다시 제물로 바치겠다고 한 맹세를 지키지 않는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아내파시파에(Pasiphae)가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왕비는 왕궁의 설계자이자 발명가인 다이달로스(Daedalus)에게 부탁해 나무로 황소를 만들어 매일 황소와 노니는데, 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반인반수의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다. 미노스는 다이달로스로 하여금 지하에 복잡한 미궁을 만들어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고 매년 처녀와 총각을 제물로 바친다. 이 미궁은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는 미로 감옥이지만 테세우스(Theseus)는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성공적으로 미로를 빠져나온다. 크레타에 도착한 테세우스에 반한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Ariadne)가 다이달로스에게 부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이달로스는 실타래의 실을 이용해 테세우스가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왔다.
신화의 흥미진진함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다이달로스는 이 일이 발각돼 아들 이카로스(Icarus)와 함께 탑에 갇힌다. 천하의 발명가는 아들과 함께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아들 이카로스는 태양 쪽으로 너무 높이 날아 날개가 녹으며 추락해 죽게 된다. 다이달로스는 시칠리아로 도망가지만, 나중에 미노스가 보내온 군사에 의해 죽게 된다.
이곳의 물은 10km 떨어진 곳에서 흘러온다. 그 먼 옛날에 흙으로 구운 도관(테라코타, Terracotta)이 이미 발명됐으니, 당시의 건축기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고도 남는다. 왕의 방에는 수세식 화장실도 있었다고 한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곳 유적 역시 이탈리아의 폼페이처럼 지진과 화산폭발로 땅속에 묻혀있었다. 폼페이보다 훨씬 오랜, 수천 년 동안묻혀있었던 걸 1900년 영국의 고고학자 아서 에반스(Arthur Evans)가 발굴에 성공한다. 인류의 문화유산을세상에 선사한 또 다른 영웅이다.
신화와 현실의 차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실제 그리스 신화의 상당부분이 실제 유적지로 발견되었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만 전해내려 온 이야기를 독일의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이 발굴해 고대도시 트로이가 실제 존재했음을 세상에 보이지 않았던가?
그렇게 생각을 확장해간다면 정말 이 곳에서 제우스(Zeus)가 태어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Ouranos)와 땅의 신 가이아(Gaea) 사이에서 크로노스(Cronos)가 태어난다.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를 쫓아내는데 우라노스는 <너도 결국 아들에게 쫓겨나게 될 것이다>라며 저주를 남긴다. 이를 두려워한 크로노스는 나중에 아내 레아(Leah)가 아이들을 낳는 즉시 삼켜버린다. 나중에 제우스를 임신한 레아는 아이 대신 돌덩이를 주고, 아들 제우스를 크레타 섬 동굴에 숨긴다. 이 아이가 신들의 신, 제우스다. 제우스는 성장해 아버지 크로노스를 찾아가 몰래 구토제를 먹여 삼킨 아이들을 다 토해내게한다. 그들이 하데스(Hades), 헤라(Hera), 포세이돈(Posseidon), 테메테르(Demeter) 등 유명한 그리스의 신들이다. 제우스가 숨어 자랐다는 그 동굴이 크레타 섬의 딕티안(Dikteon) 동굴이다. 이라클리온 중심가에서 동남쪽으로 60km 떨어져 있다. 오늘날도 매우 신성한 동굴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궁전의 백미는 벽에 장식된 프레스코화다. 돌고래, 소 같은 생동감 넘치는 동물들의 움직임과 다양한 남성,여성들의 모습으로 당시 문화와 생활상을 엿보게 한다.
여름의 태양은 이 곳도 예외 없이 뜨겁게 비춘다. 더위 속에서도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관광객들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를 찾아서

이곳에 힘들게 오게 된 이유 중 하나! 바로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1883~1957)의 무덤을찾아가는 것. 크레타 출신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로 세상에 알려진 작가. 그의 무덤은 이라클리온 도심에서2km 떨어진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있다.
베네치아 성벽 옆 마르티네고 요새(Martinego Bastion)다. 2007년, 그리스 정부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서거 50주년을 맞아 기념 주화를 발행했을 정도니 그 유명세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비지땀을 흘리며 올라간 언덕 끝, 성벽 옆 정원이다. 의외로 소탈한 무덤에 오히려 방문자가 놀랐다. 나무 십자가하나. 그리고 묘비 하나. 그리고 돌무덤! 바로 옆 잔디 위엔 아내 엘리니 사미우(Eleni Samiou)의 묘가 있다. 좀 더붙어있었으면 좋았을걸…
그의 소설은 1964년 미카엘 카코야니스(Michael Cacoyannis)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더 유명해졌다.안소니 퀸(Anthony Quinn)이 자유인 조르바 역을 맡았다. 능청스럽고도 세상에 초연한 그 조르바!
결혼 말인가요? 공식적으로는 한 번 했지요. 비공식적으로는 천 번, 아니, 3천 번쯤 될 거요. 정확하게 몇 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요?··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쌓아 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랴, 그러면 알아요? 혹 인간이 될지?-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그는 소설에서 수많은 조르바의'어록'을 남겼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나는 자유(自由)다.-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그의 유명한 묘비명, 모르고 왔더라면 해독 불가의 돌덩어리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낮의더위를, 주변의 잡상을 떨칠 명문이다.
에게 해에도 밤은 어김없이 찾아왔다.문명의 흔적을 둘러보면서 또다시 머릿속으로 시간여행을 한다. 누군가 그랬다. 모든 것은 변한다고… 모든 것은 사라진다고…




이  환


'유랑'을 중심주제로 오지를 탐닉하는 지구별 여행자가다.

학부에서는 심리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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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의 <선택을 부르는 유니크굿 칼럼> 1화
작은 선택으로부터 시작하라
이은영
#이은영


'남들의 조언을 구하고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부탁하라’라는 조언에 후배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부탁하는 게 힘들어요."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게 힘들다는 것입니다.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고, 상대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조바심에 부탁을 망설이게 됩니다. 이러한 불편함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스탠퍼드 대학의 조나단 프리드먼(Jonathan Freedman)과 스콧 프레이져(Scott Fraser) 교수는 스탠퍼드 대학 주변 주택 소유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주택 소유주들에게 집 앞 정원에 안전운전을 위한 캠페인 광고판을 설치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입니다. ‘무단횡단은 위험합니다’라고 쓰여진 이 광고판은 무려 가로 세로 각각 1.5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였습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이 요청에 응해준 집주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음번에는 가로 세로가 각각 12cm인 작은 광고판을 만들어 설치를 요청했습니다. 처음 실험과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작은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실험의 핵심은 바로 이후의 일에 있습니다. 1~2주일 후 실험자들은 안전운전 캠페인 광고판이 작아 효과가 없다며 큰 광고판으로 교체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바뀐 광고판의 크기는 가로 세로 1.5m로 처음의 실험에서 사용했던 것과 동일했습니다. 집주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76%의 집주인들이 대형 광고판 설치를 승낙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요? 승낙은 부탁에 대한 긍정적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또한 한번의 승낙은 이후에도 부탁에 대한 긍정적 정서와 행동을 유지하려는 행동일관성(Behavior Consistency Effect)을 가져옵니다. 12cm 광고판을 한번 허락했던 집주인들은 다음 요청 또한 승낙함으로써 행동일관성 현상을 보인 것입니다. 

* 행동일관성(Behavior Consistency Effect) : 어떤 사람의 태도가 그의 행동과 일관되는 현상을 말함.



이 연구의 핵심은 작은 부탁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큰 부탁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에 부탁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부담을 느끼기 쉽습니다. 돈을 빌리는 상황을 가정해 볼까요? 돈을 빌리는 사람은 나와 상대방 모두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또한 돈을 다시 갚기 전까지는 양쪽 모두 금액 및 기한 등 상세한 사항을 기억해야 하기에 에너지 소모가 크죠. 에너지 소모가 큰 부탁이기에 요청하는 사람은 말을 꺼내기 어렵고, 요청받는 상대방도 그것을 승낙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에너지 소모가 작은 동시에 좋은 의도를 가진 부탁은 쉽게 ‘YES’란 대답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앞서 제시했던 12cm 크기의 광고판처럼 말이죠. 승낙을 얻기 쉬운 작은 부탁부터 시작한다면 행동일관성에 의해 다음 부탁에 대한 대답 또한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탁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츄파춥스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츄파춥스가 먹고 싶으니 하나만 사달라고 부탁을 해보세요. 상대방은 ‘녀석, 갑자기 왠 사탕 타령이야?’ 하겠지만 금세 '오케이, 내가 그건 원 없이 사줄게. 언제볼까?’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큰 부담이 없는 이 정도의 부탁은 손쉽게 긍정적 반응을 끌어낼 것입니다. 설령 상대방이 거절하더라도 잃을 것은 없으니 한번 시도해본다면 어떨까요? 



중요한 점은 어떤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유지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는 감소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상대는 당신을 도와줌으로써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기죠. 작은 부탁을 자주 하는 것만으로 당신은 좋은 인연의 중심에 설 수 있습니다.



문재인 19대 대통령은 부탁하는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만난 사람에게 늘 질문을 가장한 부탁을 합니다.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상대는 ‘아니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예, 노력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믿고 가겠습니다, 저 믿겠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단 두 마디뿐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주위에 많이 둘 수 있었던 습관 중의 핵심입니다. 



정리해볼까요? 성장하고 싶다면 ‘상대에게 부탁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단, 부담이 없는 작은 부탁으로 말입니다. 상대가 당신에게 ‘YES’라고 기꺼이 대답할만한 작은 부탁을 하는 것을 연습하세요. 이 같은 훈련은 당신이 당면한 과정을 극복하는 것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당신이 대한민국의 또 다른 지도자로 성장할 수도 있겠지요. 



변화는 어떤 큰 일을 행함으로써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들이 모여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사소함이 차이를 만들지만, 그 차이는 사소하지 않음을 말입니다. 






유니크굿 칼럼니스트 이은영


지난 10년간 국내 최대 선택의 기업, 신세계그룹에서 일하며 무엇이 선택되고, 

그 선택을 만드는 원인들을 분석 했다.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무엇이 선택되고, 어떤 사람이 선택되는지 그 선택의 비밀들을

유니크굿 전략으로 정리해 실제 기업과 실무에 적용하는 일을 한다.

julie@uniquegood.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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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8월 Publisher’s letter
여름을 부탁해
SSG블로그




강렬한 태양, 더운 공기를 채우는 매미소리,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

반가운 손님처럼 때때로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한 입 가득 터지는 시원한 수박.

여러분은 '여름'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어느 새 한해의 절반을 지나 여름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직장인들에게는 달콤한 휴가가

기다리고 있는 그런 계절이기도 하죠.

그래서일까요?

돌이켜보면 여름은 추억이 참 많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조금은 느슨하게 때로는 액티브하게

작열하는 태양 아래 자유로워질 수 있는 여름.



SSG블로그도 다양한 여름 이야기를 선물하려고 합니다.

도심속 힐링 스폿, 아쿠아필드의 숨겨진 이야기

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신세계 면(面)요리 열전

그리고 뜨거운 열기에 지친 당신을 품어줄 별마당 도서관 이야기까지!



휴양지 못지않은 느긋한 여유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

이번 여름은 SSG블로그와 함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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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쇼핑요정
샐러던트를 위한 공부 추천
김기윤

#김기윤
#쇼핑요정
#SSG.COM


샐러던트를 위한 공부 추천

*샐러던트(SALADENT) 란?샐러리맨(salaryman)과 스튜던트(Student)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로현재 직장에 다니면서 자기계발에 힘쓰는 사람을 말함. 한마디로 공부하는 직장인!
라이언!이번 주 데이트할만한 가로수길 맛집 좀 찾아줘!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는 아마 이렇게 하루를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증강 현실, 음성 인식, 챗봇 등 새로운 기술 기반의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때보다 활발한 요즘! IT 업계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증강 현실, 음성 인식, 챗봇 등 새로운 기술 기반의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자신의 담당 분야에 도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SSG닷컴 기획자인 쇼핑요정도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트렌드를 뒤쫓기 위해 배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IT 기획자를 꿈꾸는,혹은 트렌드에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을 위해 쇼핑 요정이 경험한 주옥 같은 배움의 공간을 소개합니다.

업무 스킬 높이기

직장인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특히유관부서와의 협력이 필요한 경우는 더욱그런데요. 저와 같은 IT 서비스 기획자의 경우에는 디자이너,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시간이 많습니다. 기획자가 직접 디자인 이나개발 업무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두 분야를어느 정도 이해할 필요는 있습니다. 자신이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관련 이해도가 높아야 커뮤니케이션성공률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퇴근 후 저녁 시간과 주말을활용해서, 패스트 캠퍼스(Fast Campus) 라는커뮤니티에서 UX 디자인과 인터렉션 프로그래밍입문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가끔 퇴근 후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성장하고 있다는 성취감 덕분에 배움을 이어나갈 수있습니다. 업무와 실질적으로 관련된 기술들을배우기 때문에 학습한 내용은 회사 생활에서 복습할 수 있습니다. 수업 내용을 다음 날 동료 개발자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SSG닷컴에 적용할 수있는 부분은 없을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패스트 캠퍼스에는 데이터, 프로그래밍, 디자인,마케팅, 비즈니스, 스타트업 등 다양한 강좌가준비되어 있으니 한번 살펴보세요. 프로그램을배우는 목적을 설정한 후, 커리큘럼과 강사진을잘 살펴보고, 온라인으로 상담까지 받아보는것을 추천합니다. 저의 목표는 무엇이었냐고요?“개발자와 이야기 할 때 알아듣는 언어가 더많아지는 것!”
여기서 배우면 좋아요!
일 잘하는 직장 선배에게 전수받는 내공!패스트 캠퍼스(Fast Campus) fastcampus.co.kr
업무 관련 콘퍼런스에 참가하고 싶다면?!온 오프믹스(On-Off Mix)onoffmix.com
크리에이티브한 강좌를 가성비 높은 가격으로!디노마드(Dnomade)dnomade.com

독서하고 토론 하기

지금 같은 급진적인 디지털 시대에도 책은여전히 뇌를 섹시하게 만드는 자양분입니다.모든 지식과 아이디어의 원천인 것이죠.하지만 여전히 책이 무겁게 느껴지는 분들을위한 가벼운 처방이 여기 있습니다. 바로독서모임입니다.
쇼핑요정이 참가하고 있는 독서모임은 바로트레바리(Trevari)입니다. 하나의 주제를바탕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고독후감을 쓰고 그 감상을 나눕니다. 만남은 4개월 단위로, 1개월에 한 번씩인데요. 그 주제도금융위기, 인공지능, 심리학, 지구 환경 등 정말다양합니다.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한 클럽당 인원은 20명 정도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독후감을 써야만 모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모여서 술만 마시다 끝나는 그런 흔한시나리오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요즘 쇼핑요정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인공 지능’ 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이 모든것을 바꾸고 있는 시대’를 주제로 토론하는클럽에 가입했습니다. 첫 번째 모임에서 4시간이 넘도록 음성인식 기술이 바꿀 플랫폼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머릿속을 알찬생각들로 꽉꽉 채워나갔는데요. 혼자서 책을읽었을 때는 표면적인 이해로 그칠 수 있었던것을 독서모임 토론을 통해 더 심층적으로파고들 수 있었 습니다. 토론이 더 깊은 사고를위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여기서 배우면 좋아요!
서울에서 펼쳐지는 똑똑한 독서모임,트레바리(Trevari)trevari.co.kr
책과 사람을 위한 도심 속 아지트,북티크(Booktique)booktique.kr
작지만 큰 독립출판 커뮤니티,연남동 독립서점 유어마인드(Your-Mind)your-mind.com
전세계 MMOC 유람하기
우리는 국내에만 머물러 있을 이유가 전혀없습니다. 온라인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배움의 범주를 전 세계로 넓혔을 때 우리는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공개수업. 웹 서비스를 기반으로이루어지는 상호 참여적, 거대 규모의 교육을의미한다
그런데 정말 배우고 싶은 강의가 영국에만있다면? 크리에이티브 라이브(CreativeLive)로 해결 가능합니다. 크리에이트라이브는 무료로! 라이브로! 온라인을 통해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인기 강좌들을 수강할수 있는 온라인 교육 포털입니다.
크리에이티브 라이브는 특히 디자인이나 콘텐츠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최적화된 교육 채널인데요. 그 주제는 어도비(Adobe) 디자인 툴에대한 강좌부터 시작해서, 협상의 스킬,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 비즈니스 영역까지 다양합니다.또한 라이브가 아닌 콘텐츠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쇼핑 요정은 대학교 때부터 크리에이티브 라이브를 통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스케치 등 다양한 디자인 코스를수강했는데요. 그 덕분에 이렇게 IT 서비스기획자의 일을 걷게 된 것 같기도 하네요.
여기서 배우면 좋아요!
온라인으로 만나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강좌,크리에이티브 라이브(Creative Live)creativelive.com
스탠포드, 예일 등 세계 명문 대학교의 강의도이제는 온라인에서, 코세라(Coursera)www.coursera.org
소프트웨어와 비즈니스 스킬을 높이고 싶다면?!린다(Lynda)닷컴www.lynda.com
외국어 마스터하기
앞서 말했듯 우리는 이제 전 세계로 눈을돌려야 합니다. 서비스를 기획하는과정에서 쇼핑요정은 유사한 서비스를제공하는 전 세계 온라인 페이지를 많이찾아보는 편입니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서비스는 없고, 결국 더 전략적으로아이디어를 편집하고 콘셉트를 도출하는것이 좋은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그래서외국어 능력은 벤치마킹에 필수 입니다.
쇼핑요정은 어릴 때부터 중국어를 좋아했기때문에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지속적으로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놓지않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게 해준 공신은바로 ‘차이니즈 팟’ 이라는 온라인 교육채널입니다. 차이니즈 팟은 초급부터최상위 등급까지 등급별로 나눈 영상 및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매일업데이트 되는 콘텐츠들이 매우 재밌고유익하답니다.
중국은 많은 인구 수만큼 다양한 온라인서비스가 널려있습니다. 라이브 방송 같은경우, 인기 있는 왕홍(파워 유저)들의 방송은20만 명을 거뜬히 넘는 동시 접속자 수를 자랑하니까요. 중국어를 할 수 있으면 중국의모바일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참고할 수있습니다.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차이니즈팟에 한번 접속해보세요!
여기서 배우면 좋아요!
온라인으로 중국어를 배우는 가장 현명한 방법,차이니즈 팟(Chinesepod)chinesepod.com
직장으로 직접 찾아오는 외국어 선생님?!1:1 원어민 회화 강의 스푼잉글리쉬www.facebook.com/spoonenglish
유튜브로 공부하는 영어, 슈퍼팬(Superfan)* 안드로이드 용 :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qualson.superfan&hl=ko* 아이폰 용 :itunes.apple.com/kr/app/ superfan/id1139458445
우리는 삶과 기술의 또 다른전환점 위에 서 있습니다.
생활 기반 IT 플랫폼이 스마트폰 중심의 ‘싱글 디바이스(Single Device)’ 체제에서 모든 사물이 상호 작용하는'멀티 디바이스(Multi Device)' 체제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 SSG닷컴이 고객을위해 어떤 서비스를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배경이기도 한데요. 결국 IT 기획자는 새로운 기술 변화에 항상열린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의 변화를 반 발자국 빠르게 앞서 상상하고 준비해야 하기때문이죠. 어쩌면 그 변화를 직접 만들어갈 수도 있고요. 앞서 쇼핑요정이 소개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는 양질의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 많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시작할 수도 있겠죠? 디지털 환경의 변화에관심 있는 독자 분이라면, 곳곳에 펼쳐진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오늘의 배움이 내일의 변화를 만들 테니까요!




SSG닷컴 E-커머츠총괄 서비스담당 서비스기획팀 김기윤 파트너


SSG닷컴 모바일 기획자, 기윤팟 입니다.
예쁜 물건, 맛있는 커피와 술, 뜨는 SHOP들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아 참. 서울과 도쿄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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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미식,편식:정동현의 三食일기
나폴리에 간 목적은 단 하나, 피자를 먹는 것!
정동현
#정동현


베레모를 쓴 경찰은 기관총을 메고 있었다. 세계 3대 미항이란 별명이 붙은 나폴리의 첫 모습이었다. 관광객의 들뜬 분위기에 물들어 있던 로마는 옛 꿈 같았다. 한눈에 봐도 낡은 건물과 자동차, 좁고 더러운 길, 그리고 팍팍한 표정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위쪽 지방보다 곱슬머리가 많았고 키도 작았다. 나폴리 중앙 역사는 컸지만 제대로 된 브랜드 매장은 찾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손꼽히게 못사는 동네란 사실이 실감됐다. 으스스한 느낌에 역 밖으로 나오는 것도 망설여졌다. 나폴리에 온 목적은 단 하나였다. 피자를 먹는 것. 이탈리아 여행 전체 일정이 바로 이 ‘나폴리에서 피자 먹기’를 중심으로 짜여졌다. 나폴리를 사이에 두고 도시를 고르고 피자집 휴무일을 피해서 일정을 조정했다.





“저 길로 가야 돼?”



아내는 설마 저 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인지 나에게 다시 확인했다. 역 앞에 펼쳐진 좁은 길에는 무표정한 사내들이 잡동사니를 팔고 있었다. 나폴리 중앙역 앞 가리발디 역 인근은 마피아의 본거지로 유명한 곳이다. 으슥해질 무렵이면 권총과 칼을 무장한 강도 사건도 심심치 않게 난다고 했다. 어차피 대낮이었고 길에는 사람들이 빽빽했다. 그럼에도 으스스한 분위기에 긴장이 됐다. 우리 둘은 진땀이 날 정도로 손을 꼭 잡고 길을 걸었다. 그 길을 가야 했던 이유는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피자집으로 알려진 ‘안티카 피제리아 다 미켈레(Antica Pizzeria Da Michele)’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도 나왔던 이 피자집은 관광객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1870년에 문을 열었으니 조선시대부터 피자를 팔았던 셈이다.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피자집으로 알려진 ‘안티카 피제리아 다 미켈레(Antica Pizzeria Da Michele)’



‘다 미켈레’ 근처에 가자 피자를 포장해 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눈에 띄었다. 피자 굽는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즈음, 다행히도 듣던 것만큼 줄이 길지는 않았다. 우리와 함께 기차를 탔던 한 남자는 역 앞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함께 피자집 앞에서 진한 키스를 하고 있었다.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전경에서 벌어지는 애정행각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받은 번호표를 들고 사진도 찍고 남이 키스하는 모습도 구경하다 보니 금세 차례가 됐다. 실내는 생각보다 좁지 않았다. 시선을 사로 잡는 것은 1층 전면의 피자 화덕과 피자를 굽는 노인이었다. 하얀 머리에 굽은 허리의 노인은 계속해서 서 있기가 힘든지 피자를 펴서 화덕에 넣고 나면 작은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다. 노인 옆으로 장작이 한 가득 쌓여 있었고 또 그 옆으로 피자 반죽을 펴고 토핑을 올리는 이가 있었다. 모두 나이가 지긋해 보였다.


우리의 자리는 식당 맨 안쪽, 피자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마치 소원을 빌기 위해 별똥별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피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은 오랜 꿈을 이룬 것 마냥 기쁘게 웃고 있었다. 영화 ‘익스펜더블 (The Expendables)’에 나왔던 ‘제이슨 스타뎀(Jason Statham)’을 닮았던 종업원은 하얀 해군모에 반팔 옷을 입고 굵은 팔뚝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종업원은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처럼 무표정했지만 각박한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함부로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인상도 인상이고 혼자 홀을 다 보다 보니 너무 바빠보였다. 속으로 ‘미소, 미소’를 중얼거리며 해맑은 관광객 표정을 지었다. 그 덕인지 다른 테이블보다 먼저 받은 맥주와 콜라를 한 모금 마시니 이 식당까지 오느라 쌓인 피로가 한번에 풀렸다.



왼쪽에서부터 나폴리 피자의 대명사 마리나라(marinara), 마르게리타(margherita)



이 집의 메뉴는 토마토 소스에 말린 오레가노가 올라가는 마리나라(marinara)와 모짜렐라 치즈와 바질 잎이 올라가는 마르게리타(margherita), 단 두 가지뿐이다. 여기에 맥주, 콜라를 곁들이면 나폴리식 피자 한 끼가 완성된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물처럼 먹는 와인는 아예 팔지도 않는다. 피자가 원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음식이었다는 방증이다. 피자에 들어가는 재료 자체가 워낙에 간단한 것도 그 이유다. 재료가 간단한 만큼 피자의 맛을 좌우하는 것도 재료다. 이탈리아산 듀럼 밀*은 강력분과 마찬가지로 단백질 함량이 11~12%로 높지만 질기지 않고 딱딱 끊어지는 성질이 있다. 역시나 이 맛을 실감하려면 직접 먹어보는 수밖에 없다.


* 듀럼(Durum) 밀 : 밀의 종류 중 가장 딱딱한 종으로 주로 파스타의 원료로 활용된다.





한 십여 분 기다렸을까? 맥주와 탄산수를 거진 다 마셨을 때 거의 핸들 크기만한 피자가 내 앞에 놓였다. 이탈리아, 특히 나폴리는 일인 일판이 기본이다. 피자를 각자 하나씩 앞에 두고 심호흡을 쉬었다. 보기에도 피자는 먹음직스러웠다. 어릴 적 먹던 토핑 가득한 피자, 햄, 소시지, 할라피뇨, 오징어, 도우에는 치즈에 고구마까지 집어넣은 잡스러운 종합선물세트가 아니라 한 명의 고수와 소리꾼만 있는 판소리를 보는 것처럼 단촐하기 그지 없었다. 표범 무늬가 박힌 도우를 잡아당겼다. 토마토 소스로만 맛을 낸 마리나라 피자를 입에 넣었다. 토마토의 신맛과 단맛이 파도가 치듯 밀려 들었다. 무엇보다 거뭇거뭇 그을린 도우의 쓴 탄 맛이 단단한 배경이 되었다. 우리는 입을 웅얼거리며 서로를 마주봤다. 피자가 이런 맛이었구나!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 마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았다. 그 다음은 대망의 마르게리타, 흔히 보는 '천연 치즈'라는 미사여구가 전혀 필요없다. 맛이 있으면 된다. 나폴리를 비롯한 남부 지역은 버펄로가 아닌 젖소의 우유로 모짜렐라 치즈를 만드는데 그 맛은 버펄로의 것보다 조금 더 진하고 고소하다. 그 모짜렐라 치즈가 녹아내린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었을 때 그 고소한 풍미와 달콤하고 신 토마토의 풍미가 온 몸이 스며들었다. 올린 듯 만 듯 한 바질 잎의 시큼한 맛은 용의 눈동자를 그려넣 듯 기름진 맛에 방점을 찍었다. 그 이후로는 배가 부르다는 말을 연신 하면서도 결국 피자 두 판을 해치우고 말았다. 이 맛의 비결이 무엇인가 따져보면 여러 요소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것과 당도가 아예 다른 토마토, 좋은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메뉴판에 나오듯 나폴리의 물, 좋은 밀가루, 장작을 쓴 화덕, 확실한 염도 등등. 요리를 하다보면 유혹에 빠질 때가 많다. 이것저것 많이 넣으면 맛있어지리란 믿음 혹은 희망으로 여러 재료를 쓰지만 그럴수록 맛은 맥락을 잃고 불투명해진다. 오히려 몇 가지 재료에 집중해 재료 자체의 질을 높이고 투입량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나은 방법일 때가 많다. 그러나 실천하기는 어렵다. 마치 방을 정리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단정한 피자를 먹고 일어나니 역시 뒤로 줄이 길게 섰고 화덕은 여전히 불탔다. 그리고 허리 굽은 노인은 똑같이 피자를 굽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인사를 하고 말았다.



"고맙습니다, 아버지(Grazie, papa.)"



이에 노인은 나에게 손을 흔들며 맑게 웃었다. 그 노인의 눈동자는 지중해를 닮은 푸른 빛이었다.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 정동현 셰프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에서 '먹고(FOOD) 마시는(BEVERAGE)'일에 몰두하고 있는 셰프,
오늘도 지구촌의 핫한 먹거리를 맛보면서 혀를 단련 중!
저서로는 <셰프의 빨간 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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