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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리얼한 마케팅 이야기
제주소주 '푸른밤'의 탄생 스토리
최훈학
#최훈학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음악, 연극, 문학에 모두 능통한 ‘뮤즈(Muse)*’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여신입니다. 지금도 예술가들은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을 ‘뮤즈가 찾아온 것’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 뮤즈는 항상 ‘밤’ 에 찾아옵니다.


* 뮤즈(Muse)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과 학문의 여신으로,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는 존재다. 초기에 3명이던 뮤즈는 후대에 9명의 자매로 늘어났으며 탈레이아(Thaleia)는 희극, 멜포메네(Melpomene)는 비극, 폴리힘니아(Polyhymnia)는 찬가, 칼리오페(Calliope)는 서사시, 클레이오(Cleio)는 역사, 에우테르페(Euterpe)는 서정시, 테르프시코레(Terpsichore)는 춤, 에라토(Erato)는 노래, 우라니아(Urania)는 천문을 각각 담당한다.


‘밤’은 수많은 예술 작품의 소재로 활용됐습니다. 시인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서 회상과 기억, 그리움을 정겹게 풀어내었고,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에서 낮이 가리는 진실로 인도하는 신비로운 밤의 시간을 표현하였습니다. 한편 밤이 이렇듯 정겹고 신비로운 이미지만을 던져주는 것은 아닙니다. 유진 오닐(Eugene O'Neill)은 그의 대표작 <밤으로의 긴 여로(Long Day's Journey into Night)>에서 길을 잃은 ‘안개 인간’ 같은 가족들의 어두움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홍상수 감독의 화제작이었던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혼자 남은 영희(김민희)가 찾은 곳도 바로 ‘밤의 해변’ 이었습니다.


그리움과 신비로움, 그리고 어두움과 외로움이 복합적으로 공존하는 시간 밤. ‘푸른밤’은 이러한 ‘밤’이 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애주가들의 새로운 뮤즈, ‘푸른밤’의 탄생


소주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우리나라의 대중 주(酒)입니다. 그만큼 ‘푸른밤’의 네이밍에도 치열한 고민이 필요했는데요. 그간 소주의 네이밍은 소주 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의 깨끗함을 강조하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는, 또는 지역 및 지리적 특색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습니다. 하지만 ‘푸른밤’은 기존 소주가 가진 의미를 넘어선 ‘이상’에 집중했습니다.





‘푸른밤’은 ‘밤’이 주는 이상적인 심상을 강조한 브랜드입니다. ‘푸른밤’은 천혜의 자연을 품은 제주가 선사하는 깨끗한 물을 ‘화산송이’ 정제공법으로 정제하여 제공하지만, 제주의 좋은 물을 사용했다는 것만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푸른밤’의 전면 라벨에는 복잡한 공법, 깨끗한 물, 소주의 맛보다 ‘별 헤는 푸른밤 잊혀진 그리움을 노래하자’라는 브랜드 슬로건이 적혀있습니다.


소주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제주에서 푸른 밤바다를 보면서 술잔을 기울였던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각박한 일상과 무심한 도시의 표정에 지칠 때, ‘푸른밤’ 한잔에 제주도 푸른 밤 아래 웃고 떠들던 추억들을 다시금 불러 일깨워 그 순간을 다시 꿈꿀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소주는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계속 도수를 낮추는 것이 최근 트렌드입니다. 그래서 ‘푸른밤’ 역시 도수에 대한 부담을 낮춘 저도주와 전통적인 맛을 강조한 고도주로 나누어 출시됩니다. 가볍게 한잔 즐기고 싶은 분들은 저도주인 짧은밤(16.9도)을, 소주 본연의 진한 맛을 중시하시는 분들은 고도주인 긴밤(20.1)을 선택하면 되는데요. 저도주인 짧은밤(16.9도)은 제주 바다를 연상시키는 일러스트와 함께 푸른 컬러를 사용하였으며, 고도주인 긴밤(20.1도)은 성산 일출봉을 상징하는 일러스트와 함께 붉은 컬러를 사용하였습니다.



제주도 푸른 밤 아래, 소유의 음악과 함께 즐기는 ‘푸른밤’ 한 잔




푸른밤의 첫 모델은 시스타 출신의 ‘소유’입니다. 첫 모델을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소주 브랜드의 모델은 항상 톱 클래스의 인기 여배우나 가수가 해왔는데요. 때문에 푸른밤 모델로 미모로 유명한 대세 아이돌 그룹의 A 양, 파격적인 연기로 눈길을 끌었던 배우 B 양 등을 놓고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가식 없고 털털한 이미지에, 무엇보다 ‘제주’ 출신인 ‘소유’를 첫 모델로 선정하였습니다. 또한, 제주라는 브랜드를 강조하고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명곡인 ‘제주도 푸른밤’을 소유가 리메이크하여 발표하도록 하였습니다. 음악은 브랜드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추라고 하겠습니다.



소유 X 푸른밤 MV - 제주도의 푸른 밤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마케팅 매니저로서, 그리고 브랜드 담당자로서 굉장히 큰일이며 영광입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하여 국내, 해외 수많은 사례를 조사하고 시장 현황을 분석하여 차별화된, 그러나 낯설지 않은 브랜드 콘셉트를 선정하였습니다. 또한 좋은 이름을 찾기 위해 밥 먹는 순간, 양치하는 순간까지 어떤 이름이 나을까 고민하였으며, 콘셉트와 네이밍을 어떤 디자인으로 표현할 것인가 수없이 많은 시안을 펼쳐놓고 고뇌하였습니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며, 경영진의 최종 승인을 받아 시장에 첫발을 디딘 브랜드는 어찌 보면 또 하나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모든 건 끝났고 고객의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개봉 박두!!!





이마트 영업마케팅팀 최훈학 팀장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IDEA와 MONEY의 사이에서,

회사와 고객의 사이에서

항상 방황하는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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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0월 Publisher’s letter
우리, 별 따러 갈까요?
SSG블로그



피부에 스며드는 선선한 날씨와 맑은 공기에

괜히 한번 숨을 들이쉬고,

길어진 밤 따라 밝고 깊은 빛을 내는 별무리에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어느덧 한 해의 절반을 훌쩍 지나

바쁜 일상 속 휴식이 될 긴 추석 연휴와

2017년을 시작하며 가슴 속에 새겼던 저마다의 별에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우리.


그동안 적어왔던 To Do List의 항목을 보며 설레기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기도 하는 요즘이지만

유난히 밝게 빛나는 가을 하늘의 별처럼 

그 결실을 나타낼 것 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SSG블로그도 여러분의 다짐들이
마침내 별이 되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준비하였습니다.


설렘 가득한 추석 연휴를 위한 유익한 정보들

신세계그룹 신입사원들에게 듣는 취준진담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스타필드 고양의 다양한 소식들까지!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의 9, 10월은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길 바라면서

가을의 SSG블로그 시작합니다


우리, 별 따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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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가 전하는 성공을 위한 꿀팁
행동을 일으키는 작동장치를 만들어라
이은영
#이은영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무기력하고 과제는 쌓여갑니다. 준비할 게 산더미인데 도무지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이유 없이 의욕이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무기력한 상황, 사실 사람이라면 빈도의 차이뿐 누구나 자주 겪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무기력은 무기력을 증폭시키고 불편한 마음만 키웁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커지고 도무지 이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결국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해 후회해보지만 이미 상황은 늦었습니다. 마음도 불편하고 목표한 성과도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욕구가 먼저일까, 행동이 먼저일까?


의욕이 없어서 시작이 안 되는 걸까요? 아니면 시작을 안해서 의욕이 없는 걸까요?


독일의 세계적인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Emil Kraepelin)은 인간의 몸과 마음은 마치 기계처럼 한번 작동하고 나면 그것이 계기가 되어 계속 지속하게 되는 정신현상을 밝혀냈습니다. 이름하여 '작동흥분이론(Work Excitement Theory)'이라는 것인데요.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들지만 멈추는 데에도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우리 뇌는 어떤 행동을 한번 시작하면 그 일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한번 시작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시작만 하면 우리는 그것을 지속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아주 간단한 예로 운동을 생각해 봅시다.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피곤하고 도무지 몸을 움직일 의욕이 없습니다. 하지만 막상 밖으로 나가 천천히 걸으며 산책을 시작하면 당장 마음은 바뀝니다. 참 잘 나왔다 싶죠. 상쾌하고 후련한 마음에 생각한 시간보다 더 걷게 되고 기분 역시 더 좋아집니다. 작동흥분이론에 따라 작동하고 움직이니(Work), 흥분이 되고(Excitement) 시작하길 잘했다는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운동처럼 몸을 움직이는 상황에서나 의사결정처럼 정신적인 판단을 내리는 상황에서도 적용됩니다.



시작하도록 하는 작동장치를 만들어라


많은 학생은 물론 직장인들의 대부분은 아침을 ‘알람 소리’로 시작합니다. 그 시간에 일어나야 일과를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잠이 깨지 않아 일어나기 힘들더라도 결국 당신은 일어나는 것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일상을 무사히 시작하고 작동시키는(Triggering) 장치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실현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그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면 예외 없이 작동장치를 활용해 보세요. 삶의 기적을 만드는 습관을 다루는 책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의 저자 할 엘로드(Hal Elrod) 역시 바로 이 부분을 활용하여 성공한 운동가입니다. 끔찍한 교통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은 다시 이전의 건강한 삶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의욕이 넘쳤지만 망가진 몸과 경제적인 현실 앞에서 좌절을 거듭합니다. 그가 찾은 방법 역시 작동흥분이론이었습니다. 그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매 1분씩 실천하는 6가지 습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작은 작동 습관으로 그는 세계적인 자산가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전 늦게 자는 편인데 4시에 일어나 이것을 실천하기가 어려워요.”


이는 당연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만의 작동장치를 만들면 됩니다. 당신이 손쉽게 시작할 수 있고 매일 지킬 수 있는 습관들을 만들면 됩니다. 단,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이상적일 것입니다. 필자의 작동 노트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필자는 '글램 다이어리'라는 것을 만들어 사용합니다.


외적인 매력의 피지컬 글램, 정신적인 매력과 일의 자산을 확립하는 멘탈 글램으로 각각 5가지를 분류하고, 노트에 표기해서 틈날 때마다 확인하는 것입니다. 잘했으면 동그라미, 안 했으면 엑스, 보통이면 세모 형태로 체크합니다. 이것은 일상에서 꾸준히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도록 만들어줌으로써 할 일을 미루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막아주는 귀중한 작동장치입니다.



작게 시작하는 습관을 가지자


사람은 시간이 걸리지만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할까요, 아니면 빨리 완료할 수 있는 일을 선호할까요? 당연히 후자입니다. 집중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들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아무리 크든 작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습관이 최선입니다. 작은 것부터 지속할 수 있는 습관을 채워봅시다. 일단 시작하면 우리 뇌는 그것을 멈추는 데에도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하던 것을 계속하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번 시작된 그 일을 멈추지 않고 지속하는 것입니다. 칼럼을 쓸 때도 처음 한 줄이 어렵지 일단 한 문장을 시작하면 그 다음 문장으로 옮겨가는 데에 큰 에너지 소모가 없습니다. 그렇게 쳐다보기도 싫은 자기소개서도 처음 시작을 만들면 그 행동을 지속하게 되는 것이죠. 운동이나 다이어트, 보고서 작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작하면 달라집니다.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옮긴 일은 반드시 그 다음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재미있고 지속할 수 있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무지 힘이나 의욕이 없다면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우선 한번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동흥분이론(Work Excitement Theory)에 따라 그 작은 시작이 당신의 완주를 도울 테니 말입니다.







유니크굿 칼럼니스트 이은영


지난 10년간 국내 최대 선택의 기업, 신세계그룹에서 일하며 무엇이 선택되고, 

그 선택을 만드는 원인들을 분석 했다.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무엇이 선택되고, 어떤 사람이 선택되는지 그 선택의 비밀들을

유니크굿 전략으로 정리해 실제 기업과 실무에 적용하는 일을 한다.

julie@uniquegood.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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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기자의 문화이야기
영화가 사랑한 그림
#박수근 #앤드루 와이어스 #크리스티나의 세계 #오블리비언 #타이드랜드
김 석
#김석

'나무와 두 여인', 박수근, 1962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커다란 고목. 그리고 그 아래 두 여인이 있습니다. 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서민적 정경을 화폭에 새긴 주인공은 한국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박수근 화백입니다. 이 그림은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의 출세작 <나목>의 소재가 됐을 뿐 아니라 실제로 책의 표지로도 쓰였답니다. 특별히 애정을 쏟은 주제였던지 같은 주제로 그린 것이 여러 점 남아 있지요. 참 담담하고 소박한 작품이에요.


박수근 화백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림의 소재를 찾았습니다. 아기 업은 아낙들, 노는 아이들, 물건 파는 행상… 왜 늘 똑같은 것만 그리느냐고 누가 묻자 화가는 이렇게 대답했다지요. “나더러 똑같은 소재만 그린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의 생활이 그런데 왜 그걸 모두 외면하려 하나.” 박수근 그림 특유의 짙은 향토적 서정성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캔버스에 흙을 바른 듯, 거친 화강암에 끌로 새긴 듯, 진하게 우러나는 황톳빛 색감하며 거칠고 투박한 질감이 어우러져 한국적인 그림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깨닫게 해주지요. 박수근 화백의 큰 따님이신 박인숙 씨는 고인의 작품을 볼 때마다 “고향에 내려가서 한 줌의 흙을 들고 고향의 냄새를 맡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박수근 화백이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서민화가, 국민화가로 불리는 이유일 겁니다.


미술을 조금 더 깊이 공부하다 보면 꼭 한 번은 마주치게 되는 질문이 있어요. 가장 한국적인 그림은 과연 뭘까? 참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미술을 오래,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한 분들에게도 그리 간단히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지구상 어느 나라에든 이른바 국민화가라 불리는 인물 한 명쯤은 있게 마련입니다. 무슨 기준이 있을 리가 없는데도 나라별로 국민화가란 칭호를 얻은 화가들은 정말 많더군요.





유달리 한국을 사랑하는 세계적인 영화배우 톰 크루즈(Tom Cruise). 내한할 때마다 스스럼없이 팬들 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함께 찍는 이 훈남 배우가 출연한 할리우드 공상과학 영화 <오블리비언 (Oblivion, 2013)>을 기억하십니까? 국내 개봉 당시 관객 15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면서 흥행에는 완전히 실패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퍽 인상 깊게 본 기억이 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유명한 그림 한 점 때문이에요.



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 2013)> 中


영화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톰 크루즈 부부가 손을 꼭 잡은 채 폐허가 된 도서관에 걸려 있는 그림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림 앞에서 톰의 아내가 이런 말을 하지요. “저걸 보니 집 생각이 나.” 이 그림은 그 뒤에도 한 번 더 등장하는데요.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최후의 일전이 끝나고 화면이 암전됐다가 다시 밝아지면 같은 그림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그림은 미국의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Andrew Wyeth, 1917~2009)의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라는 작품이에요. 그렇다면 하고많은 그림들 중에서 왜 유독 이것이었을까요? 실마리는 집 생각이 난다는 여자 주인공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딱 잘라 말하면 이 그림은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영화 속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파괴된 채 버려진 불모의 땅이지요. 하지만 두 주인공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톰 크루즈가 작은 화초를 심은 화분을 애지중지한다든지, 폐허로 변한 미식축구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열광적인 함성을 떠올리는 장면을 보면 이 영화가 과거에 대한 아날로그적인 향수와 ‘기억’을 줄거리 전개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시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중에 톰 크루즈가 실은 복제된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부부였던 두 주인공을 이어주는 건 결국 서로 사랑했던 ‘기억’, 바로 그거였어요.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 앤드루 와이어스(Andrew Wyeth), 1948



그러니 영화를 보는 미국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보편적인 감성을 전달해줄 수 있는 대표적인 그림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회색빛으로 잔뜩 찌푸린 하늘과 맞닿아 더 스산함을 주는 가을 들판을 무대로 보기 딱할 정도로 마른 체구의 여자가 멀리 초원 위의 집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풍경도, 여자의 뒷모습도 쓸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느 신나는 유행가 가사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행복에 겨운 분위기와는 아주 딴판이죠. 들판에 주저앉아 덧없이 손을 뻗은 여자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집으로 가는 길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과연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 안타까움과 절실함이 스산하고 쓸쓸한 분위기와 어울려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림 속의 여자는 크리스티나 올슨(Christina Olson)이란 실재 인물입니다. 화가 아내의 이웃 친구인 크리스티나는 소아마비를 앓아 평소 두 다리가 자유롭지 못했다고 하지요. 들판에 앉아 있는 크리스티나의 뒷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앤드루 와이어스는 1948년 나무 판에 *템페라(tempera)라는 고전적인 재료로 이 그림을 완성합니다.

*템페라(tempera) : 달걀 노른자, 벌꿀, 무화과즙 등을 접합체로 쓴 투명 그림 물감


미국인들이 고향 하면 얼른 떠올릴 만한 전형적인 미국의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 고독과 갈망이 교차하는 복잡한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냈습니다. 훗날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된 이 그림은 그래서 ‘가장 미국적인 그림’이란 평가 속에 오늘날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꼽힙니다.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가 미국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영화의 주제의식을 가장 적절하게 대변해주는 이미지로 사용됐던 거고요.


그런데 이 그림은 또 다른 영화 한 편과도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한때 영화광을 자처했던 분이라면 테리 길리엄(Terry Gilliam)이란 영화감독을 기억하실 텐데요. 대중적인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아주 독특한 취향을 즐기는 컬트영화 팬들에겐 <몬티 파이튼의 성배(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1975)>, <타임 밴디트(Time Bandits, 1981)>, <브라질(Brazil, 1985)>, <피셔킹(The Fisher King, 1991)>, <12 몽키즈(Twelve Monkeys, 1995)> 같은 작품으로 꽤 유명한 분입니다.





이 감독이 2005년에 만든 영화 <타이드랜드(Tideland, 2005)>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미국의 전원 풍경이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와 매우 비슷해서 그림만큼이나 화제가 됐어요. 마침 영화가 최근 국내에서 재개봉되기도 했지요. 테리 길리엄 감독은 실제로 이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첫 장면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위에 있는 영화 속 장면을 한번 보세요. 배경이나 구도가 와이어스의 그림과 정말 비슷하지 않나요?



영화 <타이드랜드(Tideland, 2005)> 中



그렇다면 그림과 영화는 도대체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영화 <타이드랜드>는 보통 ‘성인 잔혹 판타지’로 불리는 데에서도 보듯 관객을 시종일관 불편하게 만드는 잔혹한 내용 전개를 보여줍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영화 속 미술관(마로니에북스, 2011)>이란 책에서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묘사한 것처럼 보이는 와이어스의 그림에도 '고독과 갈망, 불안'이 감돈다면서, 그림이 주는 “불편함과 괴이한 교교함”이 영화의 분위기와 매우 흡사하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의 대표작 ‘크리스티나의 세계’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화가와 영화감독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것이겠지요. 좋은 작품은 오래 기억될 뿐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깊은 감동을 줍니다. 명화라 불리는 그림들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감상되고 연구되고 복제되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김 석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은 KBS기자.

부족한 안목을 키우기 위해 틈틈히 책을 읽으면서

미술관과 박물관, 전국의 문화 유산을 찾아다니고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문화 예술 분야 전문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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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미식,편식:정동현의 三食일기
복날, 시골집 앞마당의 암탉 두마리
정동현
#정동현


에 돌아오니 못 보던 닭 두 마리가 있었다. 모두 벼슬이 작은 암탉이었다. 목에 줄을 매달고 수돗가 한 편에 매달려 있었다. 줄이 짧아 닭은 멀리 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며 꼬꼬거렸다. 할머니는 그 옆에서 숫돌에 칼을 갈았다. 낮은 시골집 기와 너머로 하얀 구름이 보이고 햇볕은 거리낌 없이 땅을 뜨겁게 달궜다. 방학을 맞아 놀러 온 충청도 시골엔 햇빛을 받아 웃자란 옥수수와 튼실하게 커가는 풋고추, 담벼락에 매달린 애호박이 내뿜는 들뜬 풀 냄새가 진동했다. 그늘을 벗어나 조금만 뛰어놀아도 등에 땀줄기가 흘렀다. 이미 나와 동생의 얼굴은 까맣게 타서 검댕을 묻혀놓은 것 같았다. 아마 할아버지의 한 마디가 있었으리라. 저러다 더위 먹는다, 지치면 안 된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닭 두 마리를 구해 온 것이다.




저 짝 양계장에서 알을 못 낳는다는 닭을 가지고 온 거지.


할머니는 산 너머를 가리키며 투덜거렸다. 가지고 오려면 제대로 된 놈을 가지고 와야지 알도 못 낳고 늙은 노계(老鷄)를 값이 싸다고 가지고 오면 어떡하냐는 불평이었다. 그래도 집까지 끌고 온 닭을 되돌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보다 키가 한 팔은 작았던 우리 둘은 그저 닭이 신기했다. 늙었지만 동그랗고 맑은 눈동자와 단풍처럼 짙은 갈색과 연갈색의 깃털, 빨갛고 작은 벼슬은 책에서만 보던 닭이었다. 도시에서 살아 있는 닭을 볼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살아 움직이며 소리를 내고 땅을 부리로 쪼는 닭이 눈앞에 있었다. 우리는 부엌에서 쌀과 콩을 가져와서 닭에게 주겠다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질색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닭에 똥이 찬단 말이야, 인석들아.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얼마 후에 알게 됐다. 닭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잠깐이었다. 칼 갈기를 마친 할머니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닭 목을 잡아 비틀었다.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전직 대통령의 말이 생각나진 않았다. 무섭거나 징그럽지도 않았다. 단지 허리가 굽고 힘이 없으며 늘 우리에게 다정했던 할머니가 한번 머뭇거림 없이 닭 목을 비트는 모습에 놀랐고, 처음 눈앞에서 목격한 ‘죽음’에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우리에게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다. 대신 할머니는 부들거리는 닭을 붙잡고 닭목 밑으로 날카롭게 벼린 칼을 슥 하고 밀어 넣었다. 검붉은 피가 수도꼭지를 연 것처럼 흘러나왔다. 더 이상 닭 목에서 피가 나오지 않자 할머니는 부엌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을 가지고 왔다. 


지금 바로 삶는 거에요?


나는 닭에 뜨거운 물을 껴얹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저렇게 해서는 닭이 제대로 삶아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래야 털이 빠지는 거야. 아이고 힘들어라. 왜 이렇게 안 뽑혀.


할머니는 닭 겉을 뜨거운 물로 살짝 익히고 털을 뽑기 시작했다. 털 뭉치가 더 이상 뽑혀 나오지 않을 때까지 할머니의 투덜거림도 계속됐다. 내가 보기엔 살짝 잔털이 남은 듯했지만 허리를 두드리는 할머니에게 차마 그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다시 시퍼런 칼을 들고 닭 배를 갈랐다. 닭 내장이 쏟아져 나왔다. 방금 준 쌀과 콩이 그대로 남아 있는 닭의 근위, 그러니까 모래주머니도 있었다. 길고 긴 닭의 소창과 대창(으로 짐작되는 것들)이 보였고 끈 같은 것으로 묶인 노른자들도 보였다. 닭의 난소였다. 


알이 차 있네. 다 못 낳고 죽었구먼.


할머니는 알이 되다 만 노른자를 따로 그릇에 담으며 중얼거렸다. 닭 손질이 모두 끝났다. 할머니는 가마솥에 닭을 넣고 물을 한 바가지 부었다. 다듬어 놓은 마늘도 한 웅큼 집어 넣었다. 무거운 솥뚜껑이 스르륵 소리를 내며 가마솥 위로 올라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었다. 할머니는 아궁이에 불을 넣고 장작을 밀어 넣었다. 불길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구수한 연기에 몸이 휩싸였다. 할머니에게서 나는 오래된 냄새 같은 것들도 느껴졌다. 


이제 나가 놀아라. 부르면 그때 들어와.





할머니는 아궁이 앞에 앉은 우리를 밀어내며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면 나와 동생은 잠자리와 매미 따위를 잡으며 한나절을 보냈다. 그때는 아무리 놀아도 힘이 빠지지 않았다. 지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태양이었다. 여름의 긴 날도 놀다 보면 아쉽게 끝이 났다. 어둑어둑한 길을 잠자리 떼와 함께 뛰다 시골집으로 돌아오면 할아버지는 사랑방에서 나와 대청마루로 향했다. 할머니는 우리 발소리에 맞춰 작은 상을 부엌에서 들고 나왔다. 동생과 나는 수돗가에서 물을 콸콸 틀어놓고 흙이 묻은 손과 발을 씻었다. 그리고 마루에 뛰어 올라갔다.


작은 상 위에는 큰 닭이 양푼에 놓여 있고 오이지 냉국, 풋고추, 열무김치가 있었다. 그리고 흰쌀밥과 닭곰탕도 한 대접 씩 놓여 있었다. 시작은 할아버지가 닭 다리를 뜯는 것이었다. 요즘 파는 닭보다 족히 두 배는 큰 닭다리가 할아버지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동생과 나는 작은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닭 껍질은 두꺼웠지만 고소했다. 야들야들한 영계가 아니기에 살은 두텁고 단단했다. 하지만 무미(無味)하지 않았다. 씹을수록 속 깊은 맛이 났다. 늦은 저녁, 산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마루에 앉아 맞으며 닭을 씹고 노란 기름이 뜬 닭곰탕을 마셨으며 간간이 차갑고 새큼한 오이지 냉국을 한 숟가락씩 퍼 입에 넣었다. 아삭한 열무김치도 먹고 할아버지가 맵지 않다며 한 입 베어 물고 내어준 풋고추도 먹었다. 닭 뼈가 쌓이고 밥이 줄었다. 작은 배가 통통히 불어 올랐다.


멀리 산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지고 솔개는 날개를 크게 펴고 높이 날았다. 할아버지는 닭곰탕에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얼큰한 얼굴로 우리 둘을 바라봤다. 할머니는 작은 상을 치우고 안방에 들어가 텔레비전을 켰다. 얇은 문 사이로 익숙한 여배우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매미는 잠잠해지고 풀벌레가 울었다. 할아버지는 모기를 쫓는다며 마당에 나가 담배를 피웠다. 까만 어둠 사이로 빨간 불이 날숨과 들숨에 맞춰 폈다 졌다. 





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도시의 여름은 숫자다. 불쾌지수, 열대야, 습도, 온도, 이 숫자들을 보고 듣고 나서야 비로소 여름이 왔음을 확신한다. 인터넷 포털 뉴스에 뜬 ‘복날’이란 안내에 맞춰 의무감에 휩싸인 채 복달임을 하러 길을 나선다. 늙고 큰 닭은 없다. 자라다 만 병아리를 영계라는 이름으로 팔 뿐이다. 닭을 키우는 입장에서도 영계가 투입 사료 당 무게비가 가장 효율적인 시기라고 하니 수지맞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먹는 닭이 점점 작아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닭이 나이가 들수록 클수록, 사료를 먹어도 덜 자라기 때문이다. 게다가 먹는 입장에서도 나눠 먹을 필요 없이 뚝배기에 한 마리씩 담아 나오니 편리하다. 한 시간 점심시간에 맞춰 속도전을 펼친다. 새끼손가락만한 닭 다리를 빨고 이쑤시개 만한 닭갈비를 핥는다. 여물다 만 내장은 국물 속에 흩어져 볼 길이 없다. 몸에 좋다고 하니, 먹어야 한다고 하니 먹을 뿐이다. 헛트림을 하며 사무실로 돌아오면 여름의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옛날에 대한 그리움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이제 이 세상에 없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갈 길 없는 옛 시골. 그 모든 것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 작은 닭을 앞에 두고 찾아오는 슬픔은 측정할 수 없고 환산할 수 없기에 다행일지도 모른다.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 정동현 셰프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에서 '먹고(FOOD) 마시는(BEVERAGE)'일에 몰두하고 있는 셰프,
오늘도 지구촌의 핫한 먹거리를 맛보면서 혀를 단련 중!
저서로는 <셰프의 빨간 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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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거절을 거절하라
이은영
#이은영




'거절'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 일단 부정적인 생각부터 듭니다. 되도록 빨리 잊고 싶은 안 좋은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설득하고 참여시키는 일이기에 거절당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절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그래서 여기, 획기적인 시도를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거절을 피하는 대신 오히려 거절을 당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인데요. 한두 번의 거절 경험도 아프고 싫을 텐데 무려 100번이나 스스로 거절의 경험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는 왜 본인 스스로 거절을 선택하고 계속 그것을 반복한 것일까요? 거절 경험을 통해서 그가 얻고 싶었던 무엇일까요? 그가 100번의 거절 연습을 통해 몸으로 체득한 인사이트를 알아봅시다. 






거절도 선택이 가능할까?


일부러 거절을 당하는 경험을 선택한 사나이는 베이징에 사는 30대의 젊은 청년, 지아 장(Jia Jiang)입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기업가를 꿈꾸며 여러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왔는데요. 이런 경험 속에서 그는 바퀴가 달린 신발을 떠올렸고, 이것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 줄 멋진 아이디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친척 어른께 자신의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한 자리에서 보기 좋게 거절당했습니다. 이 아픈 거절로 그는 기업가의 꿈을 접었고 세상이 인정하는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그로부터 2년 후 바퀴 달린 신발이라는 똑같은 아이디어로 미국의 로저 애덤스(Roger Adams)는 ‘힐리스(Heelys)’라는 회사를 창립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기업 공개 가치는 무려 1억 달러로 치솟았죠. 지아 장의 아이디어가 훗날 로저 애덤스와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는 시도하기도 전의 거절로 무산된 자기 생각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세상이 그의 아이디어를 거절하기 전에 그가 먼저 자신의 아이디어를 거절한 것입니다.


공부를 곧잘 했던 지아 장은 또래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는 컨설턴트가 되었지만 기업가의 꿈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곧 아이가 태어나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었지만, 그는 부인에게 6개월의 시간을 약속하고 스타트업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뛰어든 사업 투자 유치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는 또 아픈 거절을 경험합니다. 지아 장은 서 있을 힘조차 없었습니다. 안정된 삶과 직업을 포기하고 선택한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가족을 책임지고 있었기에 그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다시 안정된 직업을 찾아 구직 광고를 살피고 면접을 봐야 할까요, 아니면 다음 투자 기회를 노리며 다른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야 할까요?


지아 장의 선택은 의외의 것이었습니다. 그의 선택은 안정된 커리어로의 복귀도, 또 다른 스타트업 사업의 시작도 아닌 바로 ‘100번의 거절당하기 프로젝트’였습니다. 거절의 경험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100번의 거절당하기 프로젝트의 절차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거절당할 법한 일’을 일부러 꾸미고 보기 좋게 거절을 당하면 끝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지아 장은 한눈에 봐도 거절 받을 것 같은 프로젝트 100개를 꾸몄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의 첫 번째 미션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100달러 빌리기였습니다. 평소 지나다니던 건물 1층의 경비원에게 돈을 빌리기로 한 지아 장, 볼 것도 없이 경비원의 대답은 당연히 거절이었습니다.


"뭐라고요? 안 돼요. 왜 빌려달라는 건데요?"


경비원의 말에 지아 장은 이렇게 반응했다.


"안 된다는 거죠. 알겠습니다!" (줄행랑을 침)


그는 이렇게 경비원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도망을 갔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봅시다. 그 낯선 남자는 돈을 빌려달라는 그에게 욕을 하거나 비난을 퍼붓지 않았죠. 때리거나 무서운 제스처를 취한 것도 아니며, 그저 안 된다고 말하며 돈을 빌리려는 이유까지 물어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에 대한 대답조차 없이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 도망친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습니다. 거절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결과가 아닌 그저 거절 그 자체에 겁을 먹고 두려워한 것입니다. 또 미래 거절의 경험을 크게 부풀려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고 과장하고 있었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사람들 모두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절 자체가 두려워 시도조차 못 하거나 거절의 결과를 미리 예상하며 크게 부풀려 두려움에 떱니다. 거절당하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러하지 않음에도 지레짐작하는 것이죠. 


이 경험으로 그는 거절을 조금 더 편안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절하는 사람이 자신을 잡아먹거나 조롱하며 놀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거절이 조금 편해진 어느 날, 그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에 들려 그날의 거절 프로젝트를 실시합니다.



지아 장이 실제 촬영한 거절당하기 프로젝트, 크리스피 크림 도너츠 편

(Rejection Therapy Day 3 - Ask for Olympic Symbol Doughnuts. Jackie at Krispy Kreme Delivers)



"저기 도넛을 포장해 갈 건데요. 도넛을 올림픽 링 모양으로 만들어 주실래요? 


당연히 거절당할 만한 요청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종업원은 이것저것 묻더니 색색으로 시럽 코팅이 된 도넛을 서로 엮어 올림픽 링 모양의 도넛을 완성해 포장해 주었습니다. 거절을 위해 만든 일이 거절되지 않은 결과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그가 직접 촬영한 이 영상은 불과 한 달 만에 100만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각종 언론의 전면 기사로 다루어졌습니다. 또한 이 에피소드가 촬영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주가가 이 영상 이후 주당 7.23달러에서 9.32달러로 급상승했습니다. 무려 29%의 상승입니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각종 방송 매체의 인터뷰 요청뿐 아니라 할리우드 리얼리티 쇼 프로듀서들의 러브콜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의 일화가 쇼로 만들어지고 영화 제작이 이루어지면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강연가이자 작가가 된 것입니다.


절대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절’을 스스로 선택한 지아 장은 이 이상한 선택을 계기로 되려 세상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거절 외에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절대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의 선택이 나를 정반대의 지점으로 옮겨 놓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는 어떤 시도와 도전보다 그것이 만들어낼 실패를 더 염려합니다. 하지만 시도하기 전에는 내가 접한 지점의 실체를 알 수 없습니다. 한 번의 시도는 그저 장님이 코끼리의 다리를 일부 만지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도가 코끼리라는 실체를 느끼게 하고 점차 그 구조의 실체로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다음의 두 가지 중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당신의 몫입니다. 거절당하는 고통과 두려움에 위축될 것인가? 과감하게 용기를 내 도전할 것인가?


사실 이 두 가지는 같은 ‘거절’입니다. 하지만 '초점을 어디에 두는가'는 전혀 다른 선택입니다. 절대 선택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요? 그 다음 선택을 기대해 봅니다.









유니크굿 칼럼니스트 이은영


지난 10년간 국내 최대 선택의 기업, 신세계그룹에서 일하며 무엇이 선택되고, 

그 선택을 만드는 원인들을 분석 했다.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무엇이 선택되고, 어떤 사람이 선택되는지 그 선택의 비밀들을

유니크굿 전략으로 정리해 실제 기업과 실무에 적용하는 일을 한다.

julie@uniquegood.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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